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i Jan 14. 2024

새해 계획 하나 성공했다.

지금 살고 있는 시골집 매매 계약서를 작성했다.

  청룡 새해 계획을 세웠다.

  1. 지금 살고 있는 시골주택을 팔기

  2. 동생들이 살고 있는 친정가까이에 시골집을 구하기

  3. 그곳에서 홍차 전문점 오픈하기


  해마다 새해 계획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글로 쓰고 실행에도 옮겨보고 싶었다. 쉽지 않겠지만 하나하나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에 3가지 계획을 세웠고, 그중 하나가 지금 살고 있는 시골주택을 팔기였는데, 오늘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2번 계획이 있지만 1번 계획보다는 덜 어렵다. 늘 주택에 관심이 많아서 영상을 통해 그리고 실제 가보기도 수차례 했으니 주택매수에 관해 전혀 자신이 없는 건 아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은 부동산 빙하기'라고 말한다. 부동산 시장은 생물시장이라고도 하는데, 수요도 공급도 없으니 생물들이 다 상해서 시장 자체가 망가져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동산 중개소장도 앓는 소리를 하고, 주택인테리어 업체들도 한숨만 내뿜는다.


  이런 빙하기에 나는 집을 팔겠다는 마음으로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고, 곧바로 영상을 제작해서 광고를 했다. 쉽지 않을 거라는 부동산 소장님의 말에 나도 3년은 족히 걸리겠구나 했는데, 석 달 정도 되는 날 누군가 집을 보러 온다고 했고, 이미 영상을 통해 본 집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셈이었다. 매수자는 가격조정만 해주면 사겠다고 했다.  그렇게 쉽게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다. 부동산 소장님은 나에게 '신의 한 수'라고 말했다. 이 엄동설한에 그리고 최악의 부동산 빙하기에.


  집을 팔 때는 나만의 원칙이 있다. 여러 번 이사도 했고, 두 아이들 집을 매수도 해 본 지라 나름의 요령이랄까 뭐 그런 부분이 있다. 간략하게 적어보면 이렇다.


  1. 집안을 청소한다. 언제 불쑥 집 보러 올지 모르니, 집을 부동산에 내놓는 순간부터 구석구석 쓸고 닦고 청소를 하고, 지저분해 보일만한 물건들을 정리하여 공간을 넓게 보이게 한다.

 

  2. 불필요한 물건은 없애 버린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많다. 잘 살펴보고 과감하게 버린다. 버리려고 뒤뜰에 내놓았다가 도로 들고 들어오기를 몇 번 하기도 했다.


  3. 내 집에 대한 그리고 내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다.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은 집에 대한 장점은 당연한 것이고 단점이 있나 없나를 눈에 불을 켜고 살핀다.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집을 팔아야 하는 나는 단점도 장점으로 이해하도록 설명을 한다. 이번 매물은 주택이라 나무 한그루 꽃 한 포기에 대한 설명도 아끼지 않았다. 지금은 겨울이라 꽃피는 모습을 볼 수 없기에 미리 찍어둔 동영상을 TV 화면에 연결해서  사계절 아름다운 나의 정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의 정겨운 이웃에 대한 설명도 함께 해 주었다.


  4. 가격조정을 해 준다. 길 가다가 티셔츠 하나를 사도 가격을 조정하고자 하는 심리는 누구나 있다. 몇만 원도 아닌 몇억짜리 집을 사는데 원하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깎아줘야 집 사는 맛이 날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기에 손해가 아니라면 적당한 선에서 기분 좋게 결론을 내준다.


  5. 친절하게 직접 나의 집에 대한 설명을 한다. 부동산 중개소장이 함께 오지만 내가 사는 내 집은 내가 잘 안다. 우선 따뜻한 차를 준비해 놓고 차부터 마시면서 기본적인 설명을 한 후 집 내부를 보여준다. 낮이라도 온 집안에 불을 환하게 켜고 모든 문은 다 열어놓는다. 그리고 겨울에는 바닥을 따뜻하게 데우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냉방을 한다. 커튼을 예쁘게 묶어 햇살이 잘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게 하고 창문을 미리 열어서 환기를 잘해 둔다.


  이렇게 해서 석 달도 채 안되어서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남들은 운이 좋았다고 한다. 10년 된 시골주택을 이렇게 쉽게 팔다니 운수대통이 아니냐고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내가 5년 전에 이 집을 살 때 엉망진창이었다. 마당에 풀은 내 키만 했고, 거실 앞 데크는 비와 바람에 비틀어져 있었다. 창고 앞 쓰레기 더미에는 악취가 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붉은 벽돌집에 집터가 정사각형이었고 중정에 금목서와 은목서도 심겨 있었다. 잘 꾸미면 예쁜 집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구매를 했다.


  집을 산 이후 5년간 즐거운 마음으로 구멍이 숭숭 난 잔디밭을 가꾸었고, 잔가지가 산발을 하고 있는 나무 들은 깔끔하게 전지를 했다. 내가 좋아하는 꽃들을 계절별로 사다 심었고, 과일나무도 여기저기 심고 또 심었다. 이 집은 내가 새로이 탄생을 시켰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그러한 나의 마음을 매수자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 과한 말투로 자기 자랑만 한다면 오히려 매수자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내가 잘 가꾸어서라기보다는 이 집이 어떤 꽃과 나무를 심어도 매력적이라는 점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여자들의 로망인 나만의 10평짜리 티하우스를 보여주었다. 하얀 광목 커튼을 만들어 달았고 그곳에서 식물도 키우고 차를 마시며 음악도 듣고 글쓰기와 바느질도 했다고 말해 주었다.


  나의 짧은 5년의 역사가 여기서 끝이 나지만 나는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그림을 그리면 된다. 설렌다. 지금부터 두 번째 새해 계획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이전 02화 갑자기 거제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