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눈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

사소한 것으로부터 사고가 난다

by 이연

정신과 병동에서는 환자의 모든 것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아야 한다. 정말 별거 아닐 것이라고 간과하는 순간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정신과 환자들 중 위생관리가 되지 않아 이가 썩어 발치를 하거나 다른 다양한 이유로 이가 부실한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일반식이가 아닌 다진 식이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다진 식이는 일반식이에 비해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데, 이에 우리가 잠시 다른 환자로 한눈을 판 사이 다진 식이를 먹어야 하는 환자가 손으로 일반식이를 덥석 잡아 입에 욱여넣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면 제대로 씹지 않고 넘겨 질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임리히 (기도이물 폐쇄 응급처치) 요법을 시행하려 해도 생각보다 모형에 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몸무게가 나가는 환자들은 몸이 축 처지기 때문에 성인 남성이 하임리히를 시도하려 해도 환자를 세우는 것부터가 힘들기 때문에 근무자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책상 모서리에 환자를 압박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일들은 순식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환자가 식사하고 있을 때 다진 식이를 드셔야 하는 환자분들이 꼭꼭 잘 씹어서 식사하고 계신지, 급하게 드시고 있진 않은지 잘 보아야 한다.





식사뿐만이 아니다. 요새는 코로나가 심해져 환자들의 면회나 외출, 외박이 어려워졌는데 이 때문에 많은 보호자분들께서 병동으로 택배를 보내주신다. 택배를 환자들에게 전달해 줄 때에도 내용물을 꼼꼼하게 보아야 한다. 날카로운 물건은 없는지, 신발이나 옷에 끈이 있진 않는지(끈으로 자살 시도를 할 수 있다), 상할 수 있는 과일이나 질식하기 좋은 음식(스니커즈 초콜릿, 초코파이, 떡 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상할 수 있는 물건은 환자분들 중 많은 분들이 '유제품과 같은 것들이 상할 수 있으니 빨리 먹어야 한다'라는 인지를 하지 않은 채 서랍 구석에 오랜 시간 보관해 두었다가 드시면 장염에 걸릴 수 있는데, 물론 매주 1회씩 사물 검사를 통해 버릴 수 있도록 하긴 하지만 매일 확인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기에 상할 수 있는 물건은 웬만하면 보내지 않도록 보호자 분들에게 말씀드린다. 매주 1회씩 하는 사물 검사에서는 이와 같이 빈 플라스틱 병(씻지 않고 사용하는 병), 쓰던 휴지들, 씻지 않은 더러운 컵 등과 같이 위생과 관련하여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은 제거할 수 있도록 한다.




정신과 병동의 환의복 하의를 보면 생각보다 길지 않다. 이는 하의를 이용해 자살한 히스토리가 있었고, 환자들의 수건 또한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수건 길이의 반토막이다. 보호자들이 보내주신 수건이 오면 근무자들이 수건을 반으로 잘라서 준다. 이 또한 자살 방지를 위함이다. 날카로운 볼펜도 정해져 있는 시간에 사용하고 저녁에는 반납을 해야 한다. 가위와 같은 날카로운 물건도 간호사실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절대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지 않는다. 잘라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근무자가 대신 잘라준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노력을 해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전에 한 조현병 환자가 self talking(조현병 증상 중 하나이다)을 하며 복도를 가는데 욕설이 있었나 보다. 복도에 서 있던 만성 알코올 환자분께서 자신에게 욕을 하는 줄 알고 분노하여 근무자들과 cctv를 피해 병실로 혼잣말을 하던 환자를 데려가 자신의 컵을 깨서 날카로운 부분으로 환자의 목을 그었다. 다행히도 깊게 긋진 않았지만 충분히 위협적이었으며 조금만 더 깊었어도 생명에 위험이 있었을 것이다. 매 시간 근무자는 rounding을 돌며 환자들이 잘 계신지, 위험한 일은 없는지 확인을 하나 우리가 눈을 돌리는 순간 이렇게 위험한 일이 충분히 생길 수 있기에 항상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한다.



병동 환경은 예전부터 위험했던 경험들에 의해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창문 또한 모두 열리지 않고 정말 조금만 열리는데, 환자들 중에 escape 시도를 하여 높은 층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창문 밖으로 떨어져 경추가 손상되거나 사망에 이른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근무자는 항상 매의 눈을 가지고,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정신과 병동은 기상천외한 일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항상 일어나기 때문이다. 나는 직접 겪진 않았지만 타 근무자들의 경험담을 듣다 보면 정말 소설책을 읽고 있는 느낌일 정도이다. '그런 일이 있다고...? 말도 안 돼... 거짓말하시는 거 아냐?'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일을 하다 보면 '아, 뭐 그래 지금 일들을 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기에 근무자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하며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헤아리며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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