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by 이연

최근 지인이 나에게 "제 여자친구는 우울증이 있어요. 정확한 이유는 알려줄 순 없지만 꽤 오랜 기간 약도 먹고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고 들었어요. 외국인이라 한국 매운 음식을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생기면 패닉이 와요, 공황이요. 근데 요새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 인식이 좋지 않아 안타까워요. 주변에 의외로 우울증이 많은데, 치료를 받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실제로 내가 현재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퇴사를 했지만 계속해서 우울증과 관련하여 기억에 남는 대상자들이 있다. 힘든 만큼 애정도 많이 갔고, 나와 나이차가 별로 나지 않았기에 도움을 많이 주고 싶었다. 물론 대상자는 나에게 커다란 벽을 치고 '선생님이 잘해주려는 건 아는데, 저는 부담스러워요. 제가 필요할 때 연락드릴게요.'와 같은 날이 선 말로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그만큼 대상자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연결해 줄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찾아보려 노력했다.


나의 소중한 대상자는 어린 나이부터 가정불화로 인해 먼 지방에서 나와 무작정 상경을 하여 서울에서 거주했다. 일을 하며 큰 만족감을 느꼈고, 그만큼 자신의 일에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직장 내 성희롱, 성폭행, 그리고 폭언 등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대상자는 회사에 애정을 쏟은 만큼 배신감이 컸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그리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소를 했으나 돌아온 것은 해당 업계에서의 블랙리스트로 올라간 것과 해당 회사에서 입막음 용으로 일정 금액을 주는 것이었다. 그 이외에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상자는 무력감과 상실감, 허탈감 등으로 인해 무너졌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의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이 회사에서 받은 돈으로 메꾸어 남은 것은 없었다.

일을 하기 전에도 가정불화로 인해 우울감이 있고 자살시도한 이력이 있었는데, 이러한 좋지 않은 일로 인해 우울감은 심화가 되었다.


해당 업계에서 블랙리스트로 인해 이직이 쉽지 않았고, 서울에서 혼자 월세와 생활비를 해결해야 하느라 대출로 인해 빚까지 생겼다. 우울감은 심화되었고, 내가 대상자에게 종종 전화했을 때나 면담을 위해 센터로 면담 신청을 했을 때 항상 굳은 표정으로 핏기가 없었고, 차가운 눈빛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저 지금 당장 먹을 것도 부족해서 밖을 나가지 못하고, 취업은 안 되고, 돈이 없어서 여기 센터로 오는 버스비도 없어요. 저는 취업만 되면 이 우울증도 해결될 것 같아요. 그러니깐 상관 마세요."


다양한 대상자를 보며 면담을 했지만, 당장 눈앞의 일만 해결되면 우울증이 해결될 것 같다고 표현 다는 대상자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생기기 전부터 대상자는 우울증이 있었고, 해당 문제로 인해 심화되었을 뿐이었다. 대상자는 자신이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이를 위해 크게 노력하지는 않았다. 우울하기에 술을 마셨고, 약을 꾸준히 먹지 않았다. 지금 당장 돈도 없는데 무슨 정신과 치료란 말인가. 이후 대상자는 다행히도 꾸준히 노력한 덕에 취직을 하여 당장 생계의 어려움에는 벗어나게 되었지만, 이 대상자가 과연 우울증에서 벗어났을지는 의문이다.


"선생님, 전 허리가 아파서 그래요. 솔직히 제 나이에 이러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전 그냥 약이나 먹고 쉴래요!"


나는 센터 퇴사 전 내가 가장 신경이 쓰이고 불안했던 대상자 한 명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대략 50대 여성이었으며 요추탈출증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허리통증을 호소했다. 이로 인해 거동이 어려웠고, 직업은커녕 집안일조차 어려움을 느꼈다. 대상자는 주로 침대에서 생활을 했고 이러한 생활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우울감이 심화되어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되었다. 매일 소주 몇 병을 마시며 대상자 딸의 속은 타들어만 갔고, 이로 인해 딸은 대상자에게 여러 번 치료도 권하기도 하고, 술을 계속 마시면 자신이 죽을 거다, 절연하겠다와 같은 협박도 했으나 전혀 통하지 않았고 대상자는 그저 우울감으로 인해 매일 음주를 일삼았다.


센터에서 일을 하며 정말 힘든 분 중 하나였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강제 입원을 통해 금주를 시키고 싶어도 나는 대상자의 보호자가 아니다. 대상자의 따님분은 이미 여러모로 소진된 상태였고, 대상자는 당연히 병원에 입원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시간을 두고 설득하기 위해 대상자의 집을 방문하였다.

