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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 Mar 25. 2024

그는, 술집마담에게는 아주 자상했었나 보다.

그는 자상을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다.

젊은 시절, 나는 두 아이 육아를 하면서 단절된 경력을 회복하느라 나름대로 이런저런 노력을 했다.

그는 아침 7시에 출근을 하면 새벽 2시 넘어야 퇴근을 한다. 

늘 술에 취해서 하는 말, "하루 업무의 마무리는 술집에서 한다".


그때는 토요일에도 근무를 했던 시절이다.

일요일은 지난 일주일의 피로를 풀어야 하고, 또 새로운 한 주를 위해 충전의 잠을 자야만 했다.


어느 날인가, 그때는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토요일 늦은 오후에 집으로  전화가 왔다.

그는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거실에 아이들과 놀던 내가 전화를 받았는데 상대는 상냥한 어떤 여자였다.

자꾸만 그를 바꿔달라고 하는 그 여인에게 나는 내게 말하라고 했다.


그 여자 이야기로는, 그가 어젯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술값 계산을 안 하고 갔다며, 계산을 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물었다.

"술을 외상으로도 주나요?"

그 여인은 말했다.

"자주 오시는 분은 다음 날 받아도 되니 뭐....."


전화를 끊고 잠자는 그를 깨웠다.

참으로 궁금했다.

술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그리고 어떻게 노는지.


나는 두 아이들에게 옷을 입히고 서랍장에 들어있는 현금을 준비해서 그와 같이 술집에 갔다.

그때는 항상 현금을 준비해 놓고 있어야 안심이 되던 때였다.

카드가 일상화되기 전이었으니까.

뭐 하러 따라나서냐는 그의 말은 무시했다.


겉으로 보기에 허름한 술집이었다.

실망했다.

한 달 월급보다 더 많은 술값을 지불해야 하는 걸로 알고 따라왔는데 너무 허접한 술집이 아닌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화려한 불빛과, 그 불빛아래 서 있는 성숙하고도 아름다운 여인에 놀라 자빠질 뻔했다.

겉과 속이 이렇게 다르단 말인가.

그 여자는 적잖이 당황해하는 눈치였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가볍게 나누었다.

나는 미리 준비한 현금 봉투를 내밀었다.

세어보지도 않고 테이블 위에 얹어 놓는 그 여자의 손이 보였다.

손가락이 가늘고 하얀, 예쁜 손이었다.

손톱의 매니큐어는 천정 조명에 빛이 났다.


나는 그 여인에게 부탁의 말을 했다.

"여기 구경 좀 시켜 주시면 안 될까요? 이런데 처음이라서요."


그 여인은 우리 가족을 어떤 방으로 안내를 했다.

각종 악기들이 세팅되어 있는 작은 무대가 마련이 되어 있었다.

예쁜 실내화에 붉은색 고급 카펫이 깔려 있는 방, 푹신하고 멋진 소파와 값이 꽤 나갈 것 같은 테이블, 그리고 기분 좋은 향기가 나는 화장실까지 있었다.


조금 있으니 음료랑 쿠키를 들고 그 여인이 들어왔다.

나는 또 물었다.

"여기서 남자들은 어떤 식으로 놀다 가나요?"라고.


그 여인은 말했다.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 따로 들어오고, 함께 놀아줄 아가씨들도 손님이 원하면...."


31세의 젊은 나는, 적어도 내 남편이라는 그가 이 나라를 부흥하는데 한몫을 하는 산업역군인 줄 알았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우리나라가 풍족한 시절이 아니었기에, 국가의 발전에 우리 모두가 이바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많은 시간과 적지 않은 돈이 술집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었다.

이 세상이 괘씸했다.


나는 언젠가 두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세상의 문을 열고 비상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침에 그가 출근하면 나는 항상 신문을 펼치고 한 글자도 빠짐없이 읽고 또 읽었다.

세상 흐름을 알고 싶었고 경력단절을 회복하게 되면 나의 두발이 그곳에 있어야 하므로.

그런 자그마한 꿈을 가진 내가, 겉과 속이 다른 이 집을 나서는 순간 작고 초라한 아낙네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내게 건네는 그 여인의 말 한마디가 나의 뇌리에 내리 꽂혔다.

아팠다.

"사모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김대리님이 자상하셔서".

        그가 좋아하는 술, 나는 해외여행을 갔다 올 때 그리고 그의 생일날이면 꼭 저 술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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