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집
난리다. 고을 전체가 들썩거린다. 한 둘만 모여도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며 별 탈 없는가를 묻는다. 마치 배곯고 어지러웠던 시절의 인사말이 ‘밥은 자셨는가?’ ‘밤새 안녕하셨는가?’이었듯이 요즘 농촌의 인사말은 ‘별 탈 없는 교?’다. 그 말은 당신은 남의 연대보증이나 재산 보증을 서 주지 않았느냐는 뜻이다.
농번기일 때는 걱정거리조차 방구들에 묻어두고 살아야 하는 것이 농사꾼이다. 오죽하면 뒤볼 여가도 없다고 푸념들을 할까. 그러다가 농사철이 한풀 꺾이고 나면 논밭에 매달리던 농민들은 휴가를 맞듯이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 땅내를 맡은 곡식들이 하루가 다르게 튼실하게 자라는 것을 바라보는 낙으로 시원한 나무 그늘을 찾아 더위를 식힌다. 모이기만 하면 육칠월 장마에 허기진 줄 모르고 웃자라는 풀처럼 동네방네 소문들을 풀기도 하고, 싸기도 하면서 하루해를 삭힌다. 어쩌다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소나기라도 한 줄기 퍼붓고 나면 더할 나위 없이 느긋하다.
농촌의 여름 풍경은 신선이 따로 없다. 선선한 아침나절이랑 저녁나절에는 논골 밭 골을 돌보고, 뜨거운 한낮에는 아름드리 늘어진 서낭당 나무 그늘로 모여들어 안노인 바깥 노인 멀찍이 떨어져 앉아 말거리 자리를 펴고, 낮잠을 즐긴다. 하기야 바지런한 아낙네들은 한더위에도 아랑곳없이 밭 골에 매달리지만…….
농부에겐 이열치열이 따로 없다. 깨밭, 콩밭 김매고, 호박과 박 구덩이 물 한 동이 퍼다 주고, 고추밭 골에 앉아 곁가지를 쳐 주고, 고구마 밭에 북을 치다가도 이마에 솟는 땀 닦는 척 옆 밭의 아낙네랑 고스랑, 고스랑, 다발로 묶어 온 이야기를 풀어놓고, 저녁 답이면 일찌감치 한 숟가락 걸치고, 남정네들은 마을 회관으로 모이고, 아낙네들은 마을 앞 타작마당에 자리를 편다. 길섶에 수북이 자란 쑥 한 아름 베어다 그 속에 왕겨 한 바가지 가져다 넣어 모개 불을 피우고, 부채를 살랑거리며 모기들의 극성을 막는다. 인심 좋은 누군가가 소주나 막걸리 한 잔 내면 발 빠른 사람이 담장 너머 풋고추 몇 개 따오고, 마을 회관에 붙은 동네 구멍가게에서 된장 한 보시 얻어온다. 때로는 사탕도 나오고, 음료수도 나오지만 말거리만큼 맛있는 군것질이 어디 있을까.
더구나 요즘은 장마철이다. 장마철이라 하나 비는 가뭄에 콩 나듯 오는 둥, 마는 둥 하기를 근 한 달째다. ‘엉터리 일기예보를 믿느니 차라리 내 허리통 욱신거리는 걸 믿제’ 할 정도로 일기예보는 빗나가기 일쑤다. 지난해 같으면 장마가 끝날 무렵인데 상기 비다운 비 한 번 내리지 않고 연일 한증막처럼 푹푹 쪄 댄다. 마치 불팃골 농사꾼들의 타는 속내를 대변이나 하듯이. 벌써 논바닥이 갈라지고, 고추며, 참깨 등속의 밭작물들의 잎이 말라 가는 추세다. 나라에서는 끝났다는 IMF 여파가 이제야 불어 닥친 불팃골처럼 메말라가는 것이다.
