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통해 우린 성장한다
쿵쾅쿵쾅!
가슴 한복판에서 울리는 북소리, 오랫만에 느껴보는 긴장감과 설레임이 공존하는 가슴 뛰는 순간이다. 15여 년 만에 찾아온 면접을 기다리며 복도에 앉아있다. 서귀포교육청 게시판에서 힐링 요가 강사 모집 공고를 발견한 순간, 망설임 없이 지원을 결심했다.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늘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기에, 서류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아이디어를 쏟아내어 수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교무실에 서류를 제출하고 학교 안을 둘러보던 중, 해맑은 얼굴로 다가와 인사하는 아이들과 마주했다. 그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해졌다. 이곳은 특별한 아이들을 위한 공립 특수학교라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대체 뭘 한 거지? 아무런 사전 조사도 없이 내 마음대로 수업을 상상해 버렸어. 나는 과연 준비된 사람일까?"
집으로 돌아와서도 삼킨 음식이 가슴에 걸려 체한 듯이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특별한 아이들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부족한 내가 과연 그들을 위한 수업을 이끌어갈 수 있을까? 설레였던 마음이 시든 화초같이 풀이 죽었다.
며칠 후, 학교에서 면접 통보를 받았다. 지원자는 단 두 명,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에 긴장감이 더해졌다. 먼저 면접실로 들어간 선생님은 나보다 나이가 많았고, 경험도 풍부해 보였다.
"저분이 합격하시겠구나."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심장은 더욱 거세게 요동쳤다. 면접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세 분의 선생님이 앉아 계셨다. 한 분은 따뜻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었지만, 나머지 두 분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미 결과를 예상한 터라,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정해진 시간 안에 세 가지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이었다. 그중 '수업 중 아이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자신있게 답을 할 수 없었다. 특수 아이들 관련해서 아무 경험이 없는 나는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면접을 어떻게 마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면접실을 나서며, 이번에는 인연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돌아보면, 나는 특수 아동에 대한 이해도 경험도 없이, 학교에 대한 충분한 조사도 없이, 나만의 일방적인 수업 계획서를 작성했다. 무책임하고 부끄러운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 경험은 나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었다.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비록 이번 면접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 경험은 내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들었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때는 진심을 다해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