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익숙한 사람들
결국, 정신질환자를 보살피는 일의 미래는 우리 모두의 깨달음에 달려 있다.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우리의 형제자매가 지역사회에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재건을 위해서도 함께할 수 있는 잠재적 파트너라는 사실을, 또한 그들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 꼭 실패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오히려 그들이 스스로 행복한 삶을 즐기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그들의 욕구, 그들의 이야기, 우리 삶에 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이웃이 내민 손길에 응답하는 그들의 능력은 병든 사람 자신은 물론 우리 이웃들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론파워스-
나는 만성 환자들이 장기 입원해있는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일을 하고 있다. 환자들은 보통 조현병(정신분열증), 알코올의 의존 증후군 진단을 받으신 분들이고, 우리 병동은 조현병 환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는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나 행동, 정서적 둔마(슬프거나 기쁘거나 괴로운 기본적인 감정이 식고 감동이 없어져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실제로 환자들을 보면 일반인이 보기엔 ‘왜 저럴까?’라고 생각하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정말로 많다.
복도에 돌아다니며 고개를 푹 숙이고 끊임없이 중얼중얼 이야기하는 사람, 무언가가 자꾸 들려 두 귀를 틀어막고 있는 사람, 복도 끝에서 갑자기 울먹거리다가 다른 쪽 끝 복도에 도달했을 때 히죽히죽 웃기 시작하는 사람, 실제로 자신에겐 정신질환이 없고 무언가 위대한 사람이며 타 환을 무시하는 사람, 말을 걸어도 초점이 없고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축 쳐져있는 사람, 물을 너무나도 많이 마셔 한순간에 몸무게 5kg가 늘어나 있는 사람, 실제로 아무것도 없는데 앞에 누군가가 자꾸 괴롭힌다고 하는 사람, 검사 상 정상인데 자꾸 온몸이 아프다고 표현하는 사람, TV 속 정치인 혹은 연예인이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 등 정말 많은 케이스의 환자들이 병동에 있다.
학생 때 첫 정신과 실습을 가기 전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어 온몸을 웅크리고 노트를 꼭 붙잡고 혹여나 나에게 해코지를 할까 봐 볼펜을 실습복 주머니 깊숙하게 숨겨놓았던 기억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꽤나 긴장을 한 상태였고 도대체 정신과 병동은 어떤 느낌일까 상상조차 되지 않았기에 더 조심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주간의 실습을 하면서 생각보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대학교 동기들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질색하였고 심지어 우는 친구까지 있었다. 사실상 간호 학생이 병원 실습을 나가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다. 의료행위를 하기에는 아직 간호사 면허증이 없기에 실제 간호사 분들의 뒤를 쫓아다니며 보거나 환자분들과 면담하는 정도, 혈압과 같은 기본적인 것을 측정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동기들은 “나도 이상해지는 것 같아… 난 아닌 거 같아 아니야, 난 진짜 정신과는 아닌 것 같아”하며 질색했다.