삼티 양반은 낮술에 절은 몸을 겨우 추슬러 된장국에 밥 한 덩이를 말아먹고 회관으로 향했다. 요즘은 저녁이 되어도 마을 회관이 썰렁했다. 모두들 서로의 눈치를 보느니 차라리 방구들을 지고 누워 잠이나 자는 것이 속 편하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별로 모이지 않는다. 모여 봤자 빤한 소문들 가지고 감내라 배내라 하는 것도 신물이 났을 터이다. 북 치고 장구치고 하는 놈들은 따로 있는데. 오십보백보 차이도 안 나는 회갑 진갑 다 지난 노인네들이 모여 봤자 결론은 뻔할 뻔자다. 당장 가서 칼자루 잡았다고 갑론을박만 일삼는 벼슬아치들 멱살이라도 잡을 듯이 핏대를 올리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엔 풋 방귀 새듯이 픽 새 버리는 것이 촌로들의 무른 점이다. 좋게 보면 자연과 더불어 살다 보니 사람이 너무 좋아서 순박한 것이고, 나쁘게 보면 제 발등에 떨어진 작은 불만 불로 보일 정도로 앞뒤가 꽉 막힌 단순한 사람들이다. 각 마을에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한 젊은 농사꾼은 아예 그런 자리에 끼일 수가 없다. 자칫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마을에서 따돌림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날도 회관에 모인 대여섯 명의 사람들은 허튼소리에, 쓸데없는 날씨 탓을 하면서 시간을 축냈다. 그러다 누군가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서로의 의향을 짚어보는 것이다. 진실로 듣고 싶었던 이야기의 물꼬가 터이자 뜸 들인 만큼 빠르게 이 동네 저 동네 삼이웃 소문이 한 곳에 모여 복작 복작 괴었다.
자네 집은 괜찮은가?
괜찮을 리 있나. 조합에서 빚 갚으라고 독촉장이 날시고 날아드는 판이제.
펜대 잡은 놈들한테 한분 물어나 보제. 저거들은 뉘 덕에 묵고 사는고?
저거들이야 우에서 시키모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데 할 말이 있나.
참 별 시레배 겉은 짓거리다. 누구 살릴라꼬 하는 짓인지. 내 맘 같아서는 탁 깨 놓고 물어나 보모 속이라도 씨헌컸다.
나라가 거덜 난 판에 힘없고, 빽 없는 우리네 한데 것들이야 입에 풀칠하모 장땡이제.
테레비에 봉깨 아에미애빈가 풀렸다꼬 난리더마 말짱 거짓말쟁이만 판을 치는 꼴이구마.
돈 있는 놈들만 살판난 기제 우리 겉은 무지 랭이야 닭 좋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제.
그나저나 젊은것들이 큰일이제. 간뎅이가 부어도 이만저만 안 부었던 기라. 우짠다고 모돌 띠리 그라나 말이다. 육이오 동란 때 지뢰 터지듯 난리굿이라 카이.
참말로 난리가 따로 없다니께.
있는 연놈은 돈을 덕지덕지 처바르고도 모지래서 태워 없애는 판인데.
우리 겉은 무지랭이가 뭘 알 것노? 다만 농촌에 살아볼라꼬 앤간히들 고상한 젊은것들이 낭패제. 인자 젊은것들 동네서 다 빠져나가모 늙은이들 무덤이 따로 없는 기라. 뉘 집에 초상이 나도 상여꾼이 없어 산에나 묻히것나. 돈 주고 산다 캐도 사람이 있어야제. 아무도 농사 안 질라캐. 너머 집 심부름꾼 노릇을 해도 농사짓는 거보다 낫다는 데야 우짜겠노? 그래도 지 고향에 뿌리 박을라쿠는 젊은것들은 심지가 바로 백힌 법인데, 그 젊은것들을 거리로 내 모는 거는 다름 아니라 칼 자리 진 놈들 아닌가.
참말로 너무 하는 기라.
