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루어지는 조직개편에 대하여
일부 기업에서는 매년 조직개편이 이루어진다. 보통 조직개편은 임원인사가 나는 시기를 즈음하여 이루어지는데, 새로운 임원이 맡게 될 조직을 만들어 자리를 만들어 주는 역할도 한다. 내가 있던 곳은 임원인사 - 조직개편 - 승격 발령의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를 봐도 임직원 승격과 조직개편은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인다. 부장급으로 승격을 하더라도 그다음 해 혹은 추후에나 팀장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일정이다.
그렇다고 모든 조직들이 매년 조직개편을 하지는 않는다. 대기업에서는 매년 조직개편이 진행되었지만, 보수적인 집단의 대표적인 군대에 있을 때에는 조직개편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군대는 장교들이 자주 보직변경을 하기 때문에 조직은 그대로 있지만, 자연스럽게 조직개편의 효과(?)가 나타난다. 나처럼 시기가 잘 맞으면(?) 화상회의 소대를 창설하면서 기존 소대를 재편해 끌려가기도 한다. 아니면 국방개혁에 의해 부대가 해체된다거나... 정도?
그렇다면 조직개편은 매년 필요한 것일까?
조직개편은 새로운 임원이나 리더가 부임해서 보여주기 가장 좋은 경영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조직개편을 통해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라는 취지에서 이루어지는데, 그러다 보니 말이 조직개편이지 부서 이름만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다.
부서의 이름이나 조직도가 바뀌는 걸 제외하면 조직개편의 가장 큰 내용은 팀원들의 부서 이동일 것이다. 회사 내에서 A본부에서 B 본부로, 같은 본부 내에서 A팀에서 B팀으로와 같은 부서이동이 일어나는데, 이게 자의에 의한 경우보다 타의에 의한 경우도 많지 않나 생각이 든다. 하고 있는 일에 있어 본인의 적성이 맞지 않거나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한 부서이동이야 자기 계발 차원에서도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회사는 찍어내기 식의 부서이동도 꽤 일어난다. (그렇게 찍어낸 걸 자랑하는 부서장을 본 적도 있다. ㅆㄹㄱ같은...)
여기에 갑작스러운 조직개편으로 인해서 사무실을 이사하기도 하는데, 같은 건물 내에서야 자리를 옮기면 그만이지만, 다른 지역으로 갑작스러운 이동으로 직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아이 어린이집 문제라든지 주거지 문제라든지...(꼭 조직개편은 2월 중에 진행되면서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옮길 자리도 없다는 게 문제.) 대책은 없고, 일단 발령부터 내고 보는 경우도 많다는 게 문제다. (발령 관련해서 너무 억울하다면 노무사와 부당발령에 대해서 상담을 해보는 것도.)
어쨌든 조직개편이라는 것 자체가 매년 진행되다 보면 보여주기 식 행사 아닌가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렇게 조직 개편이 효과적이고,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거라면 그룹 조직도 매년 조직개편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관계사에서는 매년 조직개편이 일어나지만, 그룹에 있을 때에는 조직개편이 거의 없었다. 업무와 관련해서 새로운 업무가 생겨서 조직이 생겨나거나 임원의 자리가 줄어서 겸직을 한다던가 등의 사유 외에는 그냥 조직개편의 영향 없이 그대로 지나간 해도 있었다. 이것만 봐도 조직개편이 과연 조직에 실효성이 있는지 판단이 될 것이다. 최상위 조직은 매년 하지 않는 조직개편을 하부 조직들은 매년 하다니. (컨트롤 타워는 함부로 바꾸면 안 된다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정신없는 조직개편이 끝나면 늘 하는 것이 명함을 새로 파는 일이다. 전년도에 만든 명함은 다 쓰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명함이라. 이것만 해도 비용이 상당할 텐데, 자리이동까지 하는 조직개편을 매년 시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실익이 있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니면 직원들이 게을러지고, 혁신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인 건지.
그래서 회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사업 확장이나 인력 조정을 위한 부서 통합 등의 사유가 아니라면 굳이 매년 조직개편을 할 필요가 있는지는 생각해볼 만한 문제가 아닐까. 조금만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일이 커졌어라고 한다면야 뭐라고 하겠냐만... 그리고 옆에 임원은 하는데, 우리는 안 하면 이상하잖아라든지, 안 하면 너는 업무에 열정이 없구나라고 치부되는 거라든지...
두서없이 썼지만, 내가 생각하는 조직개편이라는 건 결국 리더들의 보여주기 식 업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직개편을 한다고 한들 사람들이 더 혁신을 하고, 더 정신 차리고 일하겠는가. 오히려 그럴 시간에 월급루팡들을 찾아서 조직에서 제거하는 것이 더 긴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건 아닐까.
매년 대규모 조직개편을 하느니 인적쇄신만 하는 게 나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