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아쉬운 겨울엔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한끼

by 짱아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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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토마토가

많이 그리운 계절


봄부터

하지 감자가 나올 때까지

우리 집 아침을 책임졌던

토마토


매일 토달볶에

감자 닭가슴살 단호박


그래도 질리지 않는 건

좋아하는 거니까



하지만 장마가 시작되고

폭염을 거치면 가격 폭등과 함께

영 맛이 없어진다


에너지로 익혀 나온

겨울엔 오죽할까


요즘 토마토는

끓이면 싱거운 맛에

희끄무레한 물탱이다


그래서 알맞은 날씨에

제대로 익은 먼 나라 토마토를

먹을 수 있다는 게 참 고맙다


토마토가 많이 나고

엄청나게 먹는 그네들의 토마토는

진하고 맛이 좋다


가끔은 사계절을 견디느라

파동을 겪으며 힘겹게 자라는 우리 채소가

안쓰럽기도 하고

우리는 더 안쓰럽고…


토마토소스 병제품은

정해진 맛이랄까

과한 양념에

토마토 자체의 맛이 아쉬워서

사지 않은지가 한참인데


통조림 토마토에

마늘 양파 고기 정도 끓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카레에 반컵 정도 넣어 주어도

생토마토 못지않은 맛


각 잡고 요리하는 이들에겐

모양새 없어 보이겠지만


닭안심 닭가슴살은

통째로 넣고 끓인다


안심은 알아서 흐물어지고

닭가슴살은 익고 나서

가위로 듬성듬성 잘라준다


도마 칼 안 쓰는 것도 편하니까



생토마토 아니면

토마토계란볶음이 안될까?


그냥 한번 해봤는데

비슷한 맛이다


버터나 올리브 오일에

소금 간 한 계란물 붓고

바로 토마토소스 반컵 넣고

꿀 설탕 대체당 뭐든

약간만 넣어 주고

팬에서 섞어 주면 끝


성의를 보인다면

파슬리 가루 치즈나 아무 치즈 올려 주고


제대로 하는 거

과정 재료 다 패스


갖추다 힘 빠지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



역시 닭안심을

통째로 넣고 끓인 토마토소스


오히려 고깃 덩어리가 푸짐한 게

제대로 먹는 맛이다


예쁠 필요 없지만

그래도 보이는 예쁨도 있고


고기가 흐물어져 뭉개진 소스가

더 맛있는 것도 사실이고

거창한 다이어트 식이

따로 있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소스만 끓여 두면 한식보다 빠르고


딸아이 말로는

이걸 아침에 먹고 나가면

꽤 든든하단다


우리 집은 아침 파스타도 흔한 집



냉장고에 있는 대로

베이컨과 돼지고기로도 해봤는데


다른 재료들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 맛


카레나 찌개 정도의 난이도에

며칠 두고 먹거나

냉동해 둘 수 있으니 요긴하다


레시피는 밑에 소고기 버전과 같다



냄비는

테프론 코팅 팬이나

통 3중이면 좋다


미리 만들어 둔 토마토소스에

물을 약간 섞은

계란 깨 넣고 뚜껑 닫고

약불에 은근히 익혀 준다


동시에 삶아 준 파스타면은

물을 따라 버린 후

올리브 오일 소금 파슬리 가루 치즈로

버무려 준다



토마토 파스타 좋아하는 아이 누구?

짜잔 하고 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 차오른다



파스타 삶을 땐

소금만 넣어 주고

올리브 오일은 안 넣는다


소모적인 거 같아서

중요한 거 같지 않아서


물도 잠길 정도만

소금도 물도 시간도 낭비다


건져 올리는 망까지 세트인

깊은 파스타 냄비를 보면

그 냄비 만으로도

파스타 먹기 싫어질 것 같다


너무 거창하고 위협적이야...

