파킹 데이

2

by 원초이

요섭이 먼저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무뚝뚝한 얼굴을 한 경비를 지나친 후 102동을 빠져나왔다. 길고 언덕진 아파트 단지를 따라 걷다보면 옆으로는 평화로운 시민공원이 펼쳐져 있었다. 요섭은 공원을 애써 외면한 채 걸었다. 원래는 광활한 공터이자 삼십 년 동안 아파트 주민들이 애용하던 주차장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흙먼지가 날리던 땅에 알록달록한 우레탄이 깔렸다.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대변신이었다. 평소에 베란다 창문을 멍하니 내다보던 혜리도 변화를 보였다. 공원 놀이터에 아이들이 내려다보이면 베란다에서 물러섰다. 베란다 커튼을 짙은 색감으로 교체했고 그녀는 창밖을 잘 내다보지 않았다.

요섭은 아이들 소리에 저절로 고개를 돌렸다. 공원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코끼리 코에서 거꾸로 튀어나온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미끄럼틀이 너무 높아보였다. 아이 엄마가 달려갔는데 바닥이 푹신한 재질이라 다행으로 여기는 듯했다. 시멘트 회사 영업사원인 요섭은 나름 바닥재에 지식이 있었다.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손을 툭툭 털었다. 요섭은 커튼 뒤에 숨은 혜리의 심정을 상상했다. 그녀의 몸 안에는 아기가 머무를 데가 없었다. 결혼 후 어렵사리 가졌던 아기를 유산했다. 자궁의 혹 때문이었다. 의사는 수술을 권유했지만 혜리는 거부했다. 하지만 끝까지 고집하지는 못했다. 자신의 생명과 자궁의 선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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