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을 향한 지극한 마음
-함민복
당신 그리는 마음 그림자
아무 곳에나 내릴 수 없어
눈 위에 피었습니다.
꽃피라고
마음 흔들어 주었으니
당신인가요
흔들리는
마음마저 보여주었으니
사랑인가요
보세요
제 향기도 당신 닮아
둥그렇게 휘었습니다.
매화가 피는 것은 자연 현상입니다. 낮에 필 수도 있고, 달밤에 필 수도 있고 눈이 올 때 필 수도 있습니다. 설중매(雪中梅)라고 아무래도 매화는 눈 속에 피는 것이 제격입니다. 추위 속에서도 꽃이 피니 매화의 마음은 지조와 절개를 품고 있는 거죠. 그래서 옛 선비들은 자신의 지조와 절개를 드러내기 위해 매화라는 소재를 자주 사용했습니다. 이 시에서 매화의 지조와 절개는 달을 향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눈 내린 어느 달밤에 활짝 핀 매화를 보고 있습니다. 자연 현상인 매화를 보면서 매화가 자신의 마음을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매화는 달을 보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흔들리는 마음이 모이고 모여 그리움과 사랑의 싹이 되었습니다. 매화는 꽁꽁 언 나뭇가지에 달을 사랑하는, 달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숨겨놓았습니다. 나뭇가지에 꽃의 싹을 숨겨놓듯이 말이죠. 매화는 숨겨둔 마음을 아무렇게나 보여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백설의 순결한 분위기는 있어야 자신의 마음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눈이 내려 세상이 온통 백색으로 빛납니다. 매화는 이렇게 흰 눈이 가득한 날, 달에게 나뭇가지에 숨겨둔 자신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활짝 보여줍니다. 활짝 핀 꽃으로 보여줍니다. 맑고 밝은 모습뿐만 아니라 향기마저 달을 닮아 휘어집니다. 은은한 향기가 달무리가 지듯 둥글게 퍼져나갑니다.
화자에게는 사랑하는,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달을 보아도, 매화를 보아도 그 사람이 떠오릅니다. 그 사람의 모습과 그 사람의 향기가 화자의 온 마음에 맴을 돕니다. 맴을 돌다가 화자의 모든 것이 그 사람에게로 휘었습니다. 매화가 달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꽃으로 드러냈듯이 화자도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그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싶습니다. 어떤 대상을 향한 지극한 마음이 있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드러내고 싶은 것은, 그래서 그 대상이 이런 지극한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니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