나는 조금 의아하긴 했다 ‘엥 그 정도라고? 나는 환자분들이랑 재밌게 이야기도 하고 같이 종이 접기도 하고 그랬는데?’. 물론 나도 조금은 무서웠다. 어떤 한 여자아이는 동갑인 나를 보고는 친근하게 먼저 말도 걸고 여느 여학생처럼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고는 ‘대체 이곳에 왜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몇 시간 뒤에 그 여자아이는 갑자기 의료진에게 욕설을 하며 난리를 치기 시작했고, 자세히 보니 그 여자아이의 팔 한쪽은 칼로 그어 팔 전체가 상처투성이었다. 또한 거식증도 앓고 있었는데 식사를 하지 않겠다는 강박관념이 얼마나 심했는지 과자를 하나 구입해서 그 과자에는 '먹으면 죽일 거야'라고 자신에게 경고하는 섬뜩한 글을 써놓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나는 충격에 아직도 그 장면이 잊히지 않고 가끔씩 떠오르기도 한다. 또한 어떤 40대 중반 가량되는 남자 환자는 TV 속 정치인이 자신에게 모스부호로 명령을 내리고 있으며 실제로 자신은 그 명령에 따르고 있는 정부 비밀기관의 요원이라고 믿는다. 그 환자를 보면서 학교에서 과제로 내 준 영화 '뷰티풀 마인드’가 떠올랐었다. 그 영화는 40년대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젊은 나이에 유명해진 한 천재 존 내시는 MIT 교수가 된 이후 소련 스파이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는 조현병 판정을 받고 입원 후 병에서 회복하여 활동을 재개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실제로 우리는 전철이나 사람들이 많은 길거리 한복판에서 혼잣말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소리 지르거나, 날씨에 맞지 않는 복장을 하고 돌아다녀 지레 겁을 먹고 피해 다닌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조현병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안쓰러운 마음에 잘못 다가간다면 더 큰 화를 입힐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다. 조현병 환자들은 우리들에게 들리거나 보이진 않지만 실제로 누군가가 끊임없이 자신에게 말을 걸며, 앞에서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현병 환자들은 근무자에게 와서 괴롭다고 말을 한다. 식사를 할 때도, 걸어 다닐 때에도, 심지어 잠에 들기 전까지도 자꾸 말을 건다고 한다. 이러한 증상이 있을 땐 주사제를 놓거나 약 조절을 하는데 증상이 완화되며 환자들에 의하면 그러한 증상이 일시적으로라도 괜찮아진다고 표현한다. 병동에 계신 환자들의 증상도 가지각색이다. 어떤 환자분들은 그냥 보기에는 다른 이들과 같이 대화도 잘하시고 다른 환자분들과 농담도 하며 즐거운 병동 생활을 하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근무자에게는 괜찮다고만 이야기하다가도 친한 환자분들에게는 자신이 엄청나게 큰 밴드 그룹의 멤버였다고 믿고 있으며 종종 노래를 들을 때 기이한 춤을 추며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지만 계속해서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흔히 조현병을 가지신 분이라면 하루 종일 증상을 보일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다. 괜찮으시다가도 갑자기 증상 호소를 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다. 그럴 때에는 근무자를 찾아 면담 시도를 하거나 이에 맞는 약을 달라며 호소하신다.
정신과 간호사로서 처음에 병동에 왔을 때에는 나에게 해코지를 할까 봐 병동 라운딩을 돌 때에도 항상 긴장을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환자분들을 파악하고 환자분들도 나를 근무자로 인정해주어 종종 웃으며 인사를 먼저 건네기도 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신다. 그렇기에 이제는 밖에서 우리 병동에 계신 분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병동 환자들이 생각나 안타깝고 스스로도 얼마나 괴로울까 라는 생각이 함께 든다. 그저 무섭고 피하기만 했던 사람들이 다르게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서 행동하기보단 자신도 그러고 싶지 않지만 보이기 때문에, 들리기 때문에, 자꾸 그렇게 생각이 들기 때문에 타인이 보기에 기이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표현하신다. 그렇기에 우리와 못지않게 타인이 자신을 괴롭힐까, 해를 끼칠까 무서움을 느낀다고 하신다. 어떤 분들은 우리를 향해 악 감정을 가지고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에게 무관심한 분들도 있으시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억을 하지 못하실 때도 있다. 일을 하다 보면 환자분들께서 내게 소리를 마구 지를 때가 있다. 억울하기도 하고 대화를 하여 풀려고 해도 내 말은 듣지도 않으시며 자신의 이야기만 한다. 그럴 때면 욱한 감정이 들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그 환자분은 웃으며 다른 이야기를 꺼내신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 보니 환자분들을 감정적으로 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병원 내에서가 아닌 바깥에서 조현병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마주치면 그들도 얼마나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싶은지,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지 먼저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