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업무분장에 관하여 주저리
교실바닥에 있는 쓰레기는 누가 버린 것인지도 언제 버린지도 모르겠는 쓰레기들이 매일매일 생겨난다.
하지만 반 아이들 어느 누구도 이 쓰레기들을 자발적으로 치우고자 하는 이는 잘 없다.
그들이 이기적이어서도, 나쁜 맘을 먹어서라기보단 본인이 굳이 치워야 할 이유도 의무가 없음에 대한 반응일 것이다.
때문에 학교에는 '청소당번'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 '청소당번'이라는 존재는 만일 내가 당번이 되더라도 이 의무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언젠가 끝나게 되는 의무라는 이 초등학생도 납득이 되는 이 합리적인 제도를 통해, '교실 바닥 쓰레기 청소'라는 문제는 더이상 문제가 아니게 된다.
그런데 만약 아이들에게 청소당번을 2년씩 심지어는 5년씩하라는 말을 한다면? 그리고 그것에 대한 보상도 거의 없거나 오히려 다른 당번의 일까지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아이들은 고분고분하게 그것을 잘 받아들일까?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이 먼저일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은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직에서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다.
각 학교에는 학교마다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산재해 있다. 학교가 크다고 일이 무조건 많은것도 학교가 작다고 할일이 적은게 아닌 것이다. 정해진 일을 제때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여 민주적으로 업무를 나눠서 분담해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사실은, 조별과제를 해본 이들이라면 너무나도 잘 알것이다.
하지만 돌아가면서 일을 수행하는 당번 제도와는 달리, 학교는 몇몇 사람들에게 학교 전체의 일을 떠맡기고 그 사람들의 희생으로 돌아가는 기형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 나머지 구성원들이 아무런 역할이나 교육적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큰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과 그러한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는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이 사람들이 수업이나 아이들 학생지도에서 조금이나 경감이 된다면 좋겠지만, 경험상 기존의 수업과 학생지도는 디폴트로 깔고 여기에 업무를 더해 주기 때문에 이 몇몇 사람들의 어깨에 놓여있는 업무의 무게는 상상초월할 정도이다.
일을 하던 사람이 계속해서 하면 업무의 연계성도 있고 좀더 수월할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하긴 한다. 학교의 특성상 특수하게 한사람이 계속해서 맡아주면 좋은 업무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논리는 그 사람으로 하여금 여전히 기존에 하던 업무를 내려놓기란 매우 어렵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게다가 교사는 한 학교에서 5년초과로 근무할 수가 없다, 때문에 그 한사람이 4년,5년씩 그 한가지 업무를 맡다가 다른 학교로 옮기게 될 경우 오히려 업무 공백이 생겨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을 잘하더라도, 일을 못하더라도 이 일이 언젠가는 끝이라는 기간이 필요하다. 능력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정해진 기간동안 일을하고 인수인계를 하는 과정을 통해 업무의 연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뛰어난 몇몇 사람들이 10배 20배의 일을 해내고 난 뒤에 남은 그 자리는 그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맡던가 그만큼 시간을 갈아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히어로들이 지나간 자리의 후임자는 전임자의 후광효과에 짓눌려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필자도 그러한 경험을 수없이 많이 겪었다)
하여 제안하는 바는 힘든 업무일수록 자원해서 맡는것이 아니라면, 확실하게 기간을 정해서 그 업무가 공평하게 돌아갔으면 하는 바이다. 아이보고 교실 바닥에 쓰레기가 많은데 너가 빗자루질도 잘해보이고 몸도 건강해 보이니 1년 내내 너혼자 바닥을 쓸라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교사들과 교육부의 상식이 초등학생들의 상식 수준에는 도달한다면 좋겠다. 이것조차 희망일까 하는 자조적인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