"선생님~ 저 약 잘 먹었어요. 감사해요~ "

어느 순간부터 대상자는 잠에 취해있어 내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웅얼거리며 말을 하거나 눈을 감고 있었다.


대상자의 서랍에는 온갖 정신과약, 내과약이 뒤섞여 있었고 날짜를 보니 담당자인 나에게는 약을 잘 먹었다고 해놓고는 정신과 약을 먹지도, 정신과 외래 진료를 제대로 가지도 않았음을 알 게 되었다.


"저 자기 전약 주세요 선생님. 먹고 자려고요. 약 주세요. 약 달라니깐!!!!!!!"


처음에는 자신을 속이며 친절하게 대하던 대상자가 자기 전약을 먹고 점심에 하루종일 자기 위해서임을 알게 되어 약은 정해진 시간에 섭취를 해야 하며, 남용하면 안 된다고 교육을 하자 대상자는 숨기고 있던 자신의 본심을 꺼내면서 내게 소리치며 아이처럼 자기 전 약을 달라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살아서 뭐 해!!!! 움직이지도 못하고! 맨날 누워만 있는데! 이럴 거면 죽는 게 낫지! 살아서 뭐 해!"


나는 마음이 미워졌다. 지금까지 대상자가 나에게 웃으며 '저는 괜찮아요 선생님. 저 이제 술 안 마실래요. 노력할래요.'라고 했던 말들은 무엇이었을까.


"선생님, 저희 부부는 남들과 달라요. 장애 등급을 받았잖아요. 평범하게 사는 것도 힘든데, 한 명은 치매 진단도 있고, 둘 다 지적장애도 있잖아요. 그래서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어요. 거기다가 조현병도 있어서 날이 궃을 때면 나가서 죽으라는 지시환청도 들려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우울해요."


마지막 날 퇴사를 앞두고 전 대상자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안부를 물었을 때 한 대상자 부부에게 들었던 말이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사회의 싸늘한 시선을 받으며 부부가 살아가기 위해 부딪히는 과정에서 많은 좌절과 고통을 겪었고, 우울감까지 생겼다. 나는 이대로 퇴사를 하고 대상자의 담당자는 계속해서 바뀌지만 대상자는 앞으로 평생 동안 안고 살아야 할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다.


일을 하며 나는 '과연 우울증이 뭘까. 우울증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을 이렇게 괴롭히고, 우울증을 가진 것만으로도 사람들 좋지 않게 바라볼까. 그저 나약하다고만 표현하고 비웃으며 냉소적인 사회의 태도로 인해 더욱 힘들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 형은 돈은 많이 버는데, 그 이상으로 돈을 써. 이건 마음속에 우울감이 있기에 허탈감으로 인해 그러는 걸까?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게 맞을까? 형은 자기 스스로 가진 않을 텐데. 매일 빚을 지면서 까지 돈을 써. 과도한 돈을 써서 사람을 사는 느낌이야. 주변에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써. 이게 맞는 걸까?"


어느 누구나 사연 없는 사람은 없고, 마음 깊은 속에 외로움, 허탈감, 고통, 우울감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여러 힘든 일이 있었고, 웃을 수 있는 날은 잠깐 스쳐가는 순간일 뿐이다.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남들과 다를 것이 없고, 우울감을 계속해서 품고 마음속 저 깊은 동굴 속으로 가지고 가서 나오지 않는 것과 그래도 거지 같지만 밖으로 나와 불안하고 힘들지만 어떻게든 뭐라도 하나 해보는 것과 같은 미묘한 차이로 인해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실제로 병원이든 센터든 대상자들이 힘든 상황에서 우울감까지 가지고 어려움을 겪었을 때, 모든 것을 놓고만 있고 '나는 우울해. 아무것도 못해. 앞으로도 그럴 것이야. 지금까지 해놓은 것도 없는걸.'이라는 대상자와 그래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없지만 베이커리를 시작하든, 앞으로 나와서 뭐라도 부딪히든 하는 대상자와는 뭔가가 달라졌다. 큰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작은 행동들이 모여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이 그 깊은 마음속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대상자가 좌절할 것도 없고, 모든 것을 내려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해 조금이라도 미소 지을 수 있을 만한 소소한 일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울증 치료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남들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속에 꽁꽁 감춰놓은 가시뭉치들을 혼자서만 품지 않았으면 한다. 생각보다 삶을 살며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 얼마나 될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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