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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학교사 Jun 03. 2023

2. 싸가지 없는 교사가  되다

되려 반가운  타이틀



학교에  나는 싸가지 없는 교사다

내가 싸가지가 없게 된  계기 3가지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첫번째는 도와준다는  말에  거절했다.


학교의  일은 으레 담당자가 정해져 있고 담당자가 책임지고 업무를 마무리  하는것이 관례이다.

물어보고 말것이 없다 적혀있는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역할이다.

하지만  이제 직장에 내딛은 신규는 모른다. 이 일은  누구의  일인지,  선배교사가 나에게 정당한 업무요구를 하는지  말이다...

그렇기에 신규는 선배교사의 도와주겠다는 말에  속는다.

그리고 나는 신규였다.



도와준다는 워딩은 듣는 이로 하여금  발화자에게 호감을 일으키게 하는 마법의 단어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이 일은 너의 일이다' 라는 전제가 짙게 깔려있다, 음에는 나도  이 마법에 홀려 정신을 못차렸었지만 나중에는 선을 그으며 부당한  업무 떠밀기에 저항했다.

그리고 나는 그 뒤로 싸가지 없는 교사가 되었다.





두번째는 친목행사에 불참했다.


학교에는 여자들이  많고  특히  초등학교는 성비가  더욱  심하다.

여자 선생님이  행사에  빠지는 것과 남자 선생님이 빠지는 것의 정도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나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누군가를 골탕먹이고자  가지 않은것도

누군가가 너무 보기가  싫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에겐  선약이  있었다



선약이  있기에 불참했지만

회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리자는 중간 관리자를 질책했고

나를 싸가지 없다고 여겼다.







세번째는 친목회 총무자리를 뽑기로 하자고 제안했다.


학교의  친목회는  교직원들의 경조사를  챙기는 자리이다.

이 친목회장과 부회장은 행사를 기획하고 돈관리를  하기에

다들 꺼려하는 직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일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친목회가  돌아간다.


교직원  회의시간에 이 직무를 뽑기로 하였으나

내 예상대로 어김없이 그 누군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고성과 비난, 그리고 열띤토론으로 본인의 무능을 어필하며

책임을 서로 던지던 모습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회장직을 맡겠다고 내지르게 되었다.

그러고 전부터 생각해둔 말도 덧붙였다.

"회장직은 제가 하지만 부회장직은 제비뽑기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의장은 삽시간에 얼음장으로 변했다.

제비뽑기의 확률은 무작위성을 담보한다.

이 제비뽑기라는  말로인해

내가 자원해서 안심했던 그들의  마음에 불안의 균열이 새겨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안심을 무너트림으로  난 또 싸가지가 없는 교사가 되었다.



나는 이  타이틀이  싫지  않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도 너무  두려워 하지 말라.

나는 잠시 지나가는 사람이 나를 어떻게  기억하는 것보다

내가 내 스스로를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더중요하다고 본다.

우릴 도덕적으로 정죄할 존재는 이땅에  존재하지 않기에

본인의  양심껏 행동하자

그거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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