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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 Apr 01. 2024

그는, 얌전해졌다.

일시적일 거야.

나는 전원생활 5년 만에 내가 태어난 고향으로 가고 싶어졌다. 

이유는 외로웠다.

이웃은 나에게 참으로 따뜻했다.

텃세니 뭐니 그런 건 모르고 살았다.

고마웠다.

하지만 수시로 낯선 강 한가운데 나 혼자 서 있는 느낌이었다.


마을에 행사가 있을 때, 그들은 부부가 참석했지만 나는 늘 혼자였다.

그들은 나를 수시로 불러 차를 마시자고 했다.

어느 순간부터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을 내 마음대로 불러 차를 대접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는 이웃 사람들이 우리 집에 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므로.


작년(2023년)에 입원을 두 번 했다.

나의 형제자매들은 걱정을 태산처럼 했다.

당장 고향에서 함께 살자고 했다.

부모님이 묻혀있는 땅 가까이 있자고 했다.


그러고 싶었다.

결정은 내가 하면 될 일이다.

학기가 끝나가고 있고 강의는 그만하는 걸로 정리를 했다.

마음의 준비가 다 되었을 때, 그에게 나의 뜻을 전했다.


그는 심하게 화를 냈다.

이곳에 남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라고 했다.

대신 나는 혼자라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 고향에 준비해 놓은 작은 아파트가 하나 있는데, 마침 전세 만기가 다 되어 세입자를 내보내고 그곳에 살면 되니까.

그리고 언제든지 마음이 달라지면 내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그에게 말했다.

마음을 정한 나는 이상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선택은 오직 그의 몫이다.


며칠이 지나자 그는 말했다.

"혼자 여기 남아서 살 수는 없고 같이 가자"라고.


그래서 전원주택을 내놓았고, 운 좋게 두어 달만에 팔렸다.

그는 편치 않은 마음을 종종 내 비치긴 했어도 이전의 그와 달리 많이 얌전해졌다.

나는 이사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그에게 해야 할 업무를 정해 주었다.

할 줄 모른다는 것은, 안 해봤기 때문이리라.


드디어 4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내가 다녔던 여고가 저기 산 위에 그대로 있다.

한때 나도 저 산위 학교에서 미래의 꿈을 펼칠 계획을 세웠던 적이 있었지.

뭉클한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까.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로 나갔다.

거실창 밖에 길게 강이 흐르고 있었다.

강물과 아침해가 만나 나의 두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이토록 아름다웠단 말인가.


동생들이 우리를 환대해 주었다.

분에 넘치도록.

동생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든든하다

아군과 적군의 차이라고 보면 될까.


지금부터 나는, 숨겨놓았던 날개를 꺼내어 기분 좋게 비상하려고 한다.

작고 소중한 비행이다.

따뜻한 이 봄, 굵고 단단한 벚나무 가지를 뚫고 나오는, 가녀린 꽃잎 같은 그런 비행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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