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이지 말라던 그 환자

피해망상을 가진 조현병 환자 이야기

by 이연



조현병 환자들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망상이다. 남이 자신에게 해를 가한다고 생각하는 피해망상, 주변의 사람이나 일이 자신과 다 연관된다는 관계망상이 있다. 보통은 보호자에게 망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병동 생활을 하다 보면 근무자들과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근무자에게 망상을 갖기도 한다.



병동에 유난히 피해망상이 심한 환자가 있다.



툭하면 근무자끼리 대화하는 내용을 엿듣고서는 "선생님, 제 얘기했어요? 그거 제 얘기죠?"라며 의심을 한다. 그렇기에 그 환자에 대한 내용을 다른 근무자에게 인계할 때는 나도 모르게 그 환자가 주변에 있는지 의식하며 두리번거리게 된다. 혹여나 우연히 지나가다가 자신의 이름을 듣는 순간 그 이후로는 매우 피곤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꼬리를 무는 질문과 온갖 의심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 온다.



평소에는 피해망상을 가지지 않고 근무자나 환자들에게 일상 얘기도 많이 한다. 또한, 바깥세상에 대한 궁금증도 커서(환자는 조현병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지 10년이 넘었다) 자주 질문을 한다. "요새 물가는 어때요? 아직도 ㅇㅇ전자제품이 팔아요? 아 나 옛날에 집에서 살 때 그거 썼는데 좋더라고요~"라며 먼저 근무자에게 스몰토크도 자주 시도한다. 하지만 이 환자는 가끔 망상이 심해지는 시기가 있다. 그럴 때이면 걷잡을 수 없이 불안감에 빠지며 근무자에게 화를 내고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최근 장마철로 비가 와서 날씨가 어두웠다가 또 어느 때에는 햇빛이 쨍쨍해 날씨의 변덕이 심했는데 이 환자분도 조금은 그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최근 피해망상이 심해져 근무자들 돌아가며 의심을 했다. 이 환자분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해당 근무자에게 직접 가서 질문할 용기가 없나 보다. 다른 근무자에게 가서 그 근무자를 거론하며 자신을 죽이려 하는 거 아니냐 왜 그렇게 말한 것이냐라고 질문을 하는데 그런 이야기조차 듣지 못했던(물론 실제로 근무자가 그런 말을 안 했을 가능성도 크다) 상황이라 어안이 벙벙해 어리둥절하다가 이 환자분이 또 어떤 단어나 문장에 꽂힌 건지 들어본다.



최근에 근무자들끼리 낄낄거리며 서로에게 농담을 하다가 "아 그 친구는 노래부를 때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낸다"라는 이야기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듣고 다른 근무자에게 찾아가 "선생님, ㅇㅇ선생님이 돼지 멱따는 소리라는데 돼지 멱따는 건 죽인다는 거잖아요. 저 죽이려고 하는 거죠? 그렇죠? 아니, 죄 없는 저를 왜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하면서 부들부들 떨며 소리를 질렀다. 근무자가 그런 이야기가 아님을 설명해도 이미 자신이 갖고 있는 피해망상에 꽂혀 소리를 지르며 흥분하며 근무자를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를 했다. 근무자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환자분이 너무 심각하게 근무자나 타환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도저히 제어가 되지 않는 상태가 오면 주치의에게 말씀드리고 오더 하에 진정제 주사를 놓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은 그전에 말로 진정을 시키려 노력한다.



그날은 흥미롭게도 여러 근무자들이 병동에 있어 근무자들이 그 환자를 대하는 각기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회사업과 선생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현실감을 제공하기 위해 '실제로 그 말을 들은 다른 환자들이 있었는지, 없다면 왜 그럼 주변 환자들은 그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지'와 같이 그 이야기는 실제 진행된 이야기가 아님을 상기시켜주려 했다.

보호사님은 환자분이 꽂힌 상황을 다른 활동을 하거나 집중을 분산시켜 완화시키기 위해 일단 감정적인 면에서 다가가는 모습이 있었다. "많이 불안해요? 그러지 말고 이 커피 마셔요. 달달한 커피 마시고 기분 풀자. 오늘 좀 예민하네요?"라고 하시며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이었다.

연차 높으신 선생님은 따끔하게 이야기를 하며 직설적으로 상황을 직면시켰다. "누가 뭐라고 했는데요? 그거 근무자들은 그렇게 얘기한 적 없어요. 환자분 그거 피해망상과 관계망상이에요. 근무자들끼리 이야기하는 게 왜 다 환자분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왜 자꾸 근무자들 이야기하는 거 엿들어요? 그러면 우리도 자꾸 신경 쓰여서 일도 못해요. 환자분 본인이 그거 피해망상이란 거 알고 있어야죠."



신기한 것은 환자분이 불안에 떨며 망상을 호소할 때 근무자들은 각기 다른 반응과 말이었지만 모두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긴 했다. 이러한 증상이 이틀은 더 갔었는데 너무 심해지자 주치의가 직접 병동으로 방문해 면담까지 했다. 주치의 선생님께는 심지어 모니터를 보고 타이핑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을 신고하려 한다'라고 망상 호소까지 했다.



다행히도 약 조절 후 망상 호소가 줄긴 했지만 언젠가는 다시 또 망상 호소를 하는 날이 올 것이다. 피해망상을 호소하며 근무자에게 감정적으로 대할 때에는 솔직히 나는 무섭긴 하다. 말을 해도 믿지 않고 자신이 복수를 할 거라느니, 인권위원회에 신고한다느니 등 피곤한 상황도 벌어진다. 그렇기에 근무자는 더욱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되고 프로페셔널하고 유연하게 대처를 해야 한다.




근무자도 근무자이지만 환자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피곤할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 하고 해를 끼친다고 생각하고 믿기에 마음 편하게 잠을 자는 것도 어려워하고 끊임없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엿들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스스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한다. 심각하면 스트레스가 심해져 밥을 먹는 것도 꺼린다. 그렇기에 더욱더 근무자의 도움이 필요하고 본인이 피해망상을 가지고 있음을 확실히 알려주어야 한다.



keyword
이전 04화정신과 환자들은 계절을 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