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군 Aug 26. 2023

스위스에서

내 인생의 마지막은 스위스에서...


물론 지금까지 내가 가본 나라보다 안 가본 나라가 훨씬 많다. 

여름휴가 등등을 포함해도 내가 해외여행을 한 것은 모두 3번에 불과하다.

그래도 그 미천한 경험을 총동원해서 살펴보았을 때...

내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은 곳은 단연 스위스다.

그만큼 편안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스위스에 들어서면서 느낀 첫인상은 우리나라처럼 산이 참 많다는 것이었다.

스위스 하면 알프스가 자동으로 떠오를 정도이니 당연하긴 하다.  

그때 유럽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곳도 스위스의 산, 알프스, 그중에도 융프라우요흐였다. 

눈 덮인 정상의 압도적 풍경을 담은 사진은 내 가슴을 뛰게 하기 충분했다. 


인터라켄에서 등산열차를 타고 융프라우요흐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도착한 곳은 얼음동굴이었고 그 동굴을 지나니 선글라스가 아니면 눈을 뜨기도 힘든 설경이 펼쳐졌다. 

스위스 알프스에, 그것도 융프라우요흐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가끔 거기에서 찍은 새하얗고 광활한 눈밭의 사진들을 보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할 때가 있다.     

그곳에서의 또 하나의 강력한 추억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신라면'이다. 

유럽여행안내서에 있었던 쿠폰으로 그곳 전망대에서 컵라면을 사 먹을 수 있었다. 

 융프라우요흐에서 한국 컵라면을 먹는 참으로 어색하면서도 재밌는 경험을 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루체른이었다. 

유럽배낭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 융프라우요흐였다면,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곳은 루체른이고 가장 좋았던 것은 리기산 트레킹이었다. 

해질녘 잔잔한 강 위에 투박하지만 정겹게 걸쳐있는 카펠교의 풍광은 그 자체만으로도 따뜻하고 멋스러웠다. 

1박을 하면서 특별한 목적 없이 카펠교를 왕복한 것만 여러 번이었다.  

또한 주위 강 가로 늘어선, 꽃이며 과일 등을 팔던 노점을 구경했던 기억도 아련하게 남아있다. 

다음날 루체른에서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리기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열차를 탔다. 

산 정상에서 잠시 멍 때리기 좀 하고 천천히 내려오면서 트레킹을 했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높았고 바람은 시원했고 공기는 상큼했다. 

한껏 들뜬 발걸음으로 리기산의 초록 양탄자를 밟으며 걸었던 그 시간은 스위스에서, 유럽에서 그리고 내 인생의 여행 시간 전체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눈과 귀와 코가 그리고 발까지 행복한 곳이 있는지 놀랍고 부러울 따름이었다. 

만약에 내가 이곳에 다시 온다면 그때는 하루가 아닌 며칠간 머물면서 느긋하게 산책을 하고 또 하리라 다짐했었다.  


스위스는 대체 불가의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머물고 사람이 멈추는... 느리지만 감동스러운 나라다. 

특별한 즐길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자연이 만든 산과 호수 만으로 최고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돈은 많은데 쓸 데는 없는 고마우신 어느 분이 내 인생의 마지막을 보낼 도시를 하나 정하라고 한다면 리기산이 보이는 스위스 루체른을 선택하겠다. 

너무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다만 나중에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한달살기' 후보지에서 스위스는 제외했다.  

그때도 스위스의 물가는 다른 어느 유럽 나라보다도 훨씬 비싼 넘사벽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든 기회가 되면 한 달은 어렵더라도 가능한 한 여러 날 스위스에 머물며 그 대자연의 축복을 한껏 누리는 호사를 다시 한번 누리고 싶다.  

슈퍼에서 구입한 요거트로 끼니를 때우는 한이 있더라도...


이전 08화 이탈리아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