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가득 그대 생각만
-함민복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화자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며칠 동안 사람을 보지 못해 너무나 외롭습니다. 그래서 가슴 가득 ‘당신’ 생각으로 채워 그 외로움을 달래보려고 합니다. ‘당신’은 화자가 그리워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화자가 그리움을 해소하기 위해 선택한 ‘시 쓰기’가 될 수도 있고, ‘노래 부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화자는 외로움을 달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외로움과 그리움은 달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엇박자가 나는 것이죠.
그리움이란 대상과의 거리에 비례하고, 결핍의 강도에도 비례합니다. 대상과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도달하기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그리움은 깊어집니다. 화자는 외로움을 떨쳐내기 위해,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이것저것 열심히 노력합니다. 시도 쓰고, 노래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막연한 대상을 품에 품기도 합니다. 그러나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그리움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심해집니다. 공부도 그렇고, 시 쓰기도 그렇고, 노래 부르기도 그렇죠. 한 단계만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한 단계 상승하면 다음 단계를 그리워하고, 다음 단계에 도달하면 또 다른 단계를 그리워합니다. 끝내 채워질 수가 없는 것이죠. 채울 수 없다고 포기할 수 있을까요?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그 그리움은 선천성이니까요. 외로움은 태어날 때부터 지니게 된 것이니까요. 아무리 노력해도 채울 수 없고, 그렇다고 채우기 자체를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외로움과 그리움은 피할 수 없습니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 영원히 짊어지고 가야 할, 인간의 운명인 거죠.
땅에 있는 새떼는 하늘을 그리워하여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지만 끝내 하늘에 도달하지 못하고 다시 땅 위로 내려옵니다. 하늘에 사는 번개는 땅이 그리워 땅에 내려오지만 결국 땅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 흩어지고 맙니다. 한 번 실패했다고 새는 날아오르기를 포기하지 않고, 번개는 지상을 향해 빛은 내리치는 일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거리감을 좁힐 수도 없고, 결핍을 충족할 수도 없지만 새떼와 번개는 그리움의 대상을 향해 끊임없이 다가가려고 합니다. 도달할 수 없음을 알지만 도달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대상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입니다.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는 그리워하는 대상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선천성 그리움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