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i May 06. 2024

그는, 저음의 목소리를 가졌다.

그리고 말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그는 말을 할 때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말한다.

상황에 따라 목소리 크기 조절을 하지 않는다.

늘 같은 크기의 목소리로 말한다.


아주 빠른 속도로 말을 하기에 총알하나 쑤욱 지나가는 느낌이다.

저음의 목소리에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우물거리며 말한다.

그의 말은 늘 알아듣기 힘이 들었다.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나는 긴장 속에 빠져든다.


그는 절대 두 번 말하지 않는다.

대신 화를 낸다.


나는 못 알아들어도 알아들은 척하고, 심지어 못 들은 척해서 넘겨버린다.

나는 이런저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와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기가 부담스럽다.


그는 나에게 청력에 문제가 있으니 이비인후과에 가 보라고 한다.

물론 나의 청력 테스트 결과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나는 타인과 이야기를 나눌 때 안 들려서 곤란해본 적이 없다.

그와 그의 형제자매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만 어려움이 있을 뿐이다.

늘 긴장해서 대화를 해야 하고, 그들의 입모양을 봐야만 겨우 대화를 할 수 있다.


그의 누나도 그의 형도 각자 배우자들 탓을 한다.

그들의 배우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말이다.


요즘은 참 좋다.

메시지로 대화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가 화를 낼 일도 내가 긴장할 일도 훨씬 줄어들었다.


휴대하고 다니는 전화기를 나는 너무 사랑한다.

나는 집을 나설 때 전화기, 신용카드가 들어 있는 지갑 그리고 자동차 열쇠는 꼭 챙긴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들이다.

그가 내게 어떤 말을 하더라도 나는 상처받지 않는다.

저 위 세 가지만 있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