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소개 글 아님주의
제주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다 보니, 맛집으로 소문난 가게들도 많다. 물론 홍보를 잘해서 맛보다는 이미지나 사진 찍기 좋아서 사람들이 몰리는 곳들도 있고, 여행사와 함께 단체 관광객들을 유치하면서 맛집이라고 소문나는 곳들도 있다. 제주에 살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외식을 하곤 했는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식당들은 안 가게 된다. 흔히 이야기하는 도민들이 찾는 식당들을 가게 되는데, 최근에는 도민들이 찾는 식당과 관광객들이 찾는 식당이 같은 곳들도 많다. SNS의 발달로 인해서...
재미있는 것은 맛집이라고 하는 곳들을 보면 몸국 같은 제주 전통음식(?)들을 제외하고는 피자, 파스타, 햄버거, 흑돼지 삼겹살 등등 식당들인데, 대부분 셰프나 주인들이 외지인인 경우가 많다. 과연 왜 그럴까?라는 생각을 해 봤는데, 이유는 간단한 것 같았다.
제주 음식 이외의 음식들은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더 많이 먹어보고 연구한 결과다.
무슨 말인고 하니, 제주에서 제주 사람이 파스타집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 집을 가 보았는데, 맛은 그럭저럭 평범한 식당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셰프님은 이탈리아에 가서 직접 파스타를 먹어보기는 커녕 육지에 나간 경험도 없었다. 군 생활할 때를 제외하고는 제주에만 있었다고 했다. 사실 좀 충격적이었는데, 신기한 건 이 셰프님이 특이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요즘 젊은 세대들이야 육지로 공부하러 가기도 하고, 일자리 구하러 많이 떠나기도 하지만, 30대 후반 이후 세대들은 제주도 밖을 벗어나 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냥 주변에 물어봐도 그런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여기에 집성촌처럼 친척들이 모여사는 마을들도 꽤 있다.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제주도 사람들이 폐쇄적이라는 게 나쁘다는 편견이 오히려 사라졌다. 이렇게 오랜 기간 살아왔고, 역사적 아픔인 4.3을 겪으면서 육지 사람들에 대한 마음은 닫혀있는 그런 현실. 어쩌면 우리가 일본을 미워하듯 인간이라면 당연한 감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든 제주 사람들 중에도 맛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겠지만, 제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지금도 본토에 가서 음식을 자주 먹어보고, 본인의 음식을 연구하는 제주도의 외지인 셰프들에 비하면 맛집이 많이 생겨날 수 없는 건 당연한 것 같다. 밖으로 나가 다른 사람 음식도 먹어보는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지 않으려나.
아, 그리고 인스타그램으로 맛집 많이들 찾으시는데, 내가 아는 모 식당은 그냥 돈 주고 팔로워를 산 곳도 있어서 그다지 신뢰가 가지는 않는다.
Ps. 여기저기 많이 가보지는 않았지만, 관광객들이 그나마 덜한 식당들을 알려드리면 개인적으로 족발은 바로 족발 보쌈, 보쌈은 제라한 보쌈, 저렴한 백반은 신엄 시골 밥집(직접 키운 채소에 제주도 음식, 음료까지), 돔베고기는 제주 돔베 고깃집(포장하면 더 많이 주는 듯), 돈까스는 나라돈까스, 코다리는 한림옹포왕코다리식당, 전복해초돌솥비빔밥은 물고기 세상 정도? 여기에 햄버거는 핸드 테일러, 일식은 만지 식당, 베트남 음식은 블루사이공 같은 곳은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듯. 당장 생각나는 곳만 적으니 이 정도...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