삼티 양반은 묵묵히 소주잔만 기울였다. 입을 열었다가는 홧김에 서방질한다고 누군가의 입술이라도 쥐어박아 싸움을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심사였다. 작은 돈도 아니고 자그마치 천만 원이란 생돈을 물어내고 나니 심장이 벌컥거리는 것이 술을 먹지 않으면 잠을 통 잘 수가 없었다. 아무리 마음을 잡고 농사일에 매달려 보려고 해도 그 생각만 하면 눈앞에 태산이 떠억 버티고 서서 옴치고 뛸 수도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상복이, 제발 술 좀 고마 마시고 이박이나 하세. 날시고 이기 무슨 일이고? 너거 할망구가 먼저 죽것드라. 그 돈이 피 겉은 돈이란 거 모를 사람 이 동네 아무도 없다 캐도...... 니 그라다 골병만 들제. 니만 손핸 기라. 우짜든지 우리 겉은 한데 것은 몸띵이로 묵고 살아야 하는 기라. 농사꾼이 지겟다리 썩는 거 봄서 등에 걸치지 못할 정도 되모 거기 산기가 죽은 기제.”
“삼티 아재 맘 모르는 건 아니오만 다들 어려운데 우짜능교. 삭실아재가 갚아 주것제.”
“말 같잖은 소리 말거라. 그 영감탱인들 뭐가 있노? 아들이 다 잽히묵고 아무것도 없는데. 인자 너머 집이 된 저거 집에 누버서 다 죽어가는 줄 니 모르고 하는 소리가?”
“그라마 두몰네는 우짜것노? 상복이 니 보다 백배는 더 하끼라.”
“참 그 집은 우짠다디요?”
“우짜기는, 하다못해 숟가락 몽데이까정 차압 딱지가 붙었다더라. 집이고, 논밭이고 경매에 부쳐졌다쿠더마. 봉구가 석대하고는 둘도 없는 친구 아닌가. 그랑깨 니꺼 내꺼 없이 모돌 띠리 넘어가게 생긴 기라. 석대 보증 서 준 거 하고, 저거 빚하고 합치모 빚이 한 억도 더 된다제.”
“평생 갚아도 다 못 갚겠구먼. 파산신고 란 기 있는 갑더마, 그거라도 하제.”
“그 생각도 왜 안 했것노. 하지만 파산신고 하모 생매장당하는 기라. 앞날이 창창한데 그럴 수도 없었것제. 그 아는 살아감서 갚겠다고 빚보증 서준 사람들 찾아 댕김서 비는 모양이더라. 그게 올매나 고맙노. 젊은 사람이 지 잘못도 아니고, 나라 정치하는 놈들의 농간에 넘어진 긴데, 우짜것노? 속이 씨리도 참는 기제. 돈이 먼저 가? 우선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제. 요새 두몰네도 잠이 안 온다 카드라. 이를 뽀독뽀독 간다더라.”
“안 그렇겠는교.”
삼티 양반은 한숨을 마시듯 소주잔에 코를 박았다. 사실 두몰네 생각하면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억울했다. 평생 손에 쥐어도 볼 수 없었던 큰돈이 아니던가.
늘그막에 이 무슨 액운이란 말인가.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혀도 유분수지. 그놈이 저거 아비와의 인연을 생각한다면 내게 이럴 수가 없는데. 사전에 한마디 의논이라도 했더라면 내가 이리 서운하지는 않을 텐데.
삼티 양반은 만약 그놈이 자신을 찾아와 용서를 빌었다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니가 오죽 답답하모 그랬것나. 니도 잘 살아보려다가 당한 일이니 너무 속상해하지 말거라. 돈이란 없다가도 있는 법, 니는 젊은 께 일어설 희망이라도 있는 기라.’하면서 등이라도 도닥거려 주었을 것이다. 그것이 윗사람의 도리요. 이웃 간의 정 아닌가. 그런데 그놈이 일언반구 말도 없이 날라버리다니. 이럴 수가 없어. 마음 같아서는 삭실 양반을 찾아가 멱살이라도 잡고 자식 교육 자알 시켰다고 따지고 싶지만 다 죽어가는 그 친구에게 가 본들 속만 더 끓을 뿐이었다.
