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회 부부 모임이 있던 날이다. 아내의 손을 잡고 동창회 모임에 갔다. 내 친구들은 너도나도 나와 아내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내 친구의 아내들은 슬금슬금 아내를 피했다. 구석진 자리에서 저네들끼리 쑥덕거렸다. 아내는 그 여자들에겐 일별도 주지 않는다.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참 당당했다. 나는 그런 아내가 너무 예뻐서 자꾸만 웃었다. ‘어머, 선미 엄마 더 예뻐졌어요. 요즘 사랑을 하나 봐.’ 읍내 사는 준석이 아내가 내 아내에게 호들갑을 떨며 인사를 했다. ‘어머, 그래요?’ 준석이 아내는 내 아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한 마디 더 했다. ‘얼굴 빨개지는 걸 보니 진짜 사랑에 빠졌나 봐요.’ 나는 기분이 좋아 헤에 웃었다.
나는 아내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자꾸 웃었다. 아내를 예쁘다고 해 주는 그 여자의 어깨도 쳐 주고 싶었다. ‘많이 좋아지셨네요. 근 일 년을 병원에 있었죠?’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어! 그 말이 사실이에요? 그 신경이 죽었다는 말?’ 아내는 빙긋 웃으며 준석이 아내에게서 등을 돌려서 내게 먹을 것을 준다. 내 컵에 콜라를 따라 주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 그릇을 당겨서 내 앞에 놓는다. 아내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빈 그릇에 덜어내 내 앞에 놓는다. 저쪽에서 병수와 병수 아내가 바라본다. 병수는 측은한 눈빛이고, 병수 아내는 눈초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병수, 병수 이 일로 와.’ 나는 병수를 부른다. 병수는 술잔을 높이 들어 흔든다. 나는 콜라 컵을 들고 마주 흔든다. 아내의 눈이 새치름해진다. ‘자기, 그만해.’ 아내는 내 팔을 잡아 내린다. 아내는 병수를 본척만척한다. 아내는 맥주를 마신다. 내 친구들이 아내 곁에 모여든다. 아내는 그들이 건네주는 술을 남김없이 받아 마신다. 아내의 얼굴이 발그레 해진다. 아내가 참 예쁘다. ‘나 화장실.’ 나는 친구들에게 아내를 맡기고 화장실을 찾아간다.
친구의 아내들이 나를 곁눈질하며 쑥덕거린다. ‘어쩌다 저 지경이 됐대?’ ‘트랙터 타고 타작하고 오다가 그랬데.’ ‘4톤짜리 화물트럭 하고 박치기했다 잖아. 사지는 멀쩡한데 머리만 깨어졌더래.’ ‘다들 죽는 줄 알았다네. 숨만 꼴 딱 꼴 딱 쉬고 있다가 몇 달 만에 기적처럼 살아났단다.’ ‘근데 그게 안 된대 글쎄. 그것만이 아니고 아예 썽 내는 신경이 죽어버렸단다 글쎄.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지?’ ‘근데 그 소문이 참말이야? 병수 씨 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 ‘희한한 소문도 다 있어. 둘이 데이트 자리에도 꼭 데리고 다닌 댄다 글쎄. 아예 셋이 같이 잔다네.’ ‘그걸 시댁 사람들이 가만 둬?’ ‘안 두면 어쩔꺼야. 제 자식이 저 모양인데. 서방질을 해도 제 남편 끔찍이 위하는 데 누가 무슨 말을 하겠어.’ ‘허긴 그래.’ ‘같은 여자 입장에선 참 안됐다. 그 집 애들이 불쌍해서 어쩌누.’ ‘애들도 다 컸으니 알 건 알겠지.’ ‘병수 씨 아내도 아나?’ ‘어렴풋이 아나 봐. 그래도 어떡해. 저네 부부가 병수 씨네 농사까지 다 지어주나 보던걸.’ ‘세상에 이 기막힌 사연.’ 나는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본다. 내 잠지에서 나오는 물은 쫄쫄 흐르다마는 실개천 물이다.
