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운이 좋더라니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여유로운 아침이었다. 지난밤 느지막이 내일 회신할 취합 자료 작성마저 끝내고서 마음이 홀가분했다.
아침에 커피도 한 잔 내려 텀블러에 담았고,
퇴근하고 헬스장에 갈 생각에 운동복도 가방에 넣고,
평소 챙겨 먹지 못한 영양제마저 주머니에 꾸깃 넣었다
매일 이런 날만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오늘따라 잘 풀릴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다.
몸과 마음, 가방이 참 홀가분했다.
개운한 마음으로 아침 문을 나서,
집 앞에 있는 쿠팡프레시 가방의 음식을 집에 넣어 두고,
라디오에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사무실에 도착해서 내 자리를 보니,
어라? 노트북이 없네
순간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에 빙의했다.
아차, 어제 자료 취합한다고 집에 노트북 들고 갔지..
홀가분한 건 그냥 노트북이 없어서 그런 거였네;;
어쩐지 오늘따라 운이 좋더라니..
과장님께 다급하게 카톡을 남긴다
과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노트북을 두고 와서요.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ㅋ 좋은 아침 ㅋ
다행히도 쿨하게 넘어가주신다.(넘어간 거 맞겠지?) 일단 한시름 놓았지만, 의외의 반응에 당황스럽다. 요즘 통 못 자서 퀭하게 다닌 게 동정표가 된 걸까? 성실하게 출퇴근한 지난 몇 개월에서 신뢰가 쌓인 걸까?
덤벙대는 게 디폴트고 일상인 나에게, 우당탕 순간은 종종 예고 없이 찾아온다. 실수를 쉬지 않기에 오늘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내 몸 하나 챙기기도 힘든 회사생활, 집 다녀오면 어떤 표정으로 사무실에 들어갈지 고민이다.
무튼, 칼퇴와 헬스장은 물 건너갔고, 오전에 두배로 일해야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