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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의적 백수 May 13. 2020

41. 누가 회사를 망가뜨리는 걸까?

정말 회사는 경영진에 의해 망가질까?

※ 여기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시국이 참 어수선하다. 당장 수요일에 아이 학교가 개학을 하기로 했는데,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 사태로 다시 일주일이 연기되었다. 다니던(?) 회사가 이태원에 있는 제일기획이니, 뭔가 더 싱숭생숭하기도 하다. 가끔 블라인드를 들어가 보면 이번 사태 이후로 더 난리도 아니다. 재택근무를 주장하는 건 그나마 점잖은 편이고, 경영지원부서, 임원들을 까는 건 물론이고, 회사를 까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블라인드에 의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요지부동이라고 하니, 회사와 직원의 갈등도 언제쯤 끝날지 끝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블라인드에 있는 글들처럼 회사의 경영진, 경영지원부서 사람들이 회사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일까? 과연 그 사람들 때문에 회사가 점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내 솔직한 답은 '아니오' 다. 정작 회사를 망가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직원들, 더 정확히 말하면


침묵하고 있는 당신


이다. 이 답을 보고 그럴 줄 알았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나를 보고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여 년간의 회사 생활을 보면 분명 직원들 스스로 회사를 망가뜨려가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인사팀, 신문화팀 같은 경영지원부서 출신도 아니거니와 당연히 임원도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회사에 불만이 많아요

회사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많다. 아니, 아주 많다. 하지만 그 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니, 거의 없다. 이게 왜 중요한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감정적으로 내뱉거나 말도 안 되는 불만 말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해가 되지 않는 회사의 행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일반 직원이, 그리고 노조도 없는 회사에서 개인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쉽지도 않고, 해당 부서에서 묵살되기 일쑤다. 하지만 방법을 찾아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사원협의회가 되었든 해당 부서에 아는 사람을 통해서 문의를 하든, 과연 어떤 노력을 해 보았을까? 정작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불만은 가득한데, 이야기하지 않으니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이다. 그건 바꿀 의지가 없는 것이랑 마찬가지다.


불이익을 감수할 수 있는가

물론 회사에 불합리한 점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전제도 포함이 될 것이다. 아무리 열려있는 회사고, 겉으로는 우린 불이익 따윈 주지 않아라고 하더라도 그런 조직은 내가 아는 한 없었던 것 같다. 결국 눈 밖에 나면 쫓겨나거나 조용히 살기를 권유받기도 한다. 불이익을 감수할 만한 일인지도 고민하는 것이 불합리를 이야기하기 전에  필요할 것이다.


직접 메신저가 되어라

불만을 갖고 있지만, 불만을 이야기해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나 스스로가 메신저가 되어 보아라. 회사생활을 하면서 자의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사원협의회 위원을 한 적이 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단독 후보는 좀 그러니까, 등 떠밀려 출마해서 후보 자리를 채우게 되었는데, 상대 후보를 제치고 당선이 되었다. (선거 운동이랄 것도 없지만, 누가 하도 상대 후보는 메일도 보내고 하는데, 공약 같은 거 없냐 하길래 구구절절 쓰기는 낯 간지럽고, 전체 메일에 딱 한 가지만 썼다. 사람 사는 세상, 살맛 나는 회사 만들어 봅시다. 그러고는 끝이었다.) 어찌 되었든 사람들은 내가 평소에도 이런저런 불만도 많고, 잘 싸지르겠다(?) 싶어 뽑아 주셨지 않나 싶긴 하다. 


그렇게 당선이 되고는 활개를 치고 다녔다. 인사팀이고, 총무팀이고 조직 내 불만이나 불합리한 내용들에 대해서 본사에 이야기를 전하려고 노력했었다. 왜 우리 부서는 지역전문가를 안 보내주냐, 왜 우리는 책상이랑 의자를 다 낡은 걸 써야 하냐 등 우리 조직만 받는 차별에 대해 건의를 했었다. 물론 당시에는 바뀌지도 않았다. 그런데 내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뒤에 그 조직에서 지역전문가도 선발하고, 책상도 다 바뀌었다고 한다. (사실 내가 불만을 얘기하고 다녀서 그런 건 아닐 거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그렇게 싸지르고 다니니 임원 눈에는 아니꼽게 보였는지 다른 조직으로 발령이 나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아무리 불만이 많고,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왜 이런 게 필요할까

흔히들 사람들은 말한다. 굳이 분란 일으키지 말라고. 불합리한 건 알겠는데, 그냥 넘어가자고.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 봤을까? 그 불합리로 인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본인이라면 그냥 넘어가자 할 수 있을까? 불합리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그 피해가 나에게 왔을 때, 나를 위해 나서 줄 사람이 있을까? 최소한 내가 다른 사람의 피해가 부당함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익명 게시판에 쓴다고 뭐가 달라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회사도 블라인드를 모니터링하고, 임원들에게 보고도 할 것이다. 그런데 담당자에 따라 필터링된 내용으로 보고되거나 마음만 먹으면 신고를 눌러서 글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공론화를 시키지 못한 불만 글들은 결국 잊혀 갈 텐데, 오히려 공론화가 훨씬 더 효과적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나는 사람들이 나서서 불합리한 것들에 맞서 싸우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상식에 어긋나는 불합리함이 있다면 이야기해라. 하지만 처자식이 있고, 회사생활을 편히 하고 싶다면 꼭 맞서 싸울 필요도 없다. 그 의미가 불합리함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라면, 굳이 비난받을 이유도 없다. 불합리를 외치며 나서는 사람들은 영웅심리가 있는 사람으로 비칠 수도, 오지랖이 넓은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다.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최소한 불합리에 맞서 싸우는 사람을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최소한 이런 생각을 한다.


불합리한 것을 불합리하다 하지 못하면 불합리는 결국 합리가 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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