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추억속의 사람들
최근 우연하게 유튜브 '버거형' 채널을 시청하고 있었는데 배우 조인성과 김효준씨가 술자리 토크 영상을 보게 되었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모가디슈'라는 영화를 보다가 그 영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를 검색하게 된 결과다. 영상 초반에는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그 후 두 배우간의 오래된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져 나갔다. 그 중 조인성씨가 이야기하는 내용중에 특히 '시절인연'이라는 단어가 내 ㄱ슴에 깊숙하게 들어왔다. 네이버에 '시절인연'이라는 단어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정의는 세상만사라는 게 모든게 때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들은 살아가다 보면 종종 '모든게 때가 있는법'이라는 말을 자주 듣기도하고 그 말을 직접 몸소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많다.
시절인연 : 모든 사물의 현상이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말을 가리키는 불교용어[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하지만 이 영상에서 조인성씨가 말하는 시절인연이라는 개념은 약간 다르다. 조인성씨가 말하는 시절인연이라는 것은 그때 그 시절 그 추억속의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여러분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과거 학창시절 만나 공부하고 치고박고 싸우면서 추억을 쌓았던 인연들(친구, 선후배 및 선생님 등)이 있었고, 그 후 대학교 신입생시절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평생 같이갈 듯 술을 나눠 마셨던 인연(동기, 선후배, 교수님)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때 당시에는 힘들고 괴로웠지만 지나고나면 좋은 추억이 담긴 군대시절 만났던 인연(동기, 선후임, 간부)들이 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취미생활에서든 만났던 인연(직장동료, 상사, 동호회회원)들이 있다. 그때 그시절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연락이 끊겼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미워할 수는 없는 법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 다른길을 걸으면서 바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안좋은 상황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바쁘지도 않았고 안좋은 상황도 없었는데 그냥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끊긴 인맥들도 있다. 그 시절인연들 사이에는 잠깐 연락이 끊겼다는것에 대한 이유에 대해 캐묻거나 원망하지 않고 오랜만에 마주쳐도 그저 아무렇지 않게 인사할 수 있다는 신뢰라는게 있다. 시절인연은 내가 평생 끌고가고싶어도 끌고 갈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냥 말그대로 시절인연인 것이다. 그 시절인연에 너무 목숨걸거나 연연해할 필요는 없다. 그저 인연들의 관계는 시간이 흐르는대로 자연스럽게 바뀌면서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럼 '시절인연'의 반댓말은 무엇일까. 평생인연이라고 해야하나? 그때 그 시절 잠깐 만났다가 헤어지는 그런 인연말고 헤어져도 계속 그사람을 찾게되는, 아니 찾을수밖에 없는 그런인연?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사랑'이라고 하고싶다. 아니 그냥 사랑이다. 가족간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 사랑하는 사람은 잠깐이라도 헤어져도 자꾸 생각나서 대화하고싶고 보고싶고 만나고싶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나의 본모습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드러낸다. 그 상대방도 나의 본모습을 사랑해주고 본인 또한 편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표출한다. 나 자신의 깊숙한 부분까지 드러낼 수 있으며 그런 모습 또한 사랑해줄수 있고 본인의 감정들도 함께 공유해주는 그런 사람이 시절인연의 반대이자 사랑하는 사람이다.
위의 조인성씨의 말처럼 요즘 점점 나도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그런 모습을 아무런 의심없이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싶고 또 찾게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여러 시절인연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그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걸었던 기대와 느꼈던 실망들을 떠올려본다. 굳이 그 시절인연에 연연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있었을까. 나라는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신뢰를 가진 사람들만 만나고 싶다. 그래 맞다. 이제는 조금 사람을 가려서 만나고 싶다. 하지만 이 복잡하게 얽히고 얽힌 사회 관계속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만 만나고 지낼수는 없다. 앞으로도 시절인연은 자주 나타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시절인연이 될 관계가 분명해진다고 판단이 서면 굳이 내가 가진 시간과 돈을 부으면서 만날 필요가 있을까. 그 시간과 돈을 시절인연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쏟아부어도 모자를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