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싸한 말들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책에서 감명 깊게 읽은 한 줄에 내 생각을 더하여 그럴싸하게 뱉어내면 희한하게 척하는 말이 될 뿐 위로는 되지 않습니다.
고민을 듣고 “많이 힘들었겠다.” 하며 마음을 다독이면
기다렸다는 듯 그제야 참아왔던 말들을 쏟아냅니다.
한번 열린 입은 끝날 줄 모르고,
걱정거리를 모두 털어놓고 나서야 이 자리가 끝날 수 있습니다. 나는 그저 묵묵히 듣고 또 듣습니다.
아무 의미 없는 자리가 끝나고
지친 몸과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하루 종일 나만 기다렸을 고양이를 품에 꼭 안아줍니다.
“오늘은 뭐 하고 지냈어? 잠은 잘 잤어? 무슨 꿈꿨어?”
라고 쉴 새 없이 물으면 고양이는 "그르렁." 대답해 줍니다.
이걸로 알 수 있었습니다.
관심이 있다면 물어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밀린 숙제 하듯 못 보았던 시간만큼 쌓였던 걱정거리만 내내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관계를 유지해야 할 이유는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
친구 한 명을 또 잃었습니다.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불편한 사람은 만나지 않아도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을 놓아주는 것도
자꾸만 잃어버리며 살아도 다 괜찮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아직 남아있다면
생각만 해도 좋은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우리 집 고양이가 건강하게만 잘 자라준다면
나를 위로하는 내가 아직 살아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