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했던 친구들로 기억되다
2007년 배낭여행을 하면서 밤늦게 돌아다닌 적이 별로 없었다.
관광지 중 야경이 멋진 곳은 일부러 해가 진 후 찾아가기도 했지만 아무튼 밤에는 가급적 숙소에 있었다.
모험을 즐기는 편이 아닌 나로서는 치안이 불안하다 싶은 곳에선 가급적 밤외출을 삼갔다.
오래 사는 게 삶의 목표는 아니지만 비명횡사는 피하고 싶은 게 내 소망 중 하나다.
술을 먹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예외적인 곳이 있었으니 바로 체코에서였다.
여행에서 이용한 숙소는 크게 호스텔, 호텔 그리고 한인민박이 있었다.
체코에서는 한인민박을 이용했는데 그곳에 함께 머물게 된 사람들과 같이 어울릴 기회가 생겼다.
물론 다 나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이었다.
수줍음이 병적으로 많은 나였지만 먼저 다가오는 어린 친구들 덕분에 체코에 머문 동안 함께 다닐 수 있었다.
특히 민박에서 다같이 저녁을 먹고난 후 밤마다 시내로 나갔다.
카를교와 프라하성의 야경을 이틀 연속 보고 하루는 술집에 들어가 맥주와 우리나라 족발 비슷한 요리를 함께 즐겼다.
여행 중 밖에서 술을 마신 것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체코는 여행 자체보다 함께 했던 그 어린 친구들과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체코 프라하의 이미지는 강렬하지는 않지만 나름 인상적이었다.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을 거쳐 체코에 들어왔는데 이전 나라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자극적이고 흥미진진하고 감탄스럽다는 느낌은 없었다.
대신 다른 나라보다 조금은 더 소박하고 수수하고 단순한 느낌이었다.
오래 두고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담백하고 슴슴한 음식의 맛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아마도 동유럽 국가들의 느낌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헝가리나 폴란드 같은 나라들도 가보고 싶었는데 일정상 여의치 않았다.
그래도 한 번쯤은 가 볼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죽기 전에...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