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보호자

조현병 환자 보호자들의 이야기

by 이연

우리 병동은 조현병 만성 환자들이 있는 병동인 것과 동시에 행려(行旅)나 급여환자(기초생활수급자)들이 입원해있는 곳이다. 몇 행려환자는 MR(metal retardation 정신지체)로 부모로부터 버려져 길거리에 떠돌다 구청에서 신원확인이 어려워 이렇게 정신과로 온 경우도 있다. 그러한 환자들 같은 경우는 보호자가 없어 간식비를 따로 받지 못하는데, 간혹 가다 천사 같은 사회봉사자분들께서 사비로 돈을 넣어주는 경우도 봤다. 물론 급여환자는 국가에서 대략 한 달에 30만 원씩 나오는 것으로 알는데 환자들은 그 돈으로 입원비, 식대비, 간식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히 할 게 없는 병동에서의 낙은 맛있는 간식을 먹는 것 아니겠는가, 환자들은 간식비가 모자라다며 보호자들에게 연락해 간식비를 더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


띠리리링-


바쁜 업무시간 중에 간간이 환자분들 보호자의 전화가 온다. 병동에는 정말 다양한 환자들이 있듯이 각기 다른 모습의 보호자들이 있다. 가끔 정말 안타까운 보호자 분들이 있다. 환자분들의 나이가 지긋하게 많다 보니 자연스레 잔병치레를 많이 하고 다양한 검사나 수술을 하고, 약을 복용받아 돈이 생각보다 많이 나가게 된다. 우리는 보호자들에게 연락해 외진을 통해 나온 추가 비용 청구를 하는데, 급여환자 병동이다 보니 보호자들도 너무나 큰 부담이 되는 금액으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다. 한 번은 나에게 전화로 15분 동안 '우리 집이 얼마나 돈이 많이 나가며 환자가 너무 자주 아프다고 호소하며 매번 나가는 검사비용이나 시술비용 등이 매우 부담이 된다. 우리 집은 지금 당장 급하게 내야 하는 비용도 못 내서 밀려있다'며 보호자가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를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 그러한 전화를 받을 때마다 안타까우면서 가족이기에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아프면 나머지 가족이 평생 동안 얼마나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큰 짐을 짊어야 하는지 한번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나 또한 우리 가족 구성원 중에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e Disorder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 마음이 어떠한지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우리 집은 중산층이긴 하나 매번 나가는 치료비용, 약값 등이 꽤나 부담이 되었다. 또한, 자연스레 모든 가족이 한 명에게로 관심과 집중이 몰릴 수밖에 없으며 ADHD의 경우 충동적이며 주의력 결핍이 있기에 학교를 다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수업을 도저히 진행할 수 없게 되어 중퇴를 했고, 인간관계를 너무나도 힘들어해서 가족에게 매달리는데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집안의 물건을 부수며 자신의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하루하루가 시한폭탄 같아 너무나도 공포스러웠고 한창 관심을 많이 받을 나이에 친척집으로 잠시 보내지거나 힘들어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원망과 슬픔을 느끼며 자랐다.


그렇기에 가족 구성원 중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코로나가 심해져 외부인 출입이 불가한 상황이 오자 자연스레 환자들은 가족을 볼 수 없었고 전화에 의지해야만 했다. 환자 보호자들도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환자를 보고 싶을까. 병동 안에서 코로나 환자가 나올 때마다 병동은 폐쇄되었다. 그때마다 보호자들은 끊임없이 환자 안부를 묻기 위해 간호사실로 연락을 했는데, (물론 환자들이 직접 전화카드를 이용해 전화를 할 수 있는 전화기도 있으나 기능이 떨어지거나 돈이 부족한 환자들은 간호사실 전화기를 이용해 보호자들과 전화를 하기도 한다) '꿈자리에서 아들의 모습이 나왔는데 뒤숭숭했다. 아들은 잘 지내는 것이냐, 걱정된다'며 매일 전화하는 보호자도 있고, '어머, oo선생님이시네요. 직접 근무자와 만나 물건을 전달해주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아니, 왜 안 되는 거죠?'라며 매번 연락을 할 때마다 전화 내용을 녹음해 어떤 근무자인지 외우고 있기도 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데 들어주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며 근무자에게 욕을 하는 무례한 보호자도 있다. 또는 조현병 환자이기에 자연스레 보호자에게 피해망상을 가지고 있어 보호자에게 온갖 욕설과 화를 내는데 한 번은 그 보호자가 근무자에게 연락해 '제 동생이 연락할 때마다 무서워 죽겠어요. 외진을 가다가 탈출한 적이 있기 때문에 외진 은 자제시켜주세요. 분명 우리한테 찾아올 텐데... 그리고 매번 연락해서 돈을 보내달라, 퇴원시켜달라, 자신을 평생 병원에 썩게 놔두려고 작정한 거냐, 내가 죽이려고 한다는 등 망상 호소를 하며 소리를 지르는데 우리 가족이 전화를 받을 때마다 무섭고 스트레스를 받아요 정말 죽겠어요'라며 불안감과 힘들다고 호소하는 분도 볼 수 있었다. 간혹 어떤 보호자분들은 나라에서 환자분들에게 지급해주는 수급비 통장을 가지고 있다가 이를 횡령해 사용했다가 발각된 일도 보았다. 또는 이와 같이 걸리지 않게 교묘하게 환자분의 수급비를 다 가져가 놓고 매달 하나씩 과자 2 봉지와 같이 소량으로 택배를 붙인 후 환자를 위해 사용하였다고 들이미는 보호자분들도 계신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정신질환을 가진 가족이 있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저 그 가족 구성원을 잘 챙기지 못했고, 교육을 잘 시키지 못해서가 아니냐, 어떻게 가족을 병원에 넣을 수가 있냐, 라는 등 가족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하지만 실제로 겪게 된다면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 보호자들은 평생 마음 한편에 큰 멍을 안고 살고 있으며 동시에 조마조마하고 두려우며 온갖 정신적 고통을 가지고 있다. 어찌 그들에게 비난을 할 수 있을까, 정신질환을 가진 가족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했으면 좋겠고, 그들은 그 누구보다 훌륭한 가족이며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응원을 하고 격려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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