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윗 Dec 30. 2023

나는 설교자였습니다

      읍내를 다녀오신 아버지께서 '이야기 성서전집'이라는 열두 권짜리 책 꾸러미를 내게 건네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 책을 읽고 이번 주일부터 어린이 예배시간에 네가 설교를 하거라."


그렇게 저는 그 책을 열심히 읽고 외우며 그 책의 마지막 장까지를 어린이들 앞에서 설교를 했습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때의 일이었습니다.

교회 담 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는 이렇게 설교자로 자랐습니다.


지금도 설교나 강의를 원고 없이 하게 된 것은 그때와 무관치 않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전거 뒷자리에 자그마한 풍금을 싣고 집으로 오신 아버지는 그 풍금을 내려놓으며 "다음 주부터는 네가 예배시간에 반주를 하거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평소에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던 저는 읍내에 있는 피아노 교습소를 그렇게 다니고 싶었지만 오천 원이던 레슨비를 마련할 수 없었던 어머니의 만류로 그 꿈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풍금을 가지고 오셨던 그날부터 아버지로부터 다음 주에 부를 찬송 세 곡을 받아서 독학으로 악보를 외워 예배시간에 반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노래만 들으면 피아노를 따라 칠 수 있게 된 것은 그 시골교회의 풍금에 매달려 페달을 밣았던 그 어린 시절의 말도 안 되는 그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의 그 무뚝뚝한 교육방식이 어린 교회집 아이였던 저를 그렇게 비틀비틀 이끌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한 영혼도 그냥 지나치시지 아니하시고 살피시는 하늘 아버지의 자상한  계획이었겠지요.


저는 그때는 그 하늘 아버지의 뜻을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아버지의 경륜 속에서 마냥 뛰어놀던 아이였지요.

이전 01화 나는 천재였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