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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회고전

타고난 재능과 노력의 결정체

by Stella

몇번이나 가려고 시도했다가 무더위와 거친 비에 눌려서 주저 앉았고, 결국 마지막 주에 와서야 후다닥 다녀왔다. 조금 덥긴 했고, 가는 길이 순탄치는 않았으나 조금도 후회없는 전시회였다.


가는 방법은 두가지였다. 대중교통-셔틀버스를 타거나 리움미술관-호암미술관 셔틀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리움에서 출발하는 셔틀은 특정 기간에 있는 듯 한데, 어차피 리움까지 가야하고, 하루에 딱 두번인데다 시간이 잘 안맞았다. 결국 강남대로에서 5002A 버스타고 에버랜드 승차홈에서 내려서 그 옆쪽 1번 승강장에서 호암미술관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셔틀이 한 시간에 1대 운행이므로 시간을 잘 알아보고 맞춰가야 기다림이 줄어든다. 그래도 뚜벅이는 기다림에 익숙해야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기에, 어제는 상당히 기다려야 해서 살짝 슬퍼지려고 한 것도 사실이나, 나의 두 눈이 엄청 호강했으니 기다림의 가치는 충분했다. 셔틀버스가 호암미술관 코앞까지 가는 건 아니었고, 십 분 정도 걸어야 한다. 물론 가는 길도 너무 예뻤다. 그 주변과 정원은 다음에 따로 포스팅을 할 생각이다. 그만큼 주변이 예쁘다는 의미이다.


한옥 양식의 미술관에 들어서면 백팩과 음료수는 사물함에 넣으라는 안내표지판이 보인다. 전시 마지막 주이고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사람들도 많았다. 전시는 2층 오른쪽 방부터 시작한다. 그곳에는 초기-파리시절 작품들을 볼 수 있었고 그동안 미공개였던 작품들도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적인 요소가 확연하게 드러난 파리시절 작품을 좋아하므로 먼저 올려본다. 그분의 작품성을 담기에는 핸폰 카메라의 성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름 노력했다. 참고로, 관람 전에 <큐피커> 앱을 다운받으면 작품해설을 들을 수 있다. 이어폰이 없어도 '수화기 모드'로 설정하면 전화받는 것처럼 들을 수 있고, 작품해설을 잘 해줘서 관람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파리시절보다는 아래 쪽에 포스팅한 뉴욕시절의 그림들이 세계적으로 훨씬 유명하지만 나는 파리시절의 반구상 그림들에서 느껴지는 한국적인 미가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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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색을 이렇게 고급지게 사용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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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전시를 모두 본 다음에는 1층으로 내려간다. 1층에는 김환기 화백을 세계적인 화가로 만들어 준 뉴욕시절의 유명한 점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파리시절의 반구상 작품을 좋아한다고 누누이 밝혔지만 1층 전시를 보면 점화들이 세계의 인정을 받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처음에는 유행(?)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는 생각도 했는데, 만약 그렇더라도 그 시도 역시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작품들은 고미술이든 현대미술이든 시장에서 저평가 되어 있으므로 그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깨부수어 주는 분들이 꼭 필요하다. 게다가 한국적인 요소를 완전히 버린 것도 아니었다. 추상적 이미지에 한국의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이 살포시 들어가고, 정적인 면과 역동적인 면을 골고루 보여준다. 크기도 무시할 수 없다. 거대한 캔버스에 찍힌 점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무식(?)한 표현이지만, 엄청난 노.가.다 그 자체. 노가다라고고 표현했지만, 저 무수한 점들은 무작정 찍은 게 아니라 엄청난 의미를 지녔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 작품들이었다. 노 화백의 정신적 육체적 노동의 결정체였다. 그저 아름다웠다...


얼심히 찍어봤지만 카메라와 사진찍기 실력의 한계로 인해 사진이 그 깊이를 모두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올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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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그림은 점화로 이어지기 이전의 추상화들의 일부이다. 걸린 작품수가 너무 많아서 모두 찍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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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환기미술관에서보다 더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좋은 작품들을 이렇게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버스를 갈아타며 몇 시간을 달려간 보람은 충분했다.



호암미술관은 교통편이 그리 좋지 못해서 대부분 차를 가지고 오지만 가끔씩 나같은 뚜벅이도 온다.

뚜벅이로 갈 때 주의할 점.

1. 에버랜드 승차홈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가 1시간에 1대씩이다. 50분 트랙킹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걸어서 갈만한 거리가 아니고, 재수가 아주 좋으면 몰라도 조금 오래 기다려야 해도 슬퍼하지 말 것.

에버랜드 승차홈에서는 오전 10시부터 매시 30분에 출발하고, 호암미술관에서는 매시 45분에 출발한다. 단, 12시 대 - 즉 12시 30분/45분 - 에는 셔틀버스 운행하지 않는다.


2. 호암미술관 내부는 물론, 주변으로는 걸어서 갈만한 식당 카페 편의점이 단 한 개도 없다. 아무것도 모르고 덜컥 가면 나처럼 쫄쫄 굶고 온다. 자차가 있으면 차타고 슝~가서 먹고 오면 되지만 뚜벅이는 그럴 수가 없으니, 최소한 물을 비롯한 비상식량 챙겨가길 권한다. 관람 중에 당 떨어지면 정말 대책이 안선다. 내가 못찾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음수대도 없었다. 에버랜드 승차홈에 음료 자판기는 있으니 거기서라도 사서 가야한다.


3. 이건 대부분 아는 이야기겠지만 표는 반드시 호암미술관 홈페이지(https://www.leeumhoam.org/)에서 온라인 예약을 해야한다. 시간대 별로 예약을 받는다. 대중교통 이용시 시간을 못 맞춘 경우가 있는데 (어제 그런 사람을 보았다)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하면 되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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