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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청량리 정신 병원 입원 - 제3화

사는 게 다 그렇죠 뭐!!

by Kevin Haim Lee


이스라엘 전쟁 459일째

2021년 4월 중순

이스라엘 텔아비브

높은 빌딩에서

날고 싶었다.

하늘에서 날아서

펄쩍 죽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았다.


8년간 다니던

S 연구소 빌딩에서

뛰어내리면

삶의 억울함과

직장에 대한 분노가

사라질 것 같았다.


뛰어내리기 전

천만다행

남편에게

"날 지금 정신 병원 응급실로

당장 데려가줘!"

울부짖었다.


엠블런스로 도착한 정신병원은

Abarbanel Mental Health

Medical Center

우리나라의 청량리 정신 병원만큼

심각한 환자들이

모여 있는

이스라엘 최고의

정신 병원이었다.


입원하자마자

전화를 압수당하고

운동화 끈을 풀어

주어야 했다.

자살 방지를 위한 조치란다.


남편에게 한국 책 한 권과

영어 그림책 한 권을

요청해서 받았다.

내 입원 방에서 혼자

이 책들을 읽다가

수면제를 받아서 먹고

침대에 혼자 누웠다.

입원실은 9시쯤

소등이 되었다.

그때 읽었던 책 두 권

다음날

이른 아침에 간호사가

방마다 돌아다니며

모든 환자,

여자 환자들을 깨운다.

알고 보니 여기는

여자 폐쇄 정신 병동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모든 환자들은

아침 샤워를 해야 한다.

누구도 빠짐없이

샤워를 해야 했고

간호사들이 일일이

감시를 했다.

"난 어제저녁에 샤워를 했어!"

아침 샤워를 거절했지만,

모든 환자는

아침 샤워를 무조건

하여야 한다며

내게 갈아 입을 환자복을

전달해 주었다.


샤워 후에

우리는 모두

거실에 모여야 했다.

입원실 문은 간호사가

모두 잠가 버려서

거실에 모두 모여

허공을 바라보고

다음 일정을

기다렸다.


간호사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아침에 먹을 약을

나누어 주었고

나도 모르는

약 두정을 분배받았다.

첫 번째는 아는 약이라

받아먹었고

두 번째 약은 모르는 약이라

안 먹겠다고 했다.

간호사가 이 약을 꼭

먹어야 한다고

나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죽어도 안 먹겠다고 했다.


간호사가 아침 10시 30분쯤

의사들과 오전 면담이

시작된다고 알려주며

그때 왜 이 약을 거부하는지

말하라고 했다.


아침밥은

삶은 달걀

치즈 한 장

빵 한쪽

지중해식 샐러드

야채 죽이었다.

내겐 역겨웠다.

간호사 두 명이

두 눈을 부릅뜨고

누가 먹는지, 아님

누가 안 먹는지

감시를 한다.

삶은 달걀 하나만

간신히 먹었다.

그후엔

아침 공동

체조 시간이 있었다.

그냥 앉아서

어설프게 따라 하는

다른 입원 환자들을

바라보았다.

한 젊은 여자는

벽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서너 명의 다른 환자들은

나처럼 멍하니

거실에 앉아 있었다.


내 차례의 면담이 시작됐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두줄의 의자에

십여 명의 의사들이 앉아있다.

의사가 자기소개를 하고

나한테 왜 병원에 입원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자살을 하려고 해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죽고 싶냐고

의사가 물었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아이들 때문에

죽고 싶지 않다고

다시 얘기하고,

오늘 퇴원을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내가 입원하는데 동의해서

입원이 됐으니까

내가 퇴원하고 싶으니

당장 퇴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전에 거실에서 만난 사람들의

처량하고 멍한 모습들이

너무 측은해 보였고

내가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이런 부류의

정신 질환자라는 사실이

강하게 부정되었다.

원장 의사가

일단 나보고

나가서 기다리라고 하며

내가 거부한 약은

조울증 환자에게

맞는 약이라며

복용하라고 했다.

느낌 상으로

한번 들어오면

퇴원하기가

힘든 병원이라는

생각이 들며 불안했다.


오후 4시쯤 돼서야

퇴원이 결정되었고

간호사에게서

의사 퇴원 진단서와

내 전화기와

내 운동화 끈을

돌려받았다.


의사 입원 진단서에는

"Bi-Polar I-조울증"

이라고 적혀있었다.


남편과 친구 Tali가

나를 데리러 왔고

우리 아이들한테는

엄마 친구집에서

자고 들어 가는거라고

거짓말을 했다.


남편에게 퇴원을 하면서

난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했고

우리는

Dixie 식당에서

거하게

Well Done 햄버거와

맥주를 마셨다.

난 감옥에 갇혀 있다

풀려난 듯한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다.


그 후로 난 3년 반동안

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2024년 5월에 바꾼

조울증 약이

나의 끔찍했던 중증

우울증을 잡아 주었다.


지금은 조심스럽게

사람도 만나고

운동도 하고

브런치에 글도 올리고 있다.

사는게

치열하게 싸우지 않아도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내겐 살아있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살아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며,

The best version is your next version!

또 감사하며

오늘을 천천히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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