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그 여자 이야기
마당가에 소꿉놀이하듯 심어 놓은 고추며 들깨, 물외와 호박 구덩이에 호스를 연결하여 물을 듬뿍 주면서 나는 또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쉰다. 비가 좀 왔으면…….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른 하늘이 야속했다. 들녘에는 농작물들이 목말라죽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산기슭 과수원에도 설익은 과실과 잎이 지쳐 땅에 떨어져 눕는다. 지하수를 판 곳에서는 연일 물을 퍼 올리느라 농민들은 비지땀을 흘리고,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무렇게나 버릴까 보아 보를 막고, 물고를 손보느라 끼니조차 잊는다.
한창 애호박을 주렁주렁 매달 시기인 호박 줄기마저 배배 꼬인다.
“아침나절에 퍼뜩 댕기 온나.”
남편은 아침 일찍 농약을 치려 논으로 향하며 오금을 박는다. 내 귀에는 ‘할 일이 지천인데 병원 갈 여가가 어디 있느냐’는 소리로 들린다. 농촌 아낙네에겐 아픈 것도 사치다. 무쇠로 만든 몸뚱이라면 좋을 텐데. 내심 서운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서둘러 외출 준비를 했다.
골목을 나서니 시원한 바람 한 자락 불어온다. 심호흡을 하자 농약 냄새가 물씬 풍겨 온다. 벼가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나락 논에 멸구가 기승을 부리니 집집마다 살충제를 치는 모양이다. 나락 논에 병충해가 번지기 시작하면 방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지만 농약 냄새는 아무리 맡아도 친해질 수 없는 냄새다. 점심때가 되기 전에 다녀오려면 서둘러야 한다.
하루에 두 번 있는 완행버스를 탔다. 하필이면 오일 장날이다. 버스 안은 이 마을 저 마을에서 장 보려 가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벌써 햇밤과 햅쌀 등 장거리를 챙겨 들고 가는 바지런한 노인네도 보인다.
“아요? 새댁이도 장에 가는 가베?”
당감 골 석촌 아주머니다.
“아지매도 장에 가시는가베 예.”
하면서 나도 반갑게 인사를 한다.
“저 아가 또 핵교 안 가고 저기 있네.”
읍내 주차장에 내려 막 개찰구를 빠져나오는데 석촌 아주머니가 쯧쯧 혀를 찼다. 전자오락실 앞에 놓인 의자 옆에 목발을 세워 놓고 멍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그 아이를 봤다. 초등학교 6학년 치고는 멀쑥하게 큰 키다. 살점이라곤 없어 보이는 깡마른 모습이다.
“명구야! 너 학교 안 가고 왜 여기와 있어?”
아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이며 의자 옆에 기대 두었던 목발을 만지작거렸다. 뜸을 들이다가 재차 내가 묻자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몸이 아파서 예. 병원 갈끼라 예.”
“그래? 그럼 나도 병원 가는데 같이 가자.”
“아니 예. 할매랑 같이 왔어 예.”
“그래? 할매 어디 계시니?”
아이의 눈이 휘청거리는 것 같더니 의자에서 일어났다. 목발을 짚고는 휘적휘적 대합실 문밖으로 나갔다. 저 아이 눈빛이 왜 저렇지? 나는 아이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섰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어떤 여자가 말을 걸었다.
“저 아이를 압니꺼?”
내가 돌아보자 여자가 배시시 웃으며 쳐다본다. 읍내에서 꽃샘 다방을 운영하는 여자다. 워낙 좁은 지역이다 보니 이래저래 안면이 있는 사이다.
“예.”
“저 아이 부모가 진짜 없습니꺼?”
“아니 예. 다 있습니더.”
“할매하고 둘이만 산다던데…….”
“와 예? 뭔 일인데 예?”
“저 아는 늘 읍내에 살아 예. 가게 같은 데서 도둑질함서.”
“설마, 엄마가 읍내에 일하려 다니는 줄 아는데. 병원에 간다 쿠던데예.”
