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바쁠 때 회의 하자고
회사 생활의 1할은 회의실에서 보내는 것 같다. 부서에 와서 처음 회의를 할 때면, 모르는 용어도 많고 하나하나 배우는 맛이 있었다. 그래서 회의가 반갑(실제로 반갑지는 않지만)다고 생각도 들었다. 다만, 그 반가움도 자주 마주하니 지끈거림으로 다가온다.
무능하지만 열정만 가득한 신입사원 티를 벗고 할 줄 아는 게 많아져 맡은 업무량이 커지면서 회의는 무언갈 새로 배우는 시간이 더 이상 아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숙제를 잔뜩 받아오는 시간이랄까?
쫓기는 일정이 없고 조금 널널한 조직에선 무료함 때문이라도 회의가 반가울 수 있지만, 지금 회사에서는 무료할 때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불어나는 이자처럼, 과제가 복리로 쌓이곤 한다. 오늘도 포스트잇에 적어둔 해야 할 일이 3개 정도로 여유 있게 남아 칼퇴를 기대했지만, 회의실에 다녀와서 해야 할 일이 10개로 다시 늘어났다.
다만, 늘 숙제만 받아오는 부정적인 시간은 아니라 생각한다. 현재 맡고 있는 주무사원의 역할상 과장님이 고민하고 있는 게 어떤 건지 파악하고, 같은 시각을 유지하는 건 중요하다. 바쁜 와중에 괜히 허튼 업무(비교적 우선순위나 중요도가 떨어지는 업무)에 시간을 허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의는 업무의 우선순위를 다시 잡아나가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필자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이유는 회의가 열리는 타이밍에 있다. 보통 과장님이 "회의 하자" 한 마디에 시작하는 우리 부서의 회의 패턴상, 회의 타이밍이 가혹하다. 우선, 구성원이 가장 바쁜 15:00-17:00에 회의가 잡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회의록을 정리하다 보면 퇴근시간을 맞추지 못해 야근하기 일쑤고, 당연히 칼퇴하기엔 눈치 보이는 시간이다.
또한, 우연일지 모르지만, 필자가 3-5일간 휴가를 다녀와서 밀린 업무를 따라잡느라 정신없거나 다음날 휴일 특근이라 힘을 살짝 빼고 일하려고 방심한 순간에 회의가 잡힌다. 그러면 또다시 숙제가 가득 쌓인다. 휴가 다녀온 즉시 회의실로 불려 가 과제를 잔뜩 안고 나오면 "괜히 쉬다 왔나?" 싶기도 하며, 모두가 한숨 돌리며 하는 휴일 특근에서 월요일까지 초안을 보고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연장 근무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직장생활에 뗄 수 없는 회의라지만, 적어도 바쁠 때는 좀 지나고 회의가 잡히길 바란다. 오늘도 회의에 맞아(?) 버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퇴근을 기원해 본다. 집에 보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