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 할 수 없으니까요 :)

by 진혜

"원장님! 저희 남편 염색 예약 좀 하려고요"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컷트는 안 하셔도 되겠죠?"

내심 컷트는 원래 다니던 숍에서 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여쭈었다. 다행히(?) 염색만 하신다고 하신다.

사실, 커트와 염색을 함께 하면 시술 비용은 올라간다. 그런데 왜 커트까지 권하지 않았을까?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어떤 직업이든 전문 분야가 있다.

고객님의 남편분은 남성 헤어 전문점인 바버숍(이용업)에서 컷트를 하시는데, 면도까지 허용되는 '이용'과 '미용'은 다르다. 물론 나의 이발 도구로 깔끔한 컷트는 가능하지만 면도날로 정돈하는 짧은 남성컷트의 정교함은 따라갈 수 없다. 감성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그 한 끗 차이를 만족시켜드릴 자신이 없었다.

염색하시면서 고객님의 남편분이 말씀하셨다.

"컷트는 다른 데서 해서 죄송합니다.."

내심 마음이 쓰이셨나 본데, 오히려 감사한 쪽은 나였다. 염색만큼은 자신 있기 때문이다. 괜히 컷트까지 손을 대면,나도 아쉽고 고객도 어정쩡한 결과에 실망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더 확실히 느낀다.

'다 잘하려 하지 말고, 내가 잘하는 걸 더 잘하자.'

원하는 예쁜 헤어스타일 하시고 오롯이 만족과 행복한 마음으로 나의 공간에 머물다 가셨으면 좋겠다.

숍마다 룰이 다르지만, 내가 인턴 과정을 몸담았던 브랜드숍에서 디자이너로 승급하려면 컷트, 펌, 염색 외 추가로 업스타일까지 잘 해야 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여성 헤어디자이너도 남성 헤어만 시술하듯, 특정 분야에 강한 전문가가 더 주목받는 시대다. 부족한 것까지 억지로 하다 보면 탈이 난다고 본다. 요즘은 고객님도 수많은 헤어숍을 선택할 때 두루두루 잘 하는 미용실보다는 검색을 통해 원하는 스타일을 전문으로 하는 숍을 찾아 이동하기도 하신다.

나의 공간에는 염색과 붙임 머리 메뉴가 인기 좋고, 업스타일과 아이롱펌은 메뉴에 없다. 과거에는 부탁을 받고 조금씩 해드렸지만 스스로도 만족하지 않는 시술이 고객님에게도 불 만족으로 느껴지지 싶어 과감히 메뉴에서 삭제한 것이다.

염색을 마치고 고객을 배웅해 드리면서, 그의 컷트 스타일을 보며 담당 헤어디자이너의 기술이 솔직히 부러웠다. 그 헤어디자이너는 이 컷트를 마스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기분 좋은 부러움이다.

다 잘 할 수 없다.

본인의 장점을 믿고 '잘 하는 것을 더 잘해드리면'고객도 나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시간이 될 것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기에, 내가 잘 하는 분야에 또 어떤 것을 접목시킬지 오늘도 공부하게 된다.

자기 성장과 성취에서 오는 행복한 느낌을 주고, 타인을 외면과 내면을 가꾸어 주는 '미용'은 정말 최고의 직업이다.

결론은,

헤어디자이너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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