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있어 결정했나? 결정하고 이유를 만드나?
불안증세가 심해진다. 연초에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연말이 다가오는 현재 업무 적응도 꽤 되었고, 주변에서도 이 연차에 이 정도 CAPA(업무역량, 처리속도 등) 나오기 어렵다고 칭찬을 받지만, 머물러 있다가 큰일 날 것만 같은 불안함이 커져간다.
무언갈 할 줄 알고 숙련되었다는 건 해당 일에 적응했고 여러모로 성장했다는 말이지만, 그 이면엔 한 가지 방향으로만 고착화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그래서 업무가 최적화되었다는 생각이 날 때마다, 세상의 무수한 방법 중 하나의 방법에 길들여지지 않았을까 싶은 불안한 마음이 올라온다. 그래서인지 부쩍 요즘 불안함이 올라오나 보다.
거두절미하고 그러니까, 필자는 현재 이직을 고민 중이다.
이직을 생각할 때마다 필자가 점검하는 게 있다. (아마 해당 질문은 스스로 밖에 그 정답을 모를 것이다.)
이유가 있어 결정했나?
결정하고 이유를 찾았나?
감정적으로 결정하고 후회를 남기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마지노선을 정하는 것이다. 지치고 힘들 때면 특히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나서 그럴듯한 이유와 타당성을 부여한다. 즉, 합리화인데, 이를테면 이런 느낌이다.
쟤가 기분 나쁘게 했으니 나도 맞받아친 거지
과장이 말을 그따위로 하니까 내가 그만두지
상반기만 해도 이직에 대해 고민될 때면 딱히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반발심이나 탈출하고 싶은 마음, 감정적으로 하는 판단 등으로 이직이 떠올랐으리라 짐작해 본다. 다만, 지금은 또렷하게 떠오르는 이유가 생겼다. (다음엔 이 이유에 대해 따로 다뤄볼까 싶다) 마침 마음에 딱 드는 직무가 공고에 올라왔는데, 이번을 놓치면 안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적어도 이직을 위한 타당한 이유가 있고,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용기, 그리고 휴무일을 모두 반납하고 새로운 도전에 매달려볼 의지가 있다면 뛰어볼까 싶다. 이후 이 글이 이직을 위한 초석이 될지, 바람같이 사라질 찰나의 고민으로 남을지 모르겠다. 다만, 미래를 위한 진지한 고민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기회에 지난 몇 년을 점검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