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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의적 백수 Jun 20. 2020

43. 왜 장교 출신을 우대할까?

면제 같은 장교 출신 회사원의 이야기

회사를 다니면서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이거였다. '너 군대 갔다 왔어?'라는 말이었고, 거기에 이어 붙는 말은 이거였다. 

네가 장교 출신이라고?


그렇다. 사람들은 내가 군대 면제 거나 갔다 왔어도 공익 정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긴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한 게 회사 다니면서 머리를 노랗게 탈색을 하고 다니거나, 회색으로 염색을 하고 다녔으니. 사람들의 편견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다. 더군다나 신입사원 때 같은 본부에 ROTC 출신이 총 4명이었고, 나머지 3명이 나보다 선배였다. 그런데 선배 중에 2명은 윗옷을 바지에 넣고 다니는 전형적인 FM 스타일이었으니 더 비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건 아니고, 회사에서는 왜 장교 출신을 우대할까? 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대한민국 육군 장교 출신이다. 나는 ROTC 43기로 임관해 2005년 3월부터 2007년 6월까지 군생활을 했다. 병과는 전공에 따라 통신이었고, 소대장 업무만 하다 전역을 했다. 그런데 2007년 5월 즈음해서부터 전화가 한통씩 오고는 했다. 전역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라 취업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을 때였다.


회사별로 진행되는 장교 공채

그런데 그 전화라는 것이 대부분 선배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였다. 한 기수 위인 42기 선배들의 전화. 보통은 안부전화인 듯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자기 회사에 지원할 생각 없냐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보험회사에서는 장교 공채라는 이름으로 혹은 별도의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그 해 6월 말에 전역하는 ROTC 장교들을 대상으로 채용을 진행한다. 그리고 꼭 보험회사 같은 영업직이 아니어도 공채를 진행하는 회사도 있다. 내가 전역할 당시니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삼성 SDS, 삼성 엔지니어링 등에서 이런 공채가 있었다. 물론 다른 대기업들은 어땠는지 모르겠다. 이런 공채들은 왜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 보기도 했다.


20대에 경험하는 리더십

아마도 회사에서 장교 공채를 시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리더십에 대한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4년제 대학을 스트레이트로 졸업하고 가게 되는 군대에서 20대 중반에 수십 명의 부하를 거느린 소대장. 매력 있지 않나? 회사에 다니면서 느끼지만 30명을 자기 팀원으로 가지려면 상당한 회사 연차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경험을 사회 초년생에 해 보다니. 그것도 전쟁상황에서는 내 명령에 따라 소대원이 죽고 사는 게 결정된다니. 그런 소중한 경험들이 회사가 선호하는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나지 않은 명령 복종형 인간

물론 리더십 이야기도 했지만, 리더십보다도 회사가 장교 출신을 우대하는 것은 아마 이런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을까?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거 아니냐 하고 이야기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수십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으면서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군 생활을 2년여간 했고, 학창 시절에서조차 철저한 선후배 관계를 경험했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매년 수천 명씩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데, 굳이 회사에서 마다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물론 나처럼 반골인 인간들도 가끔 나오긴 한다.


인적 네트워크는 덤

나야 개인적으로는 사교적이지 않아서인지 같은 학교 ROTC 동기들을 제외하고는 연락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같은 부대에서 생활했던 동기, 선후배 한 두 명 정도가 전부다. 가끔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소대원들을 소셜미디어 상에서 소식을 전하는 정도. 하지만 조금만 사교적이고, 소위 말하는 나대는 성격이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기수에 임관한 동기는 3천여 명이 넘었다. 여기에 군 생활하면서 만날 수 있는 학사장교, 부사관, 병사들까지 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인적 네트워크를 20대에 가진 상태에서 사회에 나오는 전역자들이 매력적이지 않을까.




사실 장교 출신이라고 별반 다르지는 않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젊은이들처럼 젊음을 군대에서 보냈고,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경험했다는 차이뿐이다. 그 차이가 사회에서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일까?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장교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훨씬 많다. 다만 성공한 사람들의 이력에서 장교 출신이면 그 부분을 강조해서 생기는 착시효과 같은 것이다. 장교 출신이 아니라고 취업에 불리하거나 사회생활에서 차별받는 건 아니니 경쟁자가 장교 출신이어도 주눅 들 필요는 없다.


5만 촉광의 다이아를 달았었지만, 사회에 나오면서 이미 빛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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