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뜨거나 처지거나

조현병의 양성증상과 음성증상

by 이연

나의 글을 읽은, 정신과나 간호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친구가 정신분열증에 대해 흥미를 가졌고 조금 더 다양한 특징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여 고민 끝에 일을 하다가 유난히 오늘 나에게 말을 많이 거신 환자분이 생각 나 정신분열증의 다양한 특징들 중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정신분열증은 주 증상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그중 하나는 양성증상 (환각, 기이한 행동, 망상 등 쉽게 말해 일반인이 가진 행동보다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것), 다른 하나는 음성증상(둔화된 정서, 언어적 빈곤, 의욕 상실 등 쉽게 말해 일반인보다 현저히 부족하게 나타나는 것)을 가지고 있다. 보통 양성증상이 음성증상을 가진 환자들보다 예후가 좋다고 한다.




양성증상을 가진 환자들은 쉽게 눈에 띈다. 복도에 돌아다닐 때 크게 어딘가를 향해 소리를 지르거나 무드가 방방 뜨며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하지만 음성증상을 가진 환자들은 병실 침상에 하루 종일 누워있거나 움직임이 거의 없고 면담을 시도하면 단답으로 대화하거나 무표정을 짓고 있으며 식사도 거의 하지 않고 자발적인 발화가 부족하여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힘들 뿐 아니라 환자를 꾸준히 보지 않으면 식사도 하지 않아 주기적으로 말을 걸고 활동이나 식사를 격려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양성증상을 가진 환자들도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음성증상을 가진 환자들을 더 눈여겨보며 관심을 주어야 한다.




"선생님 나오셨어요? 오늘 날씨가 참 좋죠? 날씨가 좋으면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농사는 지금 지어야 하는데 에잉" 이렇듯 끊임없이 빠르게 다른 주제로 넘어가 대화의 결론까지 이르는데 어려움을 느끼는데, 이를 사고의 비약(flight of ideas)라고 한다. 그냥 들으면 말을 잘하시는 것 같고 대화가 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으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또한 양성 증상의 하나인데 매일 내가 출근하면 나를 보며 웃으며 대화를 시도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는 알기 힘들다. 또한, 어떤 환자분은 투약할 때 경구약을 손에 쥐어주면 (정신과는 환자들이 약을 제대로 드시는지 직접 확인한다. 일부 환자들 중 약을 숨기고 드시지 않다가 다 모아놓고 한꺼번에 욱여넣은 사례가 많아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 적도 많고, 약을 드시지 않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여 불필요하게 약 처방을 바꾸기도 하기 때문이다) 약을 드시지 않고 나를 멍하게 쳐다보며 같은 단어를 반복한다. "양 14마리... 양 14마리... 양 14마리..." 처음에는 그 단어를 계속해서 이야기하시길래 약 먹을 때 양이 연상되나 싶었지만 전혀 상관없는 것임을 알았고, 투약 시 매번 그러한 반복적인 말을 하여 이는 조현병 환자들의 양성증상 중 하나인 언어 반복증(음송증 verbigeration) 임을 알 수 있었다. 말뿐이 아니다. 환자들을 보다 보면 양성증상의 행동도 볼 수 있는데, 가끔 어떤 환자들은 계절에 맞지 않게 옷을 입고 있다. 더운 한여름인데 패딩을 입고 있거나 겨울 양털 모자를 뒤집어쓰고 계신다. "덥지 않아요?"라고 물으면 괜찮다며 더욱더 모자를 푹 눌러쓰신다. 또한, 정신과 병동에서 많이 보이는 행동 중 하나가 상동증(stereotypy)인데 하루 종일 병동 끝에서 끝까지 왔다 갔다 하시는데 "힘들지 않아요?" 물어도 근무자를 무시하고 지나치며 천장 위를 바라보며 왕복을 되풀이하신다. 정말 안 되겠다 싶어 주치의 선생님께 말씀도 드리고 그렇게 약도 올리고 했지만 이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주치의 오더 하에 이를 교정하기 위해 보호실에 있을 수 있게 했지만 문을 부술 듯이 쾅쾅 치며 납득하지 못했고 결국에는 보호실에서 나갈 수 있게 해 드렸더니 똑같이 하루 종일 병동 복도를 왔다갔다하시다가 식사도 놓칠뻔하고 저녁에는 체력이 소진되어 침대에서 기절하듯이 잠에 빠져들었다. 환자들 중 하루 종일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환자가 있는데 이 또한 상동증을 보이는 행동이다. 하루 종일 반복된 행동을 하면 환자들 본인도 힘들다고 하신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며 끊임없이 움직이기에 많은 환자들이 피골이 상접한 모습을 보인다.




반대로 음성증상을 가진 환자분들은 정동의 둔마라 하여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외부로 나타내지 못하고 표현이 저하된 상태를 말하는데, 근무자나 다른 환자분들이 말을 걸어도 항상 무표정으로 있고 대화를 시도하지만 단답으로 답하여 대화가 끊긴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가끔은 대변을 일주일간 보지 못해 나중에는 관장을 시행하나 관장으로도 해결되지 않아 더 큰 병원으로 이송을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면담 시 뭔가 병동 생활이 불편한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없냐고 물으면 그저 "괜찮아요..."라고 대답하며 눈을 회피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주변 환자들에게 그 환자의 평소 행동을 묻기도 하고, 직접 대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가해야 한다.








조현병은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뇌의 기질적인 이상으로 보고 있으며 10대 후반에서 20대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환청을 들으며, 무언가에 집중하기 힘들어한다. 최근에는 정신과 상담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 하면 "쟤 뭔가 이상한 거 아냐? 쯧쯧 저래서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라는 등 비판적인 인식이 남아있기에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거나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시점에 타인을 의식해 제 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넘겨버려 후에 더 큰 정신과적 질환을 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조현병도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예후가 좋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기를 놓치거나, 약을 꾸준히 먹지 않고 '이 정도면 나아진 것 같은데?'라며 혼자 성급히 판단하여 약을 중단하면 만성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렇기에 초기에 꾸준히 투약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많은 조현병 환자들이 있고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비슷하게 행동을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모습을 보고 '아 저 환자 원래 저러셨지'하며 이를 간과하는 순간 나중에는 도저히 돌아올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병동에 있는 환자들의 간호에 집중을 해야 하고 환자의 정말 작은 변화에도 지나치지 않고 기록하고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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