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집 아가씨
가수 송창식 선생님의 노래 중에 '담배가게 아가씨'가 있다.
"우리 동네 담배 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로 시작한다.
예상하겠지만 동네 백수건달 같은 화자가 담배 가게 주인집 딸로 추정되는 그 아가씨를 남몰래 흠모하는 내용이다.
독일 여행 얘기를 하면서 이 노래가 떠오르는 건 바로 그 '호텔집 아가씨' 때문이다.
독일에서의 첫 숙소로 작은 호텔을 미리 예약했었다.
그 호텔 로비로 들어서는데 아담한 키에 약간 마르고 피부가 엄청 하얀 금발의 아가씨가 보였다.
내가 인사를 하고 예약을 했다고 하니 그 아가씨가 정말 아주 매우 몹시 환하게 웃었다.
거의 15년도 더 지난 일인데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예쁘기도 예뻤지만 그 미소와 밝은 목소리 그리고 친절한 태도에 내가 홀딱 반했다.
물론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미소와 친절일 수도 있겠지만 유럽여행을 하면서 그런 환대는 처음이었다.
아쉽게도 그날 오후 외출할 때도, 다음날 체크아웃을 할 때도 그 아가씨는 보이지 않았다.
사진이라도 한 장 같이 찍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실 유럽여행에서 가상 특색이 없었던 곳이 독일이었다.
우리나라와 묘하게 그 이미지가 닮았다.
대도시의 풍경은 그것끼리, 교외의 풍경은 또 그것끼리 흡사했다.
한옥 대신 유럽풍 오래된 건물들이 보이고, 황인종이 아닌 백인들이 대부분이고, 현대기아차가 아닌 독일 3사의 자동차들이 주로 지나다닌다는 것...
그런 차이 말고는 크게 다르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래도 그중 인상적인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첫째는 많은 길거리 예술가들이다.
쾰른역에서는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을 보았다.
뮌헨에서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노부부 악사를 보았고 분위기 최고였던 젊은 첼리스트도 보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노이슈반슈타인성이다.
실제로 보고 큰 감흥이 있었던 건 아닌데 달력에서 본 것 같은 그 성을 직접 보았다는 것...
더 솔직히 말하면 달력에서 본 것 같은 구도로 그 성의 사진을 직접 찍었다는 것이 기뻤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독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그 '호텔집 아가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