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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군 Aug 25. 2023

이탈리아에서

미워할 수 없는 마성의 연인 같은 나라

내 사전조사에서 가장 요주의 국가는 단연 이탈리아였다. 

특히 로마에서는 아차 하는 순간 여권이, 지갑이, 가방이, 카메라가 사라지는 경험을 할 거라고 겁을 주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난 이미 벨기에에서 소매치기를 당했고 오히려 이탈리아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 

다만 벨기에에서의 악몽을 교훈 삼아 로마에서는 특별히 더 조심하기는 했었다. 


나의 선입견일 수도 있겠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사람들의 표정부터 말투, 몸짓까지 이전 나라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나쁘게 말하면 두서가 없고 질서가 없는 것이고,

좋게 말하면 영혼까지 자유로워 보였다.

나쁘게 말하면 뺀질뺀질하고 능글능글한 느낌이었고,

좋게 말하면 한없이 느긋하고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두 얼굴의 야누스 정도가 아니고 예닐곱 가지의 얼굴을 가진 끼 많은 애인의 모습이었다.

바람도 피우고 거짓말도 하지만 절대 미워할 수 없는 마성의 연인처럼 느껴졌다. 


로마만 해도 복작복작한 시장통 같은 모습부터 콜로세움을 포함한 거대하고 장엄한 유적들까지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풍경이 가득했다. 


이탈리아는 서른한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처럼 너무도 다양한 맛이 공존했다. 

게다가 그 맛이 하나하나 다 독특해서 가능하다면 서른 하고도 하루동안 머무르면서 구석구석 돌아보고 경험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은 운하의 도시 베네치아,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배경이 되었던 두오모 성당이 있는 도시 피렌체, 골목길을 지나다 보면 어디선가 늘씬하고 세련된 모델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은 도시 밀라노까지... 

도시마다 너무도 다른 분위기에 경이로울 정도였다. 

포시타노 마을이나 부라노섬의 그 특출한 분위기는 또 어쩔 것인가?

영화 '일포스티노'의 배경으로 나옴직한 한적한 어촌마을의 목가적인 풍경은 또 어찌할 것인가?

이처럼 골고루 멋스럽게 차려진 곳이 바로 이탈리아였으니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극찬을 해서 좀 무안하다.

나는 좋아도 좋은 내색 잘 못하는 사람인데 지나치게 칭찬을 노골적으로 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적어도 내게는... 

그리고 적어도 2007년의 그 여행에서는... 

최고로 멋지고 매력적인 여행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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