아내는 애들을 끔찍이 사랑했다.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아내는 애들 때문에 속을 끓였다. 우리 동네에서 면 소재지 초등학교까지는 삼십 리 길이다. 늘 1톤 트럭으로 통학을 시키던 내가 병원에 눕자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었다. 어머니는 연세가 많으신 데다 이웃 마을에 사셨다. 아내는 아이들 일까지 병수의 도움을 받았다. 병수는 내 트럭을 가지고 아이는 학교로, 아내는 병원으로 태우고 다녔다. 또한 자신의 일을 접어두고 나를 위해 사방으로 발 벗고 뛰었다. 교통사고 가해자와의 합의라던가, 보상관계 등, 사고 수습까지 도맡아 해 주었다고 들었다. 참 고마운 사람이었다. 평소 나와 가장 친했던 단짝 친구였기에 가능했는지, 내 아내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던 탓에 가능했는지 나는 잘 모른다. 다만 병수가 내겐 은인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언니에게 맡겨야겠어. 어차피 중학교는 도시로 내 보내야 할 형편이니까 이 기회에 정리하고 싶어. 자기 괜찮지?’ 병실 침대에 반죽음이 되어 있는 내게 물으나 마나였으나 아내는 늘 그렇게 혼자 말하고 혼자 답을 했다. ‘자기 표정만 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 난 알아. 잘 생각했지?’ 아내는 내가 뇌수술을 세 번째 받을 동안 아이들을 도시로 유학을 보냈다. 둘 다 도시에 사는 처형에게 맡겼다.
그러나 지금은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있다. 교통사고 보상금으로 받은 돈으로 장만한 아파트에 산다고 했다. 아내는 한 번도 나를 데리고 그 집에 가지 않았다. 나 역시 나를 데리고 가 달라고 보챈 적이 없다. ‘다 자기를 위해서야. 자기 건강에는 촌에 있는 게 제일 좋대. 도시는 공기가 나빠서 자긴 하루도 못 견딜 거야. 면역성이 떨어져 있는데 감기라도 들면 큰일이잖아. 자긴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하는데.’ 나는 아내의 마음을 이해한다. 내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아내의 심정을 안다. 아내는 너무 젊다. 너무 건강하다. 아내는 죄인이 아니다. 그런데도 아내는 늘 죄인이다. 병신 남편을 버리고 나가 산다는 것이 아내에겐 용서할 수 없는 죄다. ‘난 나를 용서할 수 없어. 빨리빨리 늙어 꼬부랑 할매가 되었으면 좋겠어.’ 아내는 알맞게 살이 올라 보기 좋은 내 몸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리곤 했다. ‘어떻게 좀 해 봐. 진짜 아무 생각도 없어. 그럼 만져 라도 봐.’ 나는 그냥 아내의 벗은 몸을 안고 가만히 누웠다. 아내가 만지라면 만지고 그만두라면 둔다. ‘아무 느낌도 없어? 이렇게 꼬집어도?’ 나는 그냥 웃는다.
아내는 한숨을 쉬며 돌아눕는다. ‘병수 안 와?’ ‘그 딴 자식 뭐가 좋아서 자꾸 오래?’ ‘병수 오라 해.’ 나는 아내에게 자꾸만 전화를 걸라고 부추긴다. 아내는 못 이기는 척 전화번호를 돌려 내 손에 수화기를 잡혀준다. ‘병~수 와!’ 나는 병수 오라고 한다. 병수는 금세 달려온다. 맥주도 사 오고, 내가 먹을 콜라도 사 온다. 아내는 나를 위해 술상을 차린다. 아내와 병수와 나는 나란히 누워 잠을 잔다. 아내는 내 손과 병수 손을 잡고 잠을 잔다. 나와 아내와 병수는 늘 붙어 다닌다. 나는 그게 좋다. 병수는 내 가장 친한 고치 친구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 고등학교까지 단짝이다. 내 아내와 연애할 때도 병수는 심부름꾼이 되어 주었다. 나는 안다. 내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내 친구가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을. 아내는 행복하다. 행복한 아내를 보는 나도 행복하다.
