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끈. 사고 친 사람 따로 있고,

해결하는 사람 따로 있는 거지

by 노서방


지쳤나요?

출처 : 무한도전 오분순삭

일 많은 부서에서 가장 업무가 몰리는 직급이라 지끈지끈한 일은 늘 있지만, 가끔 사무실 동료로 인해 하루의 반나절을 의미 없이 허비하는 건 견딜 수 없다.




처음 신입사원으로 배치받고 지나친 의욕으로 사고를 많이 쳤던 필자는 10번 중 9번의 사고와 1번의 정상적인 프로세스의 일처리로 스스로에 대한 현타를 많이 느꼈다. 움직이기만 하면 사고를 몰고 다녔다고 할까?


나는 왜 이렇게 못하지,
왜 한 번에 처리를 못하는 거지
왜 일을 만들고 다니지

자괴감과 부서에서 1인분도 못하고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패배감에 빠져 있었다. 그러길 6개월, 손에 일이 점점 익다가 바로 중간관리자로 (무척 설익은 상태로) 발탁되었다. 능력에 비해 과분한 자리에서, 늘 내/외부적으로 채찍질당하는 삶을 6개월 보내고 나니 10번 중 9번은 잘하고 1번의 실수를 저지르는 덜 사고뭉치로 변했다. 이제는 그 실수마저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자신감과 여유는 곧 주변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가급적이면 그 여유로 다른 구성원을 돕는 마음을 갖기로 결심한다. (평소 퍼줘야 급할 때 한 푼이라도 받지)


1인 사무실이 아니고서야, 사무실의 업무는 분장하기 마련이다. 그중 개개인 고유의 업무가 있고, 누구의 업무도 아닌 공통의 무언가, 또는 애매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면하는 업무도 있다. 또는, 필자와 같이 스케줄 근무가 돌아가는 부서에서는 서로 인수인계하며 바통 터치하듯 맡게 되는 업무도 있다.


우리 부서에서 돌아가며 일주일에 한 번 맡게 되는 재고조사 업무가 그러하다. 지난 일주일간 해당 업무를 맡았던 사무실 동료 M에게 인계조차 받지 못한 상태라, 불안한 마음으로 출근했다. 재고조사를 위해 서류를 준비해 창고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온갖 오류가 보였다. 아, 무언가 잘못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지난 일주일치 로그(전산 기록)를 모두 뜯어보며, 반나절을 보냈다.


일부러 이러나?
이거 짬처리 당한 걸까?


내일 제출해야 할 취합 자료와 경영 실적 자료가 한가득인데, 손도 대지 못하고 그저 재고 정리만 반나절을 매달렸다. 조출로 6시 반에 출근했으니, 사실 하루 종일(6시간 정도)의 시간을 정리되지 않은 일주일치 업무를 마무리하는데 허비한 것이다. 하루에 두 시간가량이면 처리될 업무가 일주일이 쌓이고, 내 손에 넘어오니 하루치 업무가 된 것이다.(왜 일을 그때그때 안 하고 저축하나..?)


이럴 때면 화도 나고 감정적이 되지만, 최대한 억눌르며 어떻게 해결할지에 집중한다. 바쁘지 않으면 로그를 하나하나 확인해 찾는 재미(?)도 느끼지만, 바쁜 날엔 급한 마음에 짜증만 올라온다. 그래도, 해결에 집중하며 어떤 게 잘못 처리되어 있었고, 또 어떻게 처리해야 했는지 메모를 남기곤 한다. 팀원들이 있는 단체톡방에 정리한 메모를 올리고, 인수인계서까지 마무리한다.


그리고 마침내 얼음이 다 녹아버린 아침에 사온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마시고 고요한 사무실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


나도, 처음엔 저랬으니까.
사고 해결보다 사고 치는 쪽에 가까웠지

누군가의 도움과 관심, 그리고 당근과 채찍으로 업무능력이 향상되었으니 이제 보답해야지. 필자의 적응에 무한한 관심을 줬던 사수는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 사무실에 없지만, 과거의 업보를 청산한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감정을 꾹 눌러 담아본다. 비록, 필자보다 연차가 두 배 이상 많은 분이 그 사고뭉치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오늘도 한 건 해결했다는 안도감과 뿌듯함으로 퇴근 준비를 해본다.


남은 일은 내일 걱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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