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학교사 Jun 01. 2023

1. 초임발령. 교사에게
근무환경이란?

나는 모교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내가 한평생 살던 동네의, 그것도 걸어서 5분거리의 학교였다.

흔히 말하는 특이 케이스. 다른 학교도 아니고 내가 졸업한 학교에 말이다. 


신기한걸 넘어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말할것도 없다.


타지에서 근무할 필요가 없이  가족과 떨어져 근무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던 처지의 사람들은 내 말에 공감할 것이다.  매월 나가는 부대비용을 고려할 필요도 없이 내가 잘 아는 지역, 내가 잘 아는 사람들,  나의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도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이만한 이점이 없다는 것을. 


말 그대로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처음 교감선생님의 말을 듣기까지는 말이다.


신규로서 학교의 업무에 대해 파악하기도 전에 나에게 온 제안은 학교폭력 업무 담당이었다. 별다른 의사도 생각도 없었던 나로선 상당히 어안이 벙벙한 일이었다. 내가 남자라, 군대를 다녀와서 일을 시키는 것인가

다른 선생님들은 왜 나에게 이 일을 맡기려고 할까. 관리자들은 내가 일을 잘 할것이라 생각하는걸까 등등 온갖 복잡한 생각이 내 머릿속을 휘감았다.


처음에 무작정 요구를 하셨지만 그 요구를 곧바로 수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초임발령 신규인 나에게 그러한 일들을 맡긴다는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나의 학교에는 학교 운동부가 있었는데 학교의 선생님들은 공공연하게 내가 그 업무를 도맡을 거라고 웃으면서 이야기 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든 생각은 이랬다, '이것이 나의 근무환경이구나, 조직의 강자가 약자에게 책임과 의무를 전가하고, 약자는 강자를 멸시하는 장소, 이곳이 나의 학교요 나의 직장이구나. 배려보다는 착취에 익숙한 조직이었구나'


 앞으로 내가 경험했던 일들 또한 수많은 신규들도 똑같이 겪을 일이라 생각이 든다. 조직의 최말단 사원에게 책임과 노동을 전가하는 조직이 바로 공무원 조직이고, 나와 같은 교직뿐만아니라 공직에 있는 신규들이 마주하는 현실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었거나 놓여 있다면,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며, 오히려 이것을 방치한 조직의 상급자들의 방관으로 인한 결과이다. 당신이 일하다가 실수를 했거나, 아니면 관리자가 당신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다면 당당하게 맞서보자, 내가 했던 방법과 대처내용을 후일로 서술해 주도록 하겠다.



당신이 지금 학교에서 힘들어하는 동안은 학교의 누군가는 굉장히 편할 것이다. 

반면 당신이 지금 편하다면, 누군가는 당신을 대신해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전자라면 가엾고, 후자라면 언젠가 전자가 될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기를 바란다. 





 


 

이전 01화 0. 나는 어쩌다 교사가 되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