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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반기는 세계

by 모모루

휴대전화의 비행모드를 끄자마자 알림음이 울렸다.

문자 메시지와 함께 사진 몇 장이 전송된다. 친구 S로부터 온 것이다.

고층 아파트 사이, 멀리 바다가 보이고, 하강하듯 낮게 날고 있는 비행기가 찍혀있다.

[지금 막 착륙했지? 이거 네가 탄 비행기 같은데]

방금 내린 비행기의 착륙 시간을 되짚어 본다. 사진이 찍힌 시간과 얼추 비슷하다. S가 거실 창 밖으로 목격한 비행기 안에는 정말 내가 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피식 웃음이 났다.

[맞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저 순간을 딱 포착했대?]

[저 비행기 네가 탄 것 같아서 남편한테 물어봤어. 그런데 맞대]

그렇다면 이건 단순 짐작이 아니라 확실한 정보다.

S의 남편은 해당 항공사의 기장이었다. 회사 시스템에서 항로를 조회해, 그것이 밴쿠버발 항공편이라는 걸 확인해줬다고 한다. 그러니까 사진 속 비행기에는 실제로 내가 타고 있었다.

저게 친구가 탄 비행기가 맞냐고 남편에게 일부러 물어본 S와, 또 굳이 회사 시스템까지 접속해 확인해 준 남편의 대화를 떠올려 본다.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하면서도, 그들의 무용한 수고는, 따뜻하고 다정하다.





[우리 집에서 내가 다 지켜보고 있다]

이어지는 문자에 웃음이 터진다.

[나 비행기에 대고 혼자 인사했잖아]

이 문자에는 한동안 눈길이 머문다.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진다.

저녁 비행기를 탄다고만 했지 언제 도착하는지는 알려준 적 없으니, S는 혼자 비행시간을 계산해 도착 시각을 짐작했을 것이다.

그 무렵에는 창밖을 더 자주 내다봤겠지.

바다 위 고도를 낮춘 비행기를 볼 때마다 나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너는 내게 인사를 하고 있었구나.

나는 그것도 모르고 좌석 팔걸이만 꼭 붙들고 있었네?

그걸 알았더라면, 하강하는 항공기의 진동이 조금 덜 무서웠을 텐데. 나도 너에게 소리없이 안녕? 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을 텐데.

비행기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인사를 건네는 S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나를 기다린 S의 마음을 그려본다.





그때 나는 막 비행기에서 빠져나와 짐 찾는 곳으로 향하는 연결통로를 걷고 있었다.

몇 시간 전까지 나는 다른 대륙의 하늘 아래 있었다.

금속으로 된 거대한 원통 안에 머물다 나왔을 뿐인데, 그 사이 낮과 밤은 뒤바뀌고 시간의 궤도는 어긋나 있다.

내가 속한 시간이 언제인지 혼란스럽다. 어제인지 오늘인지 그도 아니면 내일인지.

사방에서 들려오는 언어가,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대기를 타고 흐르는 공기와 습도마저 달라져 있다.

열한 시간의 틈을 두고 마치 다른 차원으로 넘어온 듯한 착각이 든다.

긴 여행의 도착 시점에 으레 그러하듯, 이번에도 정신이 몽롱했다. S의 문자를 받기 전까지는.




흐리멍덩하게 부유하고 있는 의식 사이를 비집고 어떤 명제들이 명료해진다.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라든가, 나는 환영받는다―와 같은.

무엇보다 반가운 건, 다음의 명제다.

나를 반기는 세계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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