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oA Mar 13. 2016

내 작은 혁명

영화 <동주> 속 시와 혁명 이야기

몇 주 전 용산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동주를 보았다.


영화는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이야기를 나란히 보여준다.

부끄러움의 미학으로 익히 알려진 윤동주의 삶과 그의 시가 영화 절반을 채우고

나머지는 동주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독립운동가인 송몽규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놀랍게도 영화의 주인공은 동주가 아닌 몽규에 가깝다.

어린 나이에 신춘문예에 당선된 것은 동주가 아닌 몽규였고,

우수한 학업 성적으로 엘리트의 길을 걸어간 것도 몽규였고,

중국으로 넘어가 독립운동의 대열에 뛰어든 것 역시 몽규였고,

일제에 대항하기 위한 학생 혁명의 필요성을 일장 연설하는 인물 또한 몽규였다.


"동주 너는 시를 계속 써라. 총은 내가 들 거니까."

몽규 앞에서 동주는 한없이 부끄러웠다.


나 또한 글을 쓴다.

누군가 내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작가라고 대답한다.

작가를 직업으로 하겠다는 말은 아니라고 황급히 말을 덧붙이며 나는 곧장 부끄러워진다.

아들이 어서 빨리 출세하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부모님께 부끄럽고

고단한 취업전선에 막 뛰어들기 시작한 친구들에게 부끄럽다.


하지만 영화 동주가 보여주듯, 그리고 시인 윤동주의 삶이 이야기하듯

나 역시 꾸준히 글을 쓸 것이다.

그 것이 내 생계를 책임져 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나 자신과 내 주변의 것들을 글로써 표현하는 것에 부끄럽지 않다.


영화 동주를 보기전까지는 혁명가 송몽규의 삶을 막연히 동경해 왔다.

하지만 무엇이 저항이고, 무엇이 혁명인지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인적사항, 어학성적, 자격증 등 으로 채워진 이력서는 아니지만

나는 내가 쓴 글들이 시가 되고 하나뿐인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다는 

그 작은 혁명을 믿는다.

이전 07화 살아보지 않은 삶을 사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