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의 목소리

환청, 환각에 관한 이야기

by 이연

한창 일을 하다 보면 간호사실 앞으로 이것저것 묻는 환자, 반갑게 말을 거는 환자, 자신의 요구를 들어달라며 마구 억지 부리며 화내는 환자 등 다양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리에게 딱히 말을 걸지 않아도 유난히 눈에 밟히는 환자가 있는데, 간호사실 앞에 서서 말을 하는 환자들 뒤에서 귀를 꽉 막고 뭐가 바쁜지 혼잣말을 하며 빠른 속도로 복도를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환자다.




환청의 내용도 환자들마다 다양하다. "어떤 목소리가 들리고 무슨 말을 하나요?"라고 물으면 어떤 환자는 "자꾸 물을 마시래요."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환자는 "남자 목소리인데요... 자꾸 제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해요... 힘들어요... 잘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들려요... 그만 들렸으면 좋겠어요."라고 한다. 어떤 환자는 환각으로 다른 환자들과 이야기하지 않고 하루 종일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거는지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알 수 없는 대답을 한다. "그렇지, 아니, 아니 내 말을 들어보라니깐? 이거라고. 아니! 왜 못 알아먹는 거야?"라며 표정을 찡그리며 화를 내기도 한다. 가끔은 어떤 환자는 지나가다가 욕설을 내뱉기도 하는데, 지나가던 환자는 자신에게 욕을 하는지 알고 싸우기도 한다. 일하다가 저 멀리서 크게 싸우는 소리가 들리면 보호사님과 함께 싸움이 난 곳으로 달려가 무슨 상황인지 묻는데 참으로 곤란하다. 욕을 들어 화가 난 환자에게 '이 환자분은 환자분께 욕을 한 게 아니에요. 이분은 환청이 들려 거기에 반응한 거예요'라고 설명하면 납득하지 못한다. 그런 게 어디 있냐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한다.




보통 조현병 환자들에게 환청은 자신에게 실제로 말한다고 확신하며, 환청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들리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할 때 힘들다고 한다. 환청과 환각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나는 환자들이 얼마나 힘들지 사실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기회가 되어 환청 체험을 해볼 수 있었는데, 하루 종일은 아니지만 출퇴근할 때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환청과 같은 소리가 들리는 이어폰을 꽂고 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환청 체험은 다양한 내용이 있었다. "죽어, 나가 죽어"와 같이 오싹한 환청도 있었고, "앞으로 가. 아니, 왜 옆을 가는 거야, 앞으로 가라고."와 같이 지시 환청이 있었다. 사실 라디오에서 들리는 주파수 소리와 "밖에서 전쟁이 났습니다. 어서 대피해 주십시오"와 같이 전쟁이 났다며 대피해 달라는 공영방송에 나올법한 목소리가 들릴 때는 현실감이 없어 크게 와닿진 않았으나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몇 년, 아니 몇십 년이 들린다면? 그렇다면 얼마나 실제처럼 느껴질지, 불안감에 떨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계속 귀 한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서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과 말을 하는데 말이 반만 알아들을 수 있어 답답했고 못 알아들어 자꾸 물어보게 되니 머쓱해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 웃게 되었다. (당시 사람들은 내가 이어폰을 꽂고 환청 체험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자꾸 내가 히죽히죽 웃으니 당연히 나와 같이 있었던 사람들은 '왜 저렇게 웃지? 왜 저래, 오늘 뭐 잘못 먹었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또한, 내가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려고 길을 찾는데 그때 마침 "옆으로 가. 옆으로 가라니깐?"과 같은 지시 환청이 들려 나도 모르게 아무 생각 없이 옆으로 가다가 아차 싶어 움찔하고 원래 가야 하는 길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환청 체험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실제 들리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신중을 가해야 했으며, 일상생활을 할 때나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평소보다 더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런 생활이 지속된다면 매우 예민해질 것 같고 평소보다 업무처리나 일상생활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져 짜증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나는 같이 일을 하다가 연차가 높으신 선생님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나는 정신과에 오래 입원한 환자들이 자살하는 것이 단순히 우울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살하는 많은 이유들 중 하나가 환청에 반응해서도 있다고 하셨다. 환청으로 자꾸 죽어야 한다는 말이 들려 자살을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생각을 해보면 내가 힘들 때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방황할 때 나는 가끔 '아 누군가가 내게 나타나 답을 주었으면 좋겠다.'라며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에 지쳐 수동적인 삶을 살고 싶을 때 내 머릿속에서 '이렇게 이렇게 해. 그게 맞아'라고 해버린다면 정말 그 말에 홀려서 실행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러 꼭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아닐지 모르지만 그럴 수 있겠다라며 납득해버렸다.



환청이 들리는 조현병 환자들은 보통 정신과 약을 사용하여 치료를 한다. 거기에 더해서 심리치료 등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는 환청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환청으로 인해 느끼는 감정에 집중을 하며 정서적 격려를 해준다. 환청이 심해지면 우린 중간에 계속 말을 걸기도 하고, 환청에 집중하지 않도록 다른 곳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도 한다. 이미 만성화된 환자들이 있는 병동이라 환청이 들리는 것이 일상인지 어떤 환자들은 환청임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대답해주기도 하고, 환청이 들리니 주치의 선생님께 약을 달라고 근무자를 찾기도 한다.



사실 일반적으로 환청에 반응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나도 간호사가 아니었다면 먼저 '무섭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환청에 반응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머릿속이 얼마나 어지럽고 괴롭고 지치는 일인지 우리는 직접 겪어보기 전까진 모를 것 같다. 혼자서 말하고 대답하고 환청에 반응해 화를 내며 소리 지르는 모습들에 이제 나는 오늘도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아직도 그들을 대하는 것이 어려워 스스로 고민하고 공부가 얼마나 더 필요한 일인지 반성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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