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열흘

급성기 환자와의 소란스러웠던 열흘

by 이연


우리 병동은 만성 조현병 환자들이 주로 입원해 계신다. 워낙 오랜 기간 입원해 계신 분들이라 병동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 대부분 근무자에 협조적이며 조용히 병동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 잔잔한 호수와도 같던 평화로운 병동에서 꽤나 시끌벅적한 일이 터졌다. 여러 병동을 돌다가 결국엔 우리 병동으로 전동 오신 분이 계시는데 이 환자분은 퇴원 후 가족들에게 칼을 휘두르고 폭행을 하여 다시 우리 병원으로 내원하신 분이라고 한다. 소문에 의하면 이 환자분을 컨트롤하기 어려워 타 병원에서도 환자분을 받지 않고 거부해 여러 병원을 돌다 마지막으로 우리 병원에서 받아준 것이라고 들었다. 그만큼 꽤나 까다로운 환자분이라는 소리를 익히 들어 급성기 병동에서 우리 병동으로 전동이 결정 났을 때, 근무자들은 모두 긴장을 했다. 타 병동에서도 환자분이 간호사실 앞에 수시로 와서 소리를 지르고 특정 단어를 계속해서 반복해 외치는 모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 환자분은 30대 후반으로 우리 병동에서는 꽤나 젊은 편에 속하신대 힘이 장사라 보호실 문을 파손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그 환자분께서 우리 병동으로 전동 오시자마자 타환의 간식을 뺏으려고 실랑이를 벌이다 타환의 콧등을 주먹으로 가격하여 주치의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주치의 오더 하에 진정제를 투여하고 강박을 시행했다. 강박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보통은 4 point 강박으로 양쪽 발목, 손목을 묶는 것이다. 하지만 이 환자분이 온몸을 비틀며 움직여 강박 끈이 끊어져 근무자를 때리려고 하자 가슴까지 묶는 5 point 강박으로 변경되었다. 강박을 하는 두 시간 동안에도 병동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퍼붓고 하도 몸을 비틀어 침대가 들썩거려 당시 근무자의 말에 의하면 침대마저 부서질 뻔했다고 한다. 그다음 날에도 지나가는 환자를 붙잡고 이유도 없이 욕설을 하며 주먹질을 하려고 하며 다른 환자를 자극하는 행동을 보이며 복도를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러대 다른 환자들이 두려움에 떨자 또 주치의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오더 하에 강박을 시행하였다. 하도 손목을 비틀어 손목에 묶여있는 강박 끈에 쓸려 상처가 생겼다.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으니 제발 가만히 있어달라고 이야기를 했으나 더욱더 반항을 하며 소리를 질러대었다. 결국에는 상처가 크게 생겨 매일 소독을 해드리지만 덧대고 있는 거즈가 불편하다며 훌훌 다 떼어버리고 긁어서 우리의 골머리를 썩게 했다. 정신과에서 환자분들에게 강박을 하는 이유는 자살이나 자해 위험이 높거나 폭력성이 높아 다른 사람을 해칠 가능성이 있을 때, 기물파손이나 병동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할 경우, 환자가 스스로 충동 조절할 수 없다고 느껴 요구할 때 등과 같이 치료 목적으로 주치의 오더 하에만 이루어질 수 있다. 어찌 되었든 환자분은 계속된 강박으로 인해 이제는 강박을 피하고 싶어서라도 타환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이 줄어들긴 했으니 다행이었다.





