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지만 꽤나 많은 숱, 가슴 아래 내려오는 긴 모발의 "탈색 예약, 노쇼", 그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예요. 내 말 좀 들어봐 봐요.
어제 오후, 그대는 숍으로 전화해 물었지요?
" 내일 1시에 탈색하고 싶은데, 예약이 되나요?"
"희망하시는 컬러은 탈색이 두 번은 예상되고, 염색까지 하게 되면 약 4시간 정도 소요될 것 같아요! 혹시 모르니 시간은 여유 있게 잡고 방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침 내일 점심 이후의 예약이 여유 있었고, 그대 또한 오후 스케줄이 없다 하여 흔쾌히 우리의 만남이 예고되었지요.
탈색은 시술 과정에서 변수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 긴장하며 작업하는 시술이랍니다. 그냥 약만 바른다고 예쁜 컬러가 "뿅!" 하고 나오지 않아요.
전화를 끊고 머릿속에서 시술 과정을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봤어요.
"숱이 많으시니까 미리 두 통을 꺼내 제조해놔야겠다~ 영양제는 이 회사 제품이 더 낫겠지?"
시술과정을 직원과도 상의해 봤지요. 제 머릿속에서는, 이미 원했던 예쁜 컬러와 모두의 만족으로 해맑게 웃으며 뒷모습 사진 촬영도 하고 있었다고요! 그러한 설렘과 약간의 긴장된 마음이, 예약 잡은 어제 오후부터 오늘 그대의 예약 시간 전까지 계속되었지요.
... ...
그런데 그대는 왜 내 마음을 허망하게 하시나요.
자고 있었다고요? 지금, 오후 한 시가 한참 지나간다고요!
정말 피치 못할 상황이거나, 갑자기 몸이 아픈 거라면 전 이해해요. 그건 어쩔 수 없죠. 그런데 그대는 나의 전화를 받고 이제 막 잠에서 깼다고, 사과 한 마디 없이 다음에 다시 예약하겠다고 하시네요.
나는 그대를 믿었어요. 설마 노쇼를 하겠냐며, 첫 방문 고객님도 아니라 예약금 받을 생각도 안 했다고요.
그리고 우리 직원은 오지도 않을 그대를 위해 염색보와 컬러 도구를 미리 준비 해놨어요. (저런.. 다시 정리해야겠네요) 그 긴 시간에 머리 하고 싶었을 다른 고객님은 생각해 보셨나요? 그분은 지금 다른 미용실에서 머리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에잇! 이런 무심한 사람아.. 나 지금 많이 속상해요.
그대여..
예약은 약속이에요. 저하고만 한 약속이 아닌, 그대가 그대와의 약속이랍니다. "내가 이날 이 시간에 예뻐지려고, 나와 약속했어!" 이런 마음이요.
만약 다시 그대의 예약 전화가 숍으로 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음이 약해져 지난 일은 잊고 웃는 얼굴로 만나게 되려나요?
아니면, 저도 그대의 예약시간에 잠을 좀 자볼까요.
...
이제 앞으로는 노쇼 하지 말아요.
...
또르륵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