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아줌마의 세상구경
코스 전체를 완주하거나 한 코스라고 해도 반드시 끝지점까지 가야한다는 열망은 조금도 없지만, 제주도에 오면 언제나 올레길 한 두 코스 정도는 걷는 편인데 이번에는 15-B 코스로 정했다. 대부분 해안길이라 상대적으로 안전한데다 두 번째 숙소 바로 앞을 지나가므로, 숙소에서 나와 그냥 걸어가면 되는데, 비록 그곳이 시작점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올레길은 이어지는 거니까 스템프를 찍으면서 다니지 않는다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중요한 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내가 걸어갈 수 있을만큼 가면 되는 거다.
그날 역시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바로 튀어(!)나와 서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의 고요한 기운이 그대로 느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은 파랗게 물들고 구름들도 하얀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무조건 예뻤다. 어딜 둘러봐도 탄성이 나오고, 아무데나 찍어도 화보 그 자체다. 높은 건물이 없고, 하늘과 구름이 많이 보인다는 것, 그런 풍경을 보고 있으니 왠지 내가 착해지는 기분이 든다.
걷다보니 그 유명한 한담해변이 나온다. 지난 번에 잠시 들러서 해안산책로만 걸었는데, 이번에는 그걸 지나 계속 걸어갈 수 있었다.
곽지해수욕장에 도착했는데 아래 가운데 사진을 찍으면서는 정말 유화같은 풍경이라고 생각이 했고, 그곳에는 무인 카페도 있었다.
가끔은 아래 사진처럼 마을도 지나간다. 이곳에서 살면서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의견이 다르겠지만, 내 눈에는 그저 평화롭게만 보였다.
이곳을 지나면 한림항이 나온다. 내 기억에 의하면 거기까지가 올레 15-B구간일 것인데, 나는 계속 걸어갈 작정이었으나 약간의 문제가 생겼으니, 오후로 들어가면서 해를 마주보며 걷게 되고, 거기부터는 그냥 그저 그런 길이었다는 거다. 그래서 그 지점에서 협재해수욕장은 두 세 정거장 정도의 거리였는데 그 구간은 버스를 이용하기로!
드뎌 도착한 협재 해수욕장! 맑은 청록빛 바다, 에머랄드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이런 색의 바다는 처음보는 듯 하다. 이거 반칙 아녀?
좀 더 걸어가다보면 야영장이 나오는데, 그 옆의 야자수와 오르막 둔덕에서 거세지만 온화한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그 기분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누군가 돌탑을 쌓아두었는데, 사실 이날 바람이 정말 세게 불었는데도 쓰러지지 않는 게 너무 신기했고, 하늘의 구름은 마치 날아가는 강아지처럼 보였다. 이날은 유난히 하얀 강아지와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구름들을 정말 많이 본 것 같다.
제주도 여행 네 번째만에 난생처음 협재 해수욕장에 온 마녀 아줌마! 황홀하리만큼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이리 걷고 저리 걸으며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숙소에서 여기까지, 중간에 잠시 카페에 들러 커피와 모카빵으로 에너지 충전한 시간을 제외하면 일곱 시간은 족히 걸은 듯 하고, 첫날과 두번째 날도 거의 대여섯 시간씩 걸은 뒤라 그런지 피곤하긴 했다. 그래도 행복했다!
2018년도 처음 제주도에 온 이래, 여행기간 내내 날씨가 좋았던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행기 마일리지 표가 정해준 날짜와 기간이 운좋게 맞아 떨어진 것이고, 나는 그저 주어진 운을 온전히 누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