나는 현관 앞에 앉은 자세로 무릎에 두 손을 얌전히 포개고 그 위에 내 머리를 놓았다. 아내가 보고 싶을 때 나는 늘 그런 자세로 현관에 나와 아내를 기다렸다. 아내는 와 줄 것이다. 나는 눈을 감았다. 늙은 어머니 얼굴이 떠오른다. ‘니가 그런 행우지를 함서롱도 내 집 귀신 될 줄 알았더나?’ 단정하게 앉은 어머니는 아내를 몰아쳤다. 어머니 앞에 꿇어앉은 아내는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나가거라. 차라리 동네 사람들 입질에 오르내리는 거보다 나가 사는 기 낫다. 니가 무슨 짓을 하고 댕기던 그 꼴 안 보고 살고 싶다.’ 어머니는 차마 아내의 등을 떠밀지 못하고 치마를 뒤집어 코를 풀었다. ‘병신 자슥 둔 에미 심정을 니가 알랑가. 니 자슥들도 귀가 있고, 눈이 있다. 와 모르것노. 저거 아바이 사람 구실 못하는 거 아니께 모르는 척하는 기제.’ 아내는 아무 말도 없이 방바닥에 엎드려 서럽게, 서럽게 울었다. ‘아돼. 옴마 나 아앙돼. 우리 각시 아돼’ 나는 아내를 안았다.
아내 없이 나는 살 수 없다. 아내는 내 분신이다. 아내는 젊다. 탱글탱글 물 오른 서른여섯의 젊은 아내다. 내 탓이다. 아내를 외롭게 한 것은 나다. 나 때문에 아내는 자신이 좋아하던 것을 다 버렸다. 일 년이 넘는 병원 생활을 이겨내고 내가 사람 구실을 하게 된 것도 아내의 힘이다. 나는 아내를 두둔하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아내를 감싸줄 수 있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수건으로 아내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당신은 저 방에 가 있을래요? 나 어머니랑 이야기 좀 하게.’ 나는 싫다고 자꾸 고개를 흔들었다. ‘말 안 들으면 나 집 나간다.’ 나는 울먹이며 방을 나섰다. 자꾸만 어머니를 쳐다보며 손을 저었다. 아내는 가지 않았다. 어머니도 더 이상 아내를 닦달하지 않았다. 아내는 재주도 좋다. 어머니를 어떻게 구슬렸을까.
병수는 내 차를 탄다. ‘자기나 나나 운전도 못하는데. 당분간 병수 씨한테 맡기자. 담에 내가 운전 면허증 따면 돌려받지 뭐. 또 우리 필요할 때 언제든지 병수 씨 부를 수 있어 좋잖아.’ 나는 운전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아내가 시장 갈 때 병수는 나와 아내를 태우고 다닌다. 우리 논에 모내기를 하거나 타작을 할 때도 병수는 내 차를 가지고 모판을 실어다 날랐고, 나락을 실어다 날랐다. 이상하게 나는 트럭 운전은 잊어버렸는데. 트랙터나 콤바인은 할 줄 안다. 트럭 운전대에 앉으라면 나는 도망간다. 하지만 트랙터나 콤바인 가지고 논에 가자면 좋아라 한다. 나는 아내가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한다. 병수는 내 차를 자기 차처럼 쓰게 되자 읍내에 돈 벌러 갔다. 병수는 읍내에서 심부름센터 기사로 일한다.
가을 어느 날이었다. 나는 병수 논에 콤바인을 넣어 나락 타작을 했다. 아내랑 같이 콤바인에 타고 일을 할 때가 가장 기분 좋다. 아내는 나를 보고 자꾸 웃어준다. 아내가 웃으면 나는 구름을 타고 다니는 것 같다. 어떤 여자 둘이 논두렁을 타고 왔다. ‘선미 엄마! 나 좀 봐!’한 여자가 고함을 질렀다. 읍내 사는 준석이 아내다. 그 옆에 서 있는 여자는 아하! 병수 아내다. ‘자기 저기 가서 좀 쉬고 있어. 나 이약 좀 하고 올게.’ 아내는 콤바인에서 내렸다. 머리에 쓴 수건을 벗어 먼지와 지푸라기를 탈탈 털면서 두 여자 앞으로 갔다. 병수 아내가 내 아내에게 삿대질을 했다.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일부러 건너편 논두렁에 가서 앉았다. 그래도 내 귀에 들린다. ‘이젠 아예 우리 집 살림까지 살아 줄 모양이지? 아예 니 서방하고 같이 내 집에 들어와 머슴살이나 하지 그러니.’ 아내는 하늘을 쳐다보고 픽 웃는다. ‘구더기 무서워 장도 못 담겠네. 너거 논이 어딨어? 이거 우리 논이야.’ ‘뭐라고?’ ‘서방 간수나 잘해. 니 서방한테 뜯긴 내 돈 찾아내려고 이 짓이다. 몰랐니?’ 그날 병수 아내와 내 아내는 논바닥에서 오지게 뒤엉켰다. 머리는 수세미같이 얽히고, 옷은 진흙 뻘에 비벼지고 찢어져 앞가슴이 다 드러났다. 병수 아내는 민 가슴이다. 아내 가슴과 너무 달라서 자꾸 쳐다봤다. ‘등신아, 뭘 봐.’ 병수 아내가 나 보고 등신이라 했다. ‘야, 이년아!’ 아내의 입에서 기묘한 소리가 신음소리가 났다. 아내는 병수 아내의 웃옷을 갈기갈기 찢었다. ‘니가 뭔데 내 남편을 등신이라 그래? 착하디 착한 내 남편을 니가, 니가 말이다.’ 나는 웃었다. 자꾸만 웃었다. ‘그라지 마. 그라지 마 우리 여보야 그라지 마.’ 나는 두 여자 둘레를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었다. 준석이 아내는 병수 아내를 데리고 도망을 쳤다. 아내는 논바닥에 퍼질러 앉아 서럽게 울었다.