“다 거짓말입니더. 우리 집에서 도둑질하다가 내한테 두 번이나 잡혔어 예. 경찰에 넘길라다가 병신에다 좀 모지래는 것도 같고, 불쌍타 싶어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말라 타일러 보냈지 예. 저거 할매랑 둘이만 산다던데.”
하면서 여자는 아이에 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줄줄 풀어냈다.
“아닙니더. 잘못 아셨겠지 예. 심성이 고운 애로 알고 있는데 예. 부모도 다 있습니더.”
여자는 얼굴을 찡그리며 오히려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고개를 까딱하고 대합실을 나간다. 나도 서둘러 대합실 문을 나섰지만 아이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시내버스를 탈까 하다가 걷기로 했다. 병원이 있는 읍내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그 아이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 아이를 생각하면 그 여자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고, 그 여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화나고 속상하고 불쌍해서 눈물 난다.
농촌 삶이란 여자에게 남편의 사랑은 살아가는 힘이요, 보람이다. 남자가 할 일이 따로 있고 여자가 할 일이 따로 있다지만 농사짓는 일은 여자의 손이 없으면 어정 잡이 농사밖에 지을 수 없다. 농촌 여자는 강하다. 온갖 농기계의 보급으로 억척스러운 여자는 남자처럼 기계를 부리며 논밭을 누빈다. 남자가 없어도 너끈히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에게 울이며 기둥이다. 더구나 아무리 남편이 병신에다 바보라도 남편 있는 여자는 대우받는 곳이 또한 농촌의 인심이다. 그 여자에게도 남편은 울이며 기둥일 것이다.
“아이고 반갑다. 장에 왔더나? 내가 커피 한잔 사 줄낑께 다방에 들어가자.”
지난 오일장이었다. 장을 보려 나갔다가 장바닥에서 그 여자와 마주쳤다. 앞치마를 두른 여자는 내 팔을 덥석 잡으며 어찌나 반가워하는지. 나는 머쓱해져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북적거리는 저잣거리,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이 무안해서 다방 갈 틈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라마 니 따라가도 되것제? 내가 저 옆 골목 식당에서 일한다 아이가. 점심시간이라 공과금 내로 우체국에 댕기 오는 길이다. 내가 커피 사 준다쿵깨. 아요?”
“아니 예. 저도 바쁩니더.”
나는 시장 골목을 들어서며 딴전을 피웠다.
“아요. 아무리 바빠도 내랑 이약 좀 하고 가모 안 되나?”
그렇게 말하며 여자는 금세 눈물이라도 떨어뜨릴 기세다. 슬픔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자기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냐는 듯, 그러면서도 내가 자기를 떨치고 가 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눈빛이 너무도 간절했다. 말을 나눌 상대를 찾다가 겨우 나를 발견한 것 같았다. 피할 수가 없겠구나 싶어 나는 축협에 볼 일이 있으니 같이 가자고 했다. 여자는 자꾸만 ‘커피 한 잔 사 주고 싶은데’ 하면서 따라왔다. 축협에 들어서자마자 여자는 거리낌 없는 목소리로 다짜고짜 자기 남편 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축협 직원들이 무슨 구경거리 생긴 것처럼 시선을 집중했다.
“지금 그 년이랑 저 우에 여관에 죽치고 있다. 내가 알지만 우짜것노. 지집에 환장한 걸. 쇠 새끼 다섯 마리를 200만 원에 몽땅 팔아 갖고 갔다. 쇠 마구가 텅텅 비삣다. 인자 아무것도 없다. 우리 집은.”
나는 여자에게 목소리 좀 낮추라고 하며 손님용 의자에 가서 앉아 기다리라고 했다. 일단 내 볼일부터 봤다. 빚 이자도 갚고, 목돈 마련 불입금을 내고, 축협 직원이 이것저것 계산하는 사이에 나는 그녀의 앞자리에 가서 앉았다.
“전에 그 여잡니꺼?”
나도 들은 이야기가 있는지라 그렇게 물었다.
“그 여자는 벌써 집 한 채 싸악 볼가 묵고 날랐다.”
“그라모 이번에는 또 어떤 여자라 예?”
“논다니 것제. 그런 년이 아이모 붙나? 그 인간이 원체 잘났싱께 그런 년들이 사족을 몬 써는 기라. 우리 집에 들어와 살것다고 왔는데 머스마꺼정 있다쿠는 가시나가 참 잘 났더라. 내 보다 두 살이나 많다는데 아직도 처니 같더라.”
“시어머님이 있는데 예?”
“우리 어머이 말을 듣나. 내 보고 보따리 싸서 나가람서 그 인간이 발길질을 하길래, 그 인간 뒤에 서서 구경꾼 노릇을 하는 그 잡년 멀꺼닥을 확 잡아서 와득와득 뜯었다. 혼쭐이 나서 줄행랑을 놓았거마. 그라고 나서는 그 인간한테 돈 만들어 오라꼬 꼬실리는 기라. 우리 집도 축협에 잽히 있다. 탈탈 털어도 먼지만 나는데, 그 년이 돈 있는 줄 알고 저리 알랑방구 낌서 들어와 살것다고 내 보고 나가라고 밤마동 전화질이더마 요새는 좀 뜨음해서 우짠 일인고 했더니 저 지랄이다. 그 년인지 딴 년인가 모르것다. 그 년들한테 화냥 년이라꼬 욕을 됫박으로 해싸도 내 입만 아푸제 소양 없더라.”
“욕 들어도 싸네 예.”
“맞제? 그래 맞다.”
나는 맞장구를 쳤지만 그녀가 안쓰럽고 불편했다.
“아지매는 말라꼬 그리 고생합니꺼? 내 믹이 살리라 쿠고 집에 들어앉아 있지 예.”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꼬 우리 명구하고 묵고 살아야지 별수 있나. 그 인간이 돈 떨어지모 들어와 개 패딧기 패지나 말모 살것거마.”
나는 그 여자에게 자기 남편과 헤어지라는 입 바른 소리도 할 처지도 아니고, 설령 그 여자가 자기 남편과 헤어진다고 해도 제 삶을 똑 소리 나게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당신의 팔자려니 생각하고 기다리며 참고 살라든지 하는 소리도 할 처지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다 길에서 여자를 만나면 그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다. 타인이라는 것은 이래서 때로는 편한 것일까.
화장을 했는데도 기미가 새까맣게 끼인 얼굴인 데다 뜨이다 만 눈, 합죽한 입, 붙다만 코, 숱 없는 머리카락은 쥐꼬리처럼 뒤통수에 묶여 있고, 작은 키에 바싹 마른 몸피, 갈고리 같은 손은 아무리 봐도 고운 구석이라곤 없는 여자다. 겨우 서른일곱이라는 여자는 적게 보아도 사십 대여섯은 되어 보일만큼 삶에 찌들었다.
사람들은 명구 아버지, 어머니를 조금 모자라는 사람으로 안다. 그러나 명구 어머니는 말을 시켜 보면 모자라는 사람은 아니다. 사리 분명하고 정도 있고, 생활력도 강하다. 주변머리가 좀 없는 것이 탈이지만 그 가식 없는 단순성이 장점인 여자다.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참 안쓰럽게 느껴지는 여자다. 좀 모자라게 태어났으면 인물이라도 훤하던가. 인물이 볼품이 없으면 몸매라도 좋던가, 인물이고 몸매고 볼품없으면 똑똑하기나 하던가. 친정이 든든하던가.
그 여자는 자기 부모와 형제가 분명히 살아있는데 어디 사는지를 모른다고 했다. 어려서 길을 잃어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온갖 험한 일을 겪으며 살아오다가 어찌어찌 명구 아버지를 만나 혼인식도 안 하고 남자를 따라와 살림을 차렸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고생을 하고 자랐으니 생활력 하나는 강했다. 시부모 모시고 가난한 촌 살림을 억척스럽게 꾸려 나갔다. 논도 서너 마지기 사고 부부간에 금술도 좋았단다. 명구를 낳아 기르면서 그 아이 하나만 잘 키우자고 산아제한까지 했단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