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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엄지 Sep 22. 2024

까만 손


“우리 딸은 손도 참 예쁘다.”


엄마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


집안에서 유독 하얀 피부를 가진 저의 손을 만지며

새카맣게 타버린 자신의 손을 번갈아봅니다.


“엄마 손도 엄마 얼굴도 전부 다 예뻐요.”

라고 말해주면 엄마는 거울을 꺼내 자신의 모습을 들

여다봅니다.


“피부가 까맣게 타서 하나도 안 예뻐. 언제 이렇게 늙었나 몰라.”

라고 말하며 거울을 다시 가방 속에 집어넣습니다.


자기 자신보다 더 소중한 게 많았고

자기 자신은 늘 마지막이었던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이미 새카맣게 타버렸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까만 손 덕에

제가 이렇게 하얀 손으로 자라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까만 마음 덕에

제가 이렇게 하얀 세상에서 숨 쉬며 살아있습니다.


나에게 당신은 손도 마음도 얼굴도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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