사실 삼티 양반만 그런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은 아니었다. 농촌의 현실이 그랬다. IMF가 시작된 이래 농촌 경제는 밑바닥이다. 일 년이 지난 지금은 목을 죄던 구제금융이 많이 풀렸다고는 하나 살판 난 사람들은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이지 열악한 농촌 현실은 풀릴 기미가 없다. 숨통을 조이던 대출 문제가 풀려 얼마간 숨통이 트인 것은 사실이나 부채 탕감은 언감생심이고, 신용대출 부적격자로 낙인찍힌, 빚더미에 올라앉은 농사꾼들은 아이들 교육비조차 빚을 낼 곳이 없는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부채 탕감의 여력이 없는 농사꾼들은 살림살이를 고스란히 둔 채 식구끼리 야반도주를 하거나, 자살을 기도하여 이웃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그 여파는 연대 보증을 서 주었던 이웃들에게 고스란히 떠 넘겨져 줄초상을 치른 집이 한두 집이 아니다. 한마디로 도장 한 번 잘못 찍어주었다가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꼴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돈 궁기에는 땅을 팔아 빚을 갚으려 해도 도대체 살 사람이 없다. 모두들 IMF 핑계를 대며 농민들이 피땀 흘려 가꾼 농산물이나 농토를 헐값에 거저먹으려고 달려드는 사기꾼들뿐이니 농산물 값도 땅값도 제대로 받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삼티 양반도 친구 삭실 양반의 아들 석대의 빚보증을 섰다가 아까운 옥토만 날렸다. 농협에서는 석대의 빚 일부를 갚지 않으면 불량거래자로 낙인을 찍는다는 데야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당장 농사자금을 받아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데. 생각다 못해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심산으로 땅을 처분하기로 했다. 결국 현 시세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값에 애지중지하던 농토를 처분했다. 그나마 땅을 사 줄 위인이라도 나섰으니 다행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땅이 어떤 땅인가. 자신의 잔뼈가 굵은 피 같은 땅이다.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며 아내와 아이들에게 자린고비 소리까지 들어가며 허리 졸라매고 모아 산 옥토가 아니던가. 다랑이 열 도가니를 굴착기로 밀어 다섯 도가니를 만들어 내외가 3년을 돌 골라내고, 객토하여 일궈 낸 논이 아니던가. 논을 팔아도 쓴 소주 한 잔 값도 제 손에 쥐어보지 못했다.
그렇게 거덜 난 집이 어디 한두 집인가. 불티 면에만 해도 열 손가락이 넘는다. 불티 면은 다른 고장에 비해 젊은 사람들이 제법 많다. 불팃골을 합쳐 열두 마을이 모여 한 면을 이루고 있다. 마을별로 소규모 축산과 과수, 하우스 특수재배를 한다. 20여 명의 젊은 농군들은 단합이 잘 되었고 마을 일도 제 일처럼 솔선수범하여 다른 면의 모범이 되었다. 어른들은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젊은이들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하기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내막도 모르는 새, 나라가 부도날 판에 빠졌다는 소문이 흉흉하더니 IMF인가 뭔가가 터져서 사람을 옭아맸다. 농촌사람들에게 무슨 재주가 있겠는가. 평생을 땅 파먹는 재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소문이란 그저 흘러가는 강물 같은 것이었다. 한 장의 엽서가 우체국에서 배달되기 전까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이게 웬 우환이냐고 설왕설래해 보지만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었다. 이미 불은 떨어져 버린 뒤니까 말이다.
삼티 양반은 안주도 없이 생소주만 거푸 마셨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