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말로 끝나지 않았다.
만약 또 술을 마시면 이혼하겠다고 서명을 했다.
두렵거나 창피하다거나, 그런 감정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뿐이라는 감상.
이는 결혼할 때 내가 아내에게 부탁한 일이었기도 했다.
내가 술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가차 없이 이혼해라.
알코올중독자 뒤치다꺼리나 하다 삶을 망친 사람들을 너무나도 많이 보았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그런 삶을 살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각서.
내 금주의지는 술 한 방울 보다 더 가볍다.
각서를 쓰고 하루 뒤, 아내가 말했다.
나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나와 계속 행복하게 함께하고 싶기에 각서라는 극단적인 수단까지 동원했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말이 고마웠고, 무엇보다 미안했다.
내가 취해 그녀에게 입힌 상처와 시간들.
이미 10년을 넘도록 술을 마셔왔고, 5년을 넘도록 싸워왔다. 이제 나 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또 나의 나약함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있다.
반성 같은 감성적인 일은 이미 금주일기 1권에서 충분히 맛보았다.
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대신, 이제부터는 금주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드냐가 나의 금주 성공여부를 가를 뿐이다.
지금까지 이론적, 경험적으로 쌓아 올린 금주에 대한 모든 노하우를 쏟아부어야 하는 순간이 왔다.
더 이상 연습의 기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