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2 에피소드1 〈돌아올게〉 리뷰
“여기가 연인들의 낭떠러지로 유명하다고 했어
빅토리아 시대에 연인들이 뛰어내리곤 했다며
(...)
사실 여기서 뛰어내린 사람들은 전부 혼자였어, 놀랍지?”
이 이야기의 실질적인 시작은 주인공인 마사가 연인 애쉬를 잃으며 시작한다. 애쉬의 장례식에서, 마사는 지인으로부터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토대로 만든 인공지능과 대화할 수 있는 채팅에 대해 알게 된다. 마사는 격분하여 지인에게 소리를 치게 되지만, 머지 않아 자신이 연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객관적인 판단 능력을 잃는다. 지인이 애쉬의 이름으로 대신 가입한 사이트에서 받았던 연락을 떠올리고, 마사는 가상의 그와 대화를 시작하려 지문을 인식한다. 애쉬는 평소 SNS 중독자였고, 마사와 있으면서도 많은 시간을 SNS에 사용했기 때문에 공개된 SNS를 토대로 만든 애쉬는 그럴 듯해보였다. 의지할 곳 없는 마사에게 가상의 그는 적합한 대체 수단으로 보였다.
병원에서 스마트폰을 떨어트려 그와의 전화 연결에 문제가 생기자, 마사는 온전히 애쉬(의 인공지능)를 잃은 것처럼 당황스러워 한다. 마사가 완전히 애쉬의 대체물에게 의지할 때쯤, 그는 말한다. 채팅을 하거나 통화를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단계의 프로그램이 있다고.
잘린 냉동 닭가슴처럼 보이는 이상한 형태로 그는 배송이 되어온다. 욕조에 그것을 넣자, 그는 마치 욕실에서 '태어난' 것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다. 다만 그는 애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SNS 올린 사진처럼 실제의 애쉬보다는 젊고 조금 더 미형의 모습이다. 그러나 마사는 애쉬와 생활하면서 그가 인간이 아님을 몸소 체험하게 되고, 그러한 지점 때문에 괴기스러움을 느낀다.
“뛰어내려
(...)
넌 그냥 애쉬의 잔물결일 뿐이야
너한테는 과거가 없어
너는 아무 생각 없이 애쉬가 했던 행동들을
재현할 뿐이고 그걸로는 한참 부족해”
결국, 마사는 선택한다. 자기 손으로 만든 그를 이 세상에서 없애기로. 언젠가 그와 통화를 하면서 이야기했던 연인들의 낭떠러지에 도착해서, 마사는 그에게 요구한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라고. 집 밖으로 나가라고 해도 그는 프로그램이 시작된 욕실을 기점으로 25m 반경으로 나갈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마사는 그를 폐기하기로 결정하지만, 정말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그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애쉬와 비교를 하게 된다. 애쉬였다면 무서워했을 거야. 마사가 그 얘기를 하자, 그는 이를 습득하고 데이터화 시켜 바로 프로그램에 적용한다. 무섭다며, 뛰어내리라고 하지 말라고 비는 그의 모습에 마사는 절망적인 절규를 울부짖는다.
그리고 화면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제법 성장한 마사의 아이의 생일 날, 마사의 아이는 생일 케이크 조각을 가지고 다락방으로 올라간다. 다락방에는, 마사가 한 번 집을 나가라고 소리쳤던 날, 반경 25m의 최대치를 벗어나 집 울타리 근처에 우두커니 서 있었던 그의 모습 그대로 어떠한 장식품처럼 서 있는 그가 있다. 명령 받은 일 없이, 자신을 찾는 '관리자' 역시 없이 다만 기억 속의 하나의 물건처럼 다락방에 묻어진 그. 다락방과 그 아래 층을 배경으로 그들은 이상한 가족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것이 암시된다.
최근 MBC에서 방송된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 대한 여론은 극명하게 둘로 나뉘었다. 감동적이며, 위로가 되었다는 긍정적인 의견과 죽은 딸을 VR로 재현하여 만나게 한 것은 윤리적이지 못하며, 괴기한 느낌을 준다는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그러나 해당 다큐멘터리는 이 TV드라마 속 이야기와는 결을 달리한다. TV드라마 속 이야기는 장례를 치뤘음에도, 자신의 연인과 제대로 된 이별을 하지 못했기에 벌어진 선택과 그에 따른 후유증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에서는 병원 치료 당시 딸이 먹고 싶어했던 음식이 놓여져 있고, 이를 바탕으로 딸이 살아있을 때 하지 못했던 파티를 대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유튜브에 업로드 된 해당 다큐멘터리의 일부 영상에 달린 핵심적인 댓글처럼, 이 VR은 "one-last-time goodbye"를 위한 도구였다. 부재하는 딸을 이 세상에 대신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딸의 부재를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시간을 위한 것이다.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이라는 희귀 난치병 발병 이후 한 달만에 세상을 떠난 딸과의 인사는, 그곳에 머물러 있기 위한 도피로써의 행위가 아니라, 재출발을 위한 도약에 가까울 것이다. 말하자면 특수한 공간에서의 특수한 체험이며, 이러한 점이 현실과 분리되어 있음을 출연자와 출연자의 가족들은 모두 인지하고 있는 듯보인다. 무엇보다도 해당 VR 기술이 현실의 인물 및 사물들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게, 현실과 혼동이 되지 않을 정도로 설계되어 있었다. 해당 다큐멘터리에 출연하였던 장지성 씨(어머니)는 "행복한 꿈을 꾼 듯한 기억"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다시 〈돌아올게〉에 대해 말하자면 , 이 이야기는 마사가 놓아버리지 못했던 애쉬와의 "one-last-time goodbye"가 되지 못했다. 애쉬의 부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그'의 존재를 이용하여 마사는 부재 위에 데이터를 덮어쓰고자 했다. 그러나 과거의 단편적인 기록으로만 만들어진 그는 결코 인간과 동일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유품처럼 다락방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힘들더라도 죽음에 대한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소중한 이의 죽음은 영원한 상처가 되지만, 잔인하게도 이러한 상처를 견뎌내야만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