타환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이 줄어든 대신 이제는 근무자에게 위협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우리 병동은 여자 근무자가 많기 때문에 우리가 어떠한 말을 해도 콧방귀를 뀔 뿐이었으며 소리소리 지르고 욕설을 하였다. 또한, 섹슈얼한 말을 지속적으로 하며 근무자를 불쾌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 번은 내가 환자분들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동 라운딩을 도는데 내 뒤를 졸졸 쫓아오더니 이내 내 앞을 가로막고는 지나가지 못하게 했으며 주먹을 쥐어 보이는 것이다. 그 당시 보호사님께서 잠시 업무로 인해 자리를 비우고 있으셨는데 나는 그때 등골이 서늘함을 느꼈다. '이거 나 큰일 날 수 있겠다.' 생각이 들고 나는 몸집을 부풀린 날카로운 고양이 마냥 더 큰 소리를 내며 비킬 것을 요구했으나 환자분은 그 모습이 우스워보였나보다. 더욱더 내게 가까이 다가오며 주먹을 쥔 손을 내 얼굴 앞에서 흔들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아찔했다. 한 대 맞을 것을 예상했으나 다행히도 덩치가 큰 다른 남자 환자분이 그 모습을 보고 멀리서부터 달려와 "너 지금 간호사님한테 뭐 하는 거야!"라고 소리 지르며 그 환자분께 화를 내셨다. 그 환자분은 그렇게 나를 노려보며 조금씩 자리를 비켜주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너무나도 무서웠고 보호사님께서 안 계실 때 라운딩을 돌려고 했던 나 자신을 자책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나는 라운딩을 도는 것이 무서워졌고 조금 더 조심하게 되었다. 그 환자분은 나한테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자 근무자분들에게도 그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어떤 근무자분은 서 있었는데 그 환자분이 근무자의 다리를 쓰다듬는 일도 있었고, "스타킹... 스타킹! 섹시해!"라며 섹슈얼한 단어도 내뱉었다. 행동 제지를 하나 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여자 근무자들은 엄청난 불쾌감을 느끼며 일을 하게 되었다. 주치의, 병 동장, 병원장, 간호부에 이러한 모든 사실들을 이야기하며 우리 병동에서 모시고 있기 힘들며 급성기 병동에 다시 돌아가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오래 일하신 근무자들 중 한 분이 이 환자분이 아주 예전에 우리 병동에 잠깐 있으셨는데 그때에도 병동의 트러블메이커로 일당백의 역할을 하셨고 병원에서도 강제퇴원을 시키려고 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셨다. 하지만 보호자분께서 조금이라도 더 입원시켜주었으면 좋겠다며 사정사정하셨고 병원은 어쩔 수 없이 환자분을 더 모시고 있었으나 환자분께서 퇴원을 하고 싶다며 난리를 쳐서 퇴원하셨었다고 한다.




그 환자분이 전동 오시고 나서 일주일은 내게 마치 일 년과도 같았다. 간호사실 앞에는 철창이 있는데 철창 앞에 서서 우리를 향해 노려보며 하루 종일 소리를 지르고 타환의 행동을 따라 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에게도 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 환자분께서 치과에서 처방받은 가글을 사용하셨어야 해서 매일 식후에 조금씩 따라 드렸는데 이 모습을 보고 나서 옆에 와서 지속적으로 "나도 가글!! 나도 가글 할래요!!"라며 이유 없이 가글을 요구하자 안된다고 했더니 병동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그 환자분은 간호사실 문을 막무가내로 열고 들어와 안쪽까지 들어오신 후 근무자를 향해 주먹을 쥐고 "맞을 준비 해! 조심해라?"라며 위협을 한 사건으로 우리 병동에 더 이상 계실 수 없는 상태가 되자 급성기 병동으로 전동을 가시게 되며 시끌벅적했던 병동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그 환자분은 조현병과 MR(지적장애 mental retardation)을 함께 갖고 있어 조금 더 힘들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같은 진단을 받은 환자분이 우리 병동에 또 계신데 그분은 오히려 다른 환자분들께서도 챙겨줄 정도로 귀여움을 받는 환자분이다. 그래서 같은 진단을 받으셨는데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일을 하면서 이제는 전동을 가신 그 환자분의 보호자 분도 그동안 엄청나게 마음고생을 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면서 선임 간호사분께서 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정말로 이런 환자분들은 어딜 가셔야 할까...'라며 걱정을 하셨다. 정말로 모든 병원에서 받기 힘들다며 거부를 하고 이렇게 강제 퇴원을 당하신다면 그 환자분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물론 우리 병동에 계셨을 때 근무자들이 무척이나 힘들어했지만 막상 가시고 나니 컨트롤이 잘 되지 않는 환자분들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마음이 좋지 않으며 머리가 복잡하다고 하셨다. 사실 나는 거기까지는 크게 생각을 못했었는데 앞으로 계속해서 일을 한다면 이렇게 병동에서 컨트롤하기 힘든 환자분들을 마주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때마다 이렇게 전동을 보내거나 강제 퇴원을 시켜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은 우울해지는 하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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