나만 그런가



파스타면은 1인당

30그램 정도 삶았다


적게 먹는 사람 기준



고체 카레 한 조각 넣어 준

닭가슴살 토마토 스프


소스 맛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한 솥 끓여두면


딱 10분

아침이 행복해진다


한식 양식 가리지 않는 우리 집

아침엔 속 편하고

잘 넘어가는 걸로


내가 좋아하는 아침 메뉴는

빠른 준비 시간

대량 해두고 곁들임만 바꿔

여러 번 먹을 수 있는 메뉴다


잘해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쉽게 챙길 수 있어야 하니까



소고기로 만들면

라구 소스가 되고


여기에 여러 채소가 들어가면

마녀 스프가 되는 건데


나는 가끔 셀러리가 있으면

두 줌 정도 넣어 준다 (냉동해 두고

고기 요리에 사용하면 좋다)


올리브 오일

마늘 2큰술

양파 중간 크기 1개

간소고기 300그램

포미 토마토 500미리 2개

설탕 2.5 큰술(가감)


믹스허브가루(오레가노 바질등)

0.5 티스푼 넣어 주면

딱 아는 맛이 나고


치킨스톡 굴소스 맛소금

이 세 가지는 파스타집에서

사용하는 소스 맛의 비밀이라고 한다


이중 치킨스톡 굴소스를 넣고

소금 간을 더했다


물은 통조림 상자를 가셔 주는 정도만 넣고

간이 있게 진하게 끓여서

때에 따라 스프나 소스로

알맞게 희석하면 되는데


냉동실 자리도 적게 차지하고

소분도 편하다



식으면 카레처럼 걸쭉해진다

이틀분씩 소분해 두고

하루 전날 냉장실에 두기


내가 만든 농도는

물을 3분의 1만 섞어 주면 토마토소스

반반 섞어 주면 토마토 스프


이렇게만 해 두면

일주일 아침이 편하다



소스에 물 섞고

계란 넣고 약불에 뚜껑 덮고 익혀준다

이 반숙 계란 맛을 좋아한다


자주 하다 보면

알맞게 불을 끄고

뜸 들여 반숙을 만드는 경지에도 이른다


좀 든든히 먹겠다면 계란 두 알


따뜻한 아침 식사

정성스러운 하루 시작


어렵지 않다



요즘처럼 실내온도가 낮을 때


소량의 이스트로

하룻밤 천천히 발효해서

아침에 굽는 빵


시간이 주는 근사한 결과물은

매번 기쁜 마음을 주곤 하는데


나 오늘 뭘 했지?

빵 구웠네



밤의 기다림이 더 한

오늘의 아침


오늘은 통밀 섞은 플레인 빵과

토마토 스프 계란 아침


좋은 기억과 달리

나쁜 기억은 오래 가지만

그런 기억들을 희석시키는 건


우리가 마주하는

이런 시간들이 아닐까


좋아하고 잘 먹는 거

연속 먹기 잘하는 우리 집


무얼 먹을까

생각하지 않는 단순함이 좋다



감자 두 알 깍둑 썰어

전자레인지에 익혀 주고

버터 한 조각 소금 후추 톡톡

포크로 으깨 주면

쉬운 매쉬드 포테이토 완성


수저로 살살 동글려 모양 잡아주면

번잡함 하나 없다


그러는 동안 데워진 토마토소스


삶거나 팬을 사용하지 않은 계란까지

단순하고 든든한


10분 완성

따뜻한 아침이다



고맙다

멀리서 와준 토마토야


돌이켜 보면 나는


무엇이 되거나

어떤 목표에 근접했거나

큰 것은 제대로 이룬 게 별로 없다


너 오십 넘게 뭐 했니?

그냥 살았어...


그런 나지만

초라한 밥상에도

늘 진심이었던

과거의 내가 기억에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후회는 없다


태어난 이상

평생의 책임과 의무라 생각했고

고달프고 절실했던 한 끼의 기억도 있다


당연하고 흔해서

하찮아졌을지라도

여전히

내게 가장 중요한 일과는


먹는 거... 다


제대로 맛이 든

풋풋한 봄토마토를 기다리며

오늘도 한 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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