그날 이후 아내는 말이 없었다. 동네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늘 생글거리던 아내가 딴 사람처럼 슬퍼 보였다. 주말이면 집에 오는 아이들을 보는 눈도 예전처럼 곱지 않았다. 아내의 볼이 자꾸만 홀쭉해졌다. 병수가 우리 집에 오는 햇수도 드물어졌다. 아내의 외출이 부쩍 잦아졌다. 결국 아내는 보따리를 쌌다. ‘아무래도 애들을 내가 거두어야겠어. 이젠 자기도 혼자 생활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해졌고, 애들 입시 준비도 도와주어야 할 것 같아. 언니가 애들을 잘 돌본다 해도 어디 어미가 데리고 있는 거만 하겠어. 더구나 큰 애는 고 입시 준비도 해야 하고. 내가 자주 올게. 자기 혼자 있을 수 있지?’ 아내는 아이들 때문에 딴살림을 난다고 했다.
아내가 딴살림을 나가고 나자 동네 사람들은 나만 보면 수군거렸다. ‘저 불쌍한 인사를 우짜노. 지 여편네가 지 친구랑 딴살림 채린 것도 모르고 사시장철 골목에 모가지 빼고 지 여편네 기다리고 있으니.’ ‘나 괘아나예. 나 괘아나예.’ 나는 자꾸만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내 아내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는 말을 해 주고 싶은 데 사람들은 왜 그 말을 믿지 않는지 모르겠다. ‘보상금 탄 걸 병수한테 몽땅 빌려 줬담서? 병수가 그 돈으로 심부름센턴가 뭔가 시작했다가 솔랑 말아 묵었단다. 그걸 알고 달곤이 여편네가 멱살을 잡았는 기라. 돈 다 갚을 때까지 지랑 살면서 지 새끼들 공부 다 갈차놓아야 한다 캤다데. 거기 본시 여시 아닌가베. 진작 지 돈 빌리 줌서 병수 재산은 싸악 지 앞으로 가등기 이전까지 해 놨다쿠네. 병수는 뭣도 모르고 헐렐레 해 갖고 지가 젤 똑똑한 줄 알았것제. 뛰는 놈 위에 나는 년 있다는 걸 몰랐싱깨네.’ 나는 무슨 말인지 통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내 아내가 내 옆에 없다는 사실뿐이다. 아내는 어디에 사는 것일까?
툭! 지붕에서 무엇인가 떨어졌다. 나는 눈을 떴다. 골목의 가로등 불빛이 희미해지고, 라일락 꽃송이가 보인다. 날이 희끄무레하게 밝아왔다. 내 발은 감각이 없다. 내 손도 감각이 없다. 나는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나는 추운 줄도 모른다. 내 머리는 세 번의 수술로 신경 줄 하나가 끊어져 나갔다. 나는 성도 낼 줄 모르고, 웃을 줄 밖에 모른다. 나에겐 아름다운 것만 보인다. 살아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아름답다. 풀도, 나무도, 꽃도, 산도, 하늘도, 구름도, 사람도, 짐승도 살아있는 건 무엇이든지 아름답다. 나는 싱그레 웃는다. 집안에 들어가면 아내가 있을 것이다. 냉장고 속에, 식탁 위에, 싱크대 앞에. 내 아내는 너무 많은 곳에 자신을 놓고 가서 나는 한동안은 행복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