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아줌마의 세상구경
오래간만에 트래킹 당일여행에 나섰다. 한동안 관광이나 트레킹 당일여행상품을 골라 여기저기 다니다가 하루에 너무 여러 곳을 가는 것도 의미가 없어지고 새벽부터 설쳐야한다는 피곤함이 몰려온데다 이번 연도에 그림을 다시 시작하면서 남는 시간에 혼자 서식지 주변탐색만 하면서 지냈으나, 가끔은 멀리 가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서 트래킹 전문여행사 '여** 클럽'의 <통점절 가는 길 >이라는 생소한 여행지를 선택했다. 여행코스는 보령의 통점절 - 성주 자연휴양림 편백나무 숲 이다.
통점절이라니? 절 이름 치고 히안해서 찾아보니 본래 이름은 용주사인데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지은 곳으로 주지스님 한분이 지키는 소박한 절이었다. 거기까지 가는 길도 동네 사람들조차 나물캐러 가끔가는 것 외에는 안간다고 했는데 가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산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냥 올라가기도 했으나 시작점에서 십오분 정도는 거의 40도 이상의 급경사 길이 이어져서 내가 만약 스틱 안가져 갔다면 못올라갔을 것 같다. 산에 갈 때 스틱은 나의 손발 및 지팡이 역할을 모두 해주는 만능도구이다.
초반 급경사에서는 양손에 스틱잡고 겨우 올라갔기에, 사진을 찍을 수 없었고 어느 정도 오르고 나서야 가능했다. 그 다음부터 절까지는 완만한 경사지인데 정말 굽이굽이 이어지기에 앞사람 뒷사람들이 안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혼자 산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명상과 힐링의 시간이다.
그렇게 한 시간 반 정도 올라가면, 걸려있는 연등을 볼 수 있다. 절이 있다는 신호겠지! 그런데 원래 나뭇잎 색이 붉은 건지, 아니면 단풍나무가 남아있는 건지 모르지만 연한 연두빛 새싹과 붉은 잎과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에 힘입어 가을 분위기가 난다.
대단히 소박한 절이다.
아래 왼쪽은 나무그늘 앞에서 산에서 내려오는 석수에 차를 만들어 놓고 방문객을 맞이하는 스님의 뒷모습이다. 절을 닮아 소박하고 해맑은 스님이셨다.
좋은 날씨도 한몫 단단히 했지만 오래간만에 전쟁도 그냥 모른 채 지나가버릴 것처럼 고요하고 맑은 장소를 찾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이렇게 좋을 일이냐고요!
그렇게 주변을 돌아보고 절 앞마당에서 한참을 쉬다가 마을로 내려왔다. 올라간 길과 달리 포장된 내리막 도로였는데 내려오는 길도 삼십분 이상 걸린 것 같다. 스님께서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내려가기 힘든 사람은 승용차로 데려다주겠다고 말씀하셨다.
마을로 내려와 다시 버스에 올라 성주면사무소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성주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거기서도 오전과 비슷한 난위도의 트래킹이 두 시간 정도 이어졌다.
휴양림 입구에서 1천원이라는 착한 입장료를 낸 다음 편백나무 숲으로 가는데 방법은 두가지이고, 트래킹이 목적인 우리 일행은 곧장 올라가는 길이 아닌, 계곡 따라 조성된'자드락 길'을 선택했다. 즉, 인공폭포 앞을 지나 들어가는 숲길로, 아주 험한 건 아니나 큰 돌이나 자갈이 많은 구간도 꽤 되고 오르락 내리락해서 산에 익숙한 분들은 그냥 성큼성큼 갔지만 여기서도 나는 스틱을 꺼내야했다.
길이 좁아서 한줄로 서서 가야한다.
가다보면 붉은 잎파리가 보여서 봄과 가을이 뒤섞인 것 같았다.
길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가다보면 잔디광장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이곳에서 곧장 가면 산 정상 전망대로 가게 되고, 오른쪽으로 가서 나무 다리를 건너면 우리의 집합장소인 편백나무숲으로 이어진다. 아래 왼쪽 사진에 나온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되는데, 그 길도 만만한 건 아니다.
편백나무 숲에 도착했다.
주변에는 지붕 있는 커다란 쉼터가 있어서 여행객들이 간식이나 도시락을 먹으며 쉴 수 있고, 아래쪽으로는 일광욕이 가능한 편백나무 침상도 있다. 우리도 일행 중에 간식을 잔뜩 싸온 분들이 계셔서 쉼터에서 나눠 먹었다. 친구끼리 오신 분도 계시지만 같은 여행사를 통해 트레킹을 하다가 하도 자주 봐서 알게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고, 실제로 나도 작년에 함께 트래킹 했던 분도 만났다.
편백나무 숲에서 쉬다가 내려오면 계곡물이 흐르고 사람들이 발을 담그며 쉬기도 하는데 아직은 물이 무척 차갑다고 했다. 아래 사진들은 다시 입구쪽으로 내려오면서 찍은 사진들이다. 하늘도 맑고 햇살도 자애롭고 바람도 시원해서 짧은 당일치기 여행의 품격을 한껏 올려주었다.
이렇게 또 하루의 감사한 날을 보낼 수 있다는 게 그저 고마운 일이다. 이런 게 행복이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