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남편
"맑은 유리컵에 투명한 물이 딱 알맞게 채워져있어. 그리고 초록빛 물감 한 방울을 떨어트리는 거야.
서서히 서서히 맑은 초록빛으로 물드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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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의 만남과 인연이 내게는 이렇게 표현돼.
우리는 이십 대 후반에 만났어. 친구의 친구로 만났고 연인이라는 붉은 실로 서로의 손가락에 매듭지어진 건 스물아홉 살이야.
너의 첫인상은 키 크고 마른 남자. 커트할 때 양쪽 구레나룻의 비율에 꽤나 신경 쓰고 술도 잘 못 마시면서 술자리와 친구들을 참 좋아하는 남자였어.
나는 일할 때와 술 한잔 들어갔을 때만 말이 많은 편이야.
그런데 너와 드라이브 하는 날 내가 먼저 종알종알 말을 하는 거야!
그때 알았지.
'너를 좋아하는구나'
몇 번인가 이별을 경험하고서 널 만났지
그래서 더 시작이 두려웠는지 몰라
하지만 누군갈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건
네가 마지막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출처] 에코 (ECO) -행복한 나를 가사-
유명한 이 노래의 가사처럼 네가 마지막이길 바랐던 나야.
너는 참 선하고 맑은 사람이야.
욕심 많고 성격 급한 나를 다독여주고 진정시켜주며,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해 주는 아빠 같기도 했어.
우유부단한 나와 달리 한번 맞다면 끝까지 맞다는 강단 있는 너의 성격도 좋았지.
나는 네가 참 좋아.
너는 내 제일 친한 친구야.
너는 내 마지막 사랑이야.
너의 컬러는 초록, 내가 너에게 스며들었어.
오늘도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나의 투정을 공감해 주고 웃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겠지.
나랑 같이 오래오래 건강히 재밌게 살다가 우주로 떠나자.
고마워 나의